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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 Oct 03. 2024

브런치를 접었던 이유


작년 여름부터 1년 좀 넘게 브런치를 방치하고 sns에도 홍보글과 보가 관련 소식 외에는 글을 거의 올리지 않았다. 이유는 서이초 사건 이후 내가 쓰는 글, 그리고 글을 쓰는 행위 자체에 의심과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의견’이라고 생각한 게 내 의견이 아니었을 수 있겠다는 자각, 그리고 나는 왜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이 무서운가를 계속 생각해야 했다. 애초에 ‘같은 편’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건강한 의존과 병적인 의존의 경계는 어디에 형성될까? 나는 왜 어떤 부분에서는 전혀 의지하지 못하면서 이런 부분에서는 종종 집착적으로 동일시하려 들까? 아직 생각은 전혀 정리되지 않았고 나는 아직 무섭다. 

그 직전까지 잠깐 브런치와 페이스북을 열심히 했던 터라 사람들이 이 침묵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쓰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주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니까 생각보다 별일 없이 지나갔다. 가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지만 앞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떳떳하게 쓸 수 없다고 느꼈다.

한편 최근에 어떤 친구나 지인들이 조금씩 블로그나 유튜브에 올린 사적인 기록들을 공유해 주는 일이 있었다. 어떤 이는 내가 예전에 브런치에 글을 썼다는 것도 모른 채 ‘서경님은 블로그 안 하시나요?’라며 서로 블로그로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해 주기도 했다. 사람들의 기록을 보며 고맙고 뭉클하게 느껴졌다. 보면서 나도 천천히 용기를 내 보기로 했다. 꼭 모든 중요한 사건에 바로 성명서 내듯이 내 입장을 내놓을 필요는 없는 거니까. 멀리 돌아가더라도 조금씩 생각을 하다 보면 그 자리에도 닿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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