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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응밍 May 31. 2021

[Opinion] 내가 사랑했던 모든 하이틴들에게

'아시안' 찾기, 그런데 이제 하이틴을 곁들인

 최근 아시안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지만, 아시안은 꽤나 오랫동안 할리우드와 방송가의 주변부에 머물렀다. 주연을 맡은 아시안은 손에 꼽는다. 아시안이 맡아야 하는 역할에 백인이 캐스팅되는 경우(Whitewashing)도 비일비재하다.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들이 어렵게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더라도 단순하고 소모적인 역할로 통용되며, 이는 전형적인 스테레오 타입으로 그려진다.


 개인적으로, 특히 하이틴 콘텐츠에서 아시안 스테레오 타입을 가장 많이 목격했다. 클리셰적인 하이틴 서사 구조에 전형적으로 따라오는 스테레오 타입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메이크오버를 통해 달라지는 여주인공, 금발의 교내 퀸, 잘생긴 쿼터백 남주인공, 괴롭힘 당하는 안경 쓴 너드, 새로 온 전학생, 주인공의 성소수자 친구 등. 굉장히 정형화된 이미지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렇다면 이 안에서 아시안 학생들은 어떤 이미지로 재현되고 있을까? 


 모든 하이틴 콘텐츠를 살펴볼 수는 없기에, 내가 10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봐왔던 (그리고 사랑했던) 하이틴 콘텐츠들의 일부를 살펴보고자 한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이므로 단순 재미로 해당 글을 읽어주길 바란다.



꼭꼭 숨은 '아시안' 찾기



 영화 <클루리스(1995)>에서 아시안 학생은 수업 중 ‘자넷 홍’이라는 단역으로 등장한다. 수업시간에 홀 선생님이 “자넷 홍은 지각이 없네.”라며 칭찬한다. 이 대사가 아시안의 스테레오 타입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앞뒤 맥락을 살피면 좀 더 명확해진다.


 자넷 홍을 칭찬하기 전에 홀 선생은 “파로다즘 바나프션, 지각 16번.”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자넷 홍을 칭찬한 후에는 “트레버스 버켄스탁, 지각 38번. 현재 최고 기록이다.”라고 말한다. 다른 인종에게 맡기거나 아예 없어도 될 만한 역할에 굳이 아시안계 배우를 쓴 이유는 아시안의 스테레오 타입 이미지, 모범생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다.



 영화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1999)>에서 아시안 학생은 교내 엑스트라로 포착된다. 위의 사진은 학교에 새로 전학 온 카메론에게 마이클이 학교 안내를 하는 장면이다. 학교를 이리저리 다니며 교내 그룹을 설명해주는데, 그중 ‘전부 유명 대학에 합격한 미래의 석박사들’ 무리에 아시안 학생이 앉아있다. 이 영화에서 아시안은 주연 혹은 조연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모범생 집단에 속해있는 똑똑한 아시안의 이미지로 존재할 뿐이다.



 위의 사진은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2004)>에서 새로 전학 온 케이디에게 제니스와 데미안이 교내 식당의 자리(그룹)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설명하는 장면이다. 학교에는 다양한 무리가 존재하는데, 그중 ‘아시아 꼴통파(nerd)’, ‘아시아 얼짱파(cool)’가 등장한다. 


 이 장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아시안의 집단 문화이다.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해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집단주의 문화에 속한다. 하지만 이러한 집단성은 상대적, 경향적인 것이다. 다양한 그룹이 존재하는 학교 안에서 ‘아시아 꼴통파’와 ‘아시아 얼짱파’로 구분지은 것은, 아무리 쿨해도 아시안은 아시안끼리, 아무리 너드라도 아시안은 아시안끼리 뭉쳐 다닌다는 스테레오 타입의 유형화이다.



 <퀸카로 살아남는 법(2004)>에는 또 하나의 전형적인 아시안 스테레오 타입 캐릭터가 등장한다. 안경을 끼고, 수학을 잘하는 너드 'T.Pak'은 수학공식이 빼곡히 써진 칠판을 배경으로 삼아 한 번 등장하고, 수학 경시 대회에 나가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해당 영화에서 T.Pak은 지능이 뛰어나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너드’로 이미지화된다.



지나가는 '아시안' 찾기



 드라마 <가십걸(2007)>에는 '넬리 유키'라는 아시안 학생이 등장한다. 넬리 유키는 학년 1등이며 내셔널 메리트, 피바디 장학생, 인텔 과학영재 선발대회 결승 진출, 바이올린까지 섭렵한 엘리트다. 동시에 캐릭터의 외양에 ‘안경’이라는 도상이 부여됨으로 이러한 모범적인 특성이 강조된다. 



