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민이가 도대체 어디있는지 찾을수가 없습니다. 오늘은 체육대회 날입니다. 우리반 아이들이 여기저기 반마다 흩어져 있습니다. 반마다 다른 시간에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아이들 따라 다니느라 바쁜데요. 체육에 소질이 없는 아이들이 많은 터라 한경기에도 참여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체육대회는 반별로 상을 주기 때문에 체육을 잘 못하는 아이들은 선수에서 제외됩니다. 아이들이 점수에 예민하기 때문에 잘 못하는 아이를 끼워주려고를 안하니까요. 체육대회 날이면 한 경기에도 선수로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속상합니다. 그래서 따로 우리만의 프로그램을 만드는데요. 선생님들께 커피를 배달하는 일을 해보자하였습니다. 선생님들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유독 좋아하는 행사인데요. 승민이한테도 참여하라고 일러두었는데 보이지 않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운동장 여기 저기를 살펴보았는데요. 운동장 한가운데서 3학년 달리기가 진행되고 있었고 승민이는 거기 있었습니다. 구경을 하러 간게 아니라 선수로요. 그반 대표 선수 네명을 뽑았는데 거기 승민이가 뽑힌겁니다. 원래도 체육을 잘하고 좋아하는건 알았는데 반 대표로 뽑힐 정도라니 너무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담임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승민이가 모두 종목의 대표랍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체육을 잘하니까요. 그런 승민이가 놀랍고 신기했습니다. 우리반 아이들이 아무리 체육을 잘하더라도 원반 대표로 체육대회에 참여하는 일이 흔한 건 아니니까요. 승민이를 신기해하는건 나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승민이네 반 친구들도 승민이를 보고 놀라워했지요.
승민이는 교실에서 말이 없습니다. 한마디도 말하지 않습니다. 지우개가 떼구르르 앞으로 굴러 나가서 친구의자에 떨어져도 주워달라는 말을 안합니다. 그렇다고 승민이가 말을 못하는건 아닙니다. 우리 교실에 오면 엄청 장난을 치고 말도 많이 합니다. 캐릭터마다 목소리를 바꿔가며 연기하며 책을 읽는 승민이의 능력은 놀라울 뿐입니다. 그런데 교실에서는 말한마디를 안합니다. 아니 못합니다. 교실만 가면 기가죽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더군요. 그러니 친구들이 얼마나 놀랬겠어요. 말한마디 없는 녀석이 체육을 저렇게 잘하니까요.
승민이가 교실에서 친구들에게 말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1학년때부터 안해본게 없습니다. 심부름을 시키기도 하고 나눠줄 것을 건네보기도 했습니다. 친구들에게 나눠주면서 할말을 알려주고 선물을 주겠다고도 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머니와 상담을 하며 나는 그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수 있었습니다.
"승민이가 말이 느렸어요. 그래서 병원에 갔더니 지적장애라고 하더라구요. 세살때 장애인 등록증을 받았어요."
승민이가 아직 어떤 아이인지 인식도 되지 않을 나이였습니다. 그 나이에 이미 지적장애라는 명명을 받고 치료만 계속했다고합니다. 순한기질을 가진 어머니는 병원의 진단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어릴때부터 특수교육과 치료만 계속한겁니다. 그러니 아이가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했던 거지요.
"어머니 왜 그러셨어요. 너무 어린 나이에 장애진단을 받아서 승민이가 스스로 친구를 사귀어볼 기회가 없었던 게 문제였네요."
승민이 어머니는 이제와 후회가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중학생이 된 승민이에게 너는 너무나 가능성이 큰 아이라고 백번 만번 알려줘도 위축된 승민이의 마음을 다시 돌려놓기는 쉽지 않았지요.
체육대회를 하면서 점점 얼굴이 밝아지고 웃음이 많아지는 승민이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은 더 커져만 갔습니다. 그 이후에도 나는 되도록 승민이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었습니다. 학교뿐 아니라 방과후 활동에서도 승민이를 모르는 친구들과 함께 운동할 수 있도록 어머니를 설득했습니다. 승민이가 잘하는 부분을 통해서 자신감을 되찾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과 함께 말입니다.
"이번에 우리반이 축제에서 2등했어요. 우리 승민이 역할이 컸답니다."
학기말 점심을 먹으며 승민이 담임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학기말이라 반별로 댄스대회를 했는데요. 승민이는 거기 참여해야한다고 우리반 수업에 오지 않았습니다. 잘하고 있는거라고 얼마든 그러라고 말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승민이가 거기서 친구들과 어울려 춤을 잘 추었고 그 결과가 반영되어 2등을 했다는 겁니다. 승민이가 일찍 장애인등록증을 받지만 않았어도 승민이의 인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못내 안타까웠습니다.
승민이의 졸업식 전날, 마지막 수업을 하며 승민이에게 말했습니다.
"체육대회날에도 그랬고 축제때도 너무 잘했어. 승민아. 그렇게 하면 돼. 3년간 우리 승민이 정말 많이 발전했고 더 멋져질꺼야. 승민아. 내일은 졸업식인데 우리는 오늘 마지막 인사를 나누자. "
승민이와 나는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어머니와도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지요.
"어머니 승민이와는 오늘 마지막 인사를 나눴어요. 내일 졸업식 끝나고 저희 교실에는 오지 마세요. 어머니와도 여기서 작별해요. 마지막날에는 특별한 특수교육대상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학교 학생으로서 졸업시키고 싶어요. 졸업식날에는 다른 친구와 똑같이요. 그게 제가 마지막으로 승민이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에요."
어머니도 3년가 정이 든지라 안타까워하셨지만 내 뜻을 이해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승민이와 나는 헤어졌습니다.
특수학급이 아이의 발을 잡고 늘어지지 않고 발전가능성을 제안하지 않는것. 그리고 더 특별한 아이로 보이지 않게 하는것. 그것이 특수교사인 나의 가장 간절한 바램입니다. 아이가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훨훨 날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