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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의 생각의 정원 Dec 07. 2023

함께 지도하시죠.

아침부터 배가 싸르르 아픕니다. 엊그제 우리반 녀석이 말썽을 피운 이후로 내내 설사입니다. 

문제 행동을 한 것은 아이고 화가 난 것은 반 친구들입니다. 하지만 그 반 아이들의 화를 내가 다 받은 것인지 온 몸이 안아픈 곳이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반 친구는 평온한대 말이지요. 교실에 가서 친구들에게 설명하고 사과하고 이해를 구했습니다. 어머니와 상의해서 문제 행동을 고치기 위한 방안을 나눴구요. 학생부에 아이를 데려가서 주의를 주었습니다. 내가 교실에서 종일 데리고 있으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려주었구요. 반성문도 쓰고 대안 행동도 가르쳐주었지요. 그러다보니 진이 빠진 모양입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소화도 안되고 머리도 아픕니다.친한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길래 하소연을 하였지요.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하는데 제가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을까요. 아이의 문제 행동과 내 삶을 분명히 분리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네요. 내가 너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나봐요. 좀 더 가벼워지고 싶은데 그게 어려워요. 선생님은 어떻게 하세요?"

평소에 존경할 정도로 아이들에게 정성을 쏟으시는 선생님은 주저하다 말씀하십니다. 

"나도 어려워요. 근데 나는 분리가 안되더라구요. 그냥 그렇게 생긴대로 살려구요. 아이들 문제 행동의 욕받이 노릇하는거 그게 내 역할인거 같기도 하니까요. "

서글픈 말이었지만 어쩌면 맞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이렇게 힘들 일은 아니었으니까요. 전화를 끊고 한숨을 푹 쉰후 처음 나에게 문제 상황을 알려줬던 학년 부장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부장님 저번에 말씀하신 민준이 문제행동 처리결과입니다.  하나 어머니와 통화해서 이번주 벌로 특수학급에서만 수업하기, 가정에서 좋아하는 일 소거학. 대화를 통해 문제 행동의 이유와 기능알아보고 상담하였습니다. 관심받고 싶기도 하고 자기 위주로만 생활하다보니 상대방 입장을 이해못해 발생한 문제 같습니다. 다음으로 학생부장님과 함께 학생지도하였습니다. 종례시간에 원반에 가서 사과하고 벌로 민준이를 분리할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앞으로 문제 행동 발생시 단호하게 화내고 관심받고자 하는 행동에 무반응 하도록 알려주고 왔습니다."

나는 그동안 내가 했던 조치들을 하나 하나 상세하게 적었습니다. 

부장님은 너무 감사하다시며 답장을 보내셨습니다. 

"민준이가 앞으로 많이 조심할 것 같아요. 1-2반 학생들의 불만도 어느 정도 해소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선생님과 같은 내용으로 민준이를 지도하겠습니다. "

문장 하나하나가 또렷이 들어왔지만 그중에서도 함께 민준이를 지도하시겠다는 내용은 

내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맞아. 민준이가 나만의 아이는 아니잖아. 함께 지도해야지.'

나는 선생님들에게도 모두 아이들에게 했던 반응처럼 무관심과 단호하게 대하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미 부장님은 그 뜻을 알고 그렇게 민준이를 대해주시겠다고 답장을 하신게지요. 그동안 우리 아이의 문제 행동을 나에게 떠밀며 책임지고 고쳐내라고 밀어내던 많은 샘들과는 분명히 다른 태도였습니다. 처음부터 그랬습니다. 민준이의 문제행동을 내게 말할 때부터 부장님은 달랐습니다. 

" 민준이가 교실에서 문제행동을 해서 친구들이 힘들어해요. 저도 지도는 했는데요. 민준이가 선생님 말을 잘듣는거 같아서요. 선생님께서도 지도해 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그랬습니다. 민준이나 특수학급 아이들이 오로지 나만의 아이가 아니라 이 학교에서 모든 선생님이 함께 지도해야 할 아이라는 연대의식이 있는 문제제기였습니다. 기꺼이 내가 그 민준이의 문제 행동을 지도하고 싶은 열의를 갖게 하셨지요. 떠넘기기가 아닌 함께 지도하기! 내가 바라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연대의식을 갖고 지도를 의뢰하셨기에 내가 온몸과 정신을 바쳐가며 민준이를 지도한게 의미있어졌지요. 

'그래 민준이는 나만의 학생이 아니야. 내 중학교에 다니는 나만의 교육대상이 아니지. 모든 과목 선생님과 아이들 온학교가 함께 지도해야할 대상이야. 조금 더 마음을 가볍게 갖자. 나 혼자 민준이를 다 떠맡으려고 할수록 연대지도는 힘들어지니까.'

내가 나에게 스스로 보내는 다짐같은 말들을 건네봅니다. 이제 내일부턴 조금더 가볍게 민준이를 지도할 수 있을까요. 자신없지만 그렇게 해나가고 싶습니다. 

'선배님. 아이들 문제행동 욕받이 값이 내 역할이라는 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나 혼자 무겁게 짊어지고 가지 않을 겁니다. 민준이가 나 혼자 떠맡아야할 나만의 아이는 아니니까요. 우리 조금 더 내려놓아요. 우리가 내려놓아야 담임샘도 학년부장님도 교과선생님도 함께 아이를지도할 수 있을 테니까요.;

오늘은 조금 어깨가 가볍습니다. 이제 민준이때문에 스트레스 그만 받으렵니다. 내가 스트레스 받아서 고쳐지는게 아니니까요. 아이에게 대안행동을 가르쳐주고 지도해주면 됩니다. 그것으로도 나의 역할은 충분한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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