 또한 학교의 퀸 블레어를 추종하는 무리가 넬리 유키의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접근하자, 그는 ‘술 안 마셔.’ ‘쇼핑 싫어해.’ ‘난 친구 필요 없어.’ 등의 말을 하며 다른 이들의 접근을 막는다. 그러면서 혼자 복도에 앉아 공부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등, ‘공부만 하는, 재미없는, 매력 없는 아시안’의 이미지가 강조된다.



 드라마 <글리(2009)>에는 두 명의 아시안 캐릭터가 등장한다. ‘티나 코헨 챙’과 ‘마이크 챙’이다. (캐릭터의 이름부터 아시안에 대한 편견이 가득하다.) 위의 사진은 마이크가 티나에게 “나 A-학점 받았어.”라고 말하자, 티나가 “너 아시안 F학점 받았니?”라고 되묻는 장면이다.



 해당 에피소드에서 마이크의 아버지는 학교에 찾아와 교장 선생님과 상담한다. 마이크를 하버드 대학에 보내야 하며, 그가 화학시험에서 A-를 받은 건 아시아에서는 F와 다를 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이크가 이런 상황에 처한 건 마약에 빠졌거나, 클럽 활동으로 너무 무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아시안들은 공부를 잘한다.’ ‘아시안들은 학업에 집착한다.’라는 고정관념이 강력하게 작용한 내용이며, 더 나아가 ‘아시안 부모들의 극성 교육열’이라는 스테레오 타입을 보여준다. 아시아권의 학구열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아시안 모두가 이를 표방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A-가 아시아에서는 F라는 것은 명백한 과장이다. 그리고 마이크가 마약에 빠져서 A-를 받았을 거라는 아시안 학부모의 발언은 과장을 넘어선 비약이다.



 티나의 성격과 외양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글리(2009)> 시즌1에서 티나는 평소 사람을 대할 때 극심한 부끄러움을 느껴 일부러 말을 더듬는다. 발표 과제를 면제받기 위해 스스럼없이 말을 더듬고, 말소리도 작은 수줍은 캐릭터로 그려진다. 


 동시에 고스족 코스튬을 즐기며, 머리에는 보라색, 핑크색, 파란색의 브릿지를 즐겨 넣는다. 보라색 브릿지는 많은 콘텐츠에서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동양인 스테레오 타입 중 하나다. 티나의 소심하고 수줍은 성격 또한 서양의 관점에서 동양, 아시안 여성에게 투영되는 기존의 문화 공식이다. 


 또한 극 중 ‘아시안 여름 캠프’가 등장하는데, 이곳에서 티나와 마이크가 서로 호감을 느끼고 연애를 시작한다. 단순히 넘길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아시안 캠프’는 아시안의 집단 문화를 반영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영화 <피치 퍼펙트(2013)>에는 두 명의 아시안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먼저 살펴볼 인물은 주인공 베카의 룸메이트 한국계 미국인 ‘키미 진’이다. 키미 진은 베카와의 첫 만남에서, 베카에게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다. “안녕, 네가 키미 진이구나. 나는 베카야.”라는 인사를 받아주지도 않으며, 이에 대해 베카가 “영어 해?” “영어 못해?” “얼마나 알아듣는지 말해줬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해도 시종일관 침묵을 유지하고 베카를 빤히 노려본다.



 하지만 알고 보니 키미 진은 굉장히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한국 학생 협회’ 홍보 부스에서 밝게 웃으며 다른 한국 학생들과 소통한다. 베카는 키미 진의 상반된 행동을 보고 굉장히 어이없어한다. <피치 퍼펙트(2013)>는 한국의 집단 문화를 굉장히 폐쇄적이고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키미 진은 러닝타임 내내 베카에게 배타적인 모습을 보인다. 베카의 아버지가 베카에게 “친구는 좀 사귀었니?”라고 묻자, 베카는 “키미 진이랑 친구예요.”라고 답한다. 하지만 키미 진은 “아니에요.”라고 칼 같이 대답한다. 심지어 한국인 친구들과 기숙사에 들어와서, 베카와 남자 친구 제시가 함께 있는 걸 보고 비꼬는 뉘앙스로 “백인 여자애가 돌아왔네.”라고 말한다. 단순히 집단 문화 스테레오를 표현한 것을 넘어, 그 묘사가 굉장히 부정적이다.


 <피치 퍼펙트(2013)>가 이전의 하이틴 영화, 드라마와 다른 점은 ‘하위집단’의 구분이다. 앞서 다뤘던 콘텐츠들을 보면 알겠지만, 국가 문화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라기보다는 ‘아시안’이라는 큰 틀에서 단일하게 다뤄졌다. 인종적으로 같은 아시안에 속해도, 언어, 문화, 종교, 국적, 민족 등의 측면에서 다양한 하위집단이 존재한다.


 이전의 많은 미디어 콘텐츠가 이들 간의 차이를 인정하거나 구분하지 않았지만, <피치 퍼펙트(2013)>는 ‘한국 학생 협회’ 등을 통해 한국이라는 특정 문화를 지정한다. 물론 그 내용과 방향이 상당히 부정적이지만 기존 콘텐츠들과는 어느 정도 차별성을 가진다.



 <피치 퍼펙트(2013)>의 두 번째 아시안은 일본계 미국인 ‘릴리 오나쿠라마라’다. 릴리는 일상생활에서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목소리가 작다. 릴리가 무언가 말을 해도, 주변인들은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고 “뭐라고?”라고 되묻는다. <글리(2009)>의 티나와 유사한 스테레오 타입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조용하고 수줍은’ 동양 여성, 아시안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극단적으로 투영된 예라고 볼 수 있다. 


 주변인과의 소통을 방해하는 캐릭터의 특징은 상당히 부정적으로 다가옴과 동시에 희화화된다. 목소리가 작아서 소통하기가 어려운 릴리의 모습은 <피치 퍼펙트(2013)> 전반에 걸쳐 여러 번 등장한다. 이에 대해 초반부에는 상냥하게 “미안한데 뭐라고?”라고 묻다가, 중반부에서는 “안 들려, 하나도 안 들려!”라는 말하는 주변인이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아카펠라 그룹에서 발성 연습을 하는 장면에서는, 소리는 거의 안 나고 입만 뻐끔거리는 릴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릴리가 처음으로 일반적인 목소리 크기로 말하자, 옆에서 “미안한데 소리 안 질러도 돼.”라고 반응한다. 기존의 스테레오 타입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극대화시켜, 웃음거리로 삼는다.



 또한 릴리는 “물고기처럼 아가미를 갖고 태어났어요.”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쌍둥이를 잡아먹었어.”라는 이상한 말을 일삼는다. 단순히 ‘독특하다, 신비롭다, 사차원이다.’라고 보기엔 어렵다. 신비함을 넘어 기이하기까지 하다. 오래전부터 서양이 바라보는 동양은 고요함 속에 평화롭고 신비를 감추고 있는 곳이었다는 점에서, 릴리의 캐릭터성은 ‘동양의 신비함’이라는 스테레오 타입이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방향으로 재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아시안' 찾기



 영화 <지랄발광 17세(2016)>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설정인 ‘어윈 김’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주인공 네이든을 짝사랑하다가, 결국 그 결실을 맺는 역할인 만큼 비중 있게 다뤄진다. 어윈은 여태까지 등장한 아시안 학생과 유사하게 ‘너드’로 등장한다. 어윈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를 쑥스러워하며, 애니메이션 필름 제작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네이든 앞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너드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소위 말하는 ‘핫한 몸매’를 가지고 있다. 어윈은 대표적인 아시안 스테레오 타입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이전 콘텐츠들의 아시안 재현과는 다르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극 중 네이든이 자신이 모르는 어윈의 모습을 추측해보겠다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해당 장면에서 네이든은 어윈에게 “너희 엄마는 성적 때문에 널 닦달하시고, 아빠는 무뚝뚝하시지만 속으로는 널 아끼고 계시지.”라고 말한다. 이는 ‘교육열이 강하고 엄한 학부모’라는 아시안 스테레오 타입이 적용된 대사다. 


 하지만 이러한 전형적인 고정관념이 어윈의 서사 안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이전 콘텐츠들에서 아시안 학생들이 스테레오 타입으로만 구축되어 도구적으로 활용된 것과는 달리, 개인의 개성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또한 <피치 퍼펙트(2013)>처럼, <지랄발광 17세(2016)>에서도 하위집단이 구분된다. 네이든이 어윈에게 부모님은 언제 오시냐고 묻자, “석 달째 한국에 계셔”라고 답하는 장면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장면이 한국 문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이전 하이틴 콘텐츠들에서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서로 다른 문화를 향유하는 ‘아시안’들이 단일 집단 ‘아시안’으로 퉁 쳐진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2017)>에서는 ‘잭 뎀시’와 ‘코트니 크림슨’이 등장한다. 잭은 교내 농구팀 에이스로 등장한다. 하이틴 콘텐츠에서 운동부 주장, 에이스는 백인 남주인공이 전형적으로 맡았던 포지션이다. 아시안에 대한 전형적인 고정관념과 정반대에 서있는 역할이다. 코트니는 학교에서 매사 솔선수범하는 학생회 대표의 표본으로 그려진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모범생’ 아시안 스테레오 타입의 인물이다.



 잭의 캐릭터를 보면 알 수 있듯, <루머의 루머의 루머(2017)>는 우리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 고정관념을 어느 정도 탈피했다. 하지만 은연중에 아시안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보여준다. 해당 드라마 속에는 아시안 남학생은 가족문화를 중시하고, 엄마 말을 잘 듣고 의지하기 때문에 ‘마마보이’라는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이는 극 중에서 마마보이라 놀림을 받는 잭이 “마마보이 농담은 질리지도 않아?”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드러난다. 또한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아시안 학생은 공부를 잘한다’는 고정관념은 해나가 코트니에게 “너 A 받은 거 봤어”라며 과제를 같이 하기를 제안하는 장면에서 잘 나타난다.


 하지만 이들은 고정관념을 전면에 내세운 일차원적이고 도구적인 역할에 머무르지 않는다. 개인의 개성이 극 중에서 잘 드러나기 때문에, 이전의 아시안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영화 <시에라 연애 대작전(2018)>에는 ‘앨리스 리’가, <이상한 나라의 앨릭스(2018)>에서는 ‘소피 힉스’가 조연으로 등장한다. 앨리스는 교내 치어리더이자 주인공 시에라와 대적하는 무리의 일원이고, 소피는 인기가 많고 무리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기존에 강하게 작용하던 아시안 ‘모범생’ ‘너드’ ‘집단 문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캐릭터들이다.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2018)>의 주인공은 한국계 미국인 ‘라라 진’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콘텐츠에서 강도 높은 스테레오 타입으로 작용한 ‘집단 문화’ ‘모범생’ 등 전형적인 스테레오 타입이 이 영화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이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설정을 적극 활용하여, ‘한국 마스크 팩’, ‘한국 요구르트’ 같은 실제적인 한국 문화가 간접적으로 등장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설정은 이야기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아시안 찾기'를 굳이 안 해도 되는 날까지


 시간 순서대로 미국 하이틴 영화와 드라마를 살펴본 결과, 아시안 학생에게 가장 강도 높게 작용하는 스테레오 타입은 ‘집단 문화’와 ‘모범생’이다. 두 가지의 강력한 고정관념을 기반으로 해서, 어떤 스테레오 타입을 가미하는가에 따라 긍정적으로 그려지기도, 부정적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또한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아시안 학생이 주로 단역, 엑스트라에 머물렀기에 스테레오 타입이 캐릭터의 외양(안경을 씀)이나 교내 집단 소속과 같은 단편적인 이미지들로 재현되었다.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조연으로 아시안 학생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이 경우에는 스테레오 타입을 전면으로 내세워 캐릭터를 이미지화하고, 고정관념을 중심으로 인물의 서사가 진행된다. 즉, 이전보다 아시안 학생의 등장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일차원적이고 기능적인 역할에만 머무른다. 2010년대에도 아시안 학생 스테레오 타입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단일한 ‘아시안’ 학생이 아니라 (인물의 이름 외의 것으로) 하위집단을 명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는 여태까지 강도 높게 작용하던 아시안 학생의 스테레오 타입이 조금씩 무너진다. 즉, 인종을 기반으로 한 스테레오 타입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콘텐츠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물론 기존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벗어난 것도 아니고, 완벽하게 스테레오 타입을 벗을 수도 없다. 동시에 이러한 상황 속에서 또 다른 스테레오 타입이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아시안에게 주어지던 배역의 폭과 그 깊이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봤던 하이틴 영화는 <북스마트(2019)>, <반쪽의 이야기(2020)>, <걸스 오브 막시(2021)>다. 여기에도 주조연으로 아시안이 등장하는데, '아시안'이라는 것 자체를 강조하기보다는 이들의 개성에 집중한다. (동시에 해당 작품들은 기존의 '하이틴 공식' 자체를 깨부수기도 한다.)


 사실, 이러한 '아시안 찾기'는 (하이틴 콘텐츠뿐만 아니라) 전체 미디어 콘텐츠에서 아시안 재현 비율 자체가 작기 때문에 유의미하다. 파이 자체가 크다면 이런 '아시안 찾기'는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이를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고, 앞서 언급했듯 실제로 그 양상이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라며, 미디어 속 아시안 재현이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발전하기를 바란다.






아트인사이트 컬쳐리스트로 활동하며 기고한 글입니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54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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