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인 개념 혹은 방법' 연재를 통해서 흔히 알려져있는 내용들을 다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UX 디자인의 방법을 '디자인 문제 해결' 관점에서 다룹니다.
디자인은 '그리는 행위'가 아닌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일
토스의 디자이너 채용 소개 페이지에 들어가면 아래 그림에서와 같은 문구가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다.
"디자인은 그리는 행위가 아닌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일입니다."
디자인의 역할은 분야와 산업의 형태에 따라 다양하지만, 이 문구가 최근 IT 분야에서 디자인의 역할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고 UX 디자인이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를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한다.
토스의 디자이너 채용 공고 (Source: toss.im/career/jobs)
흔히 UX 디자인을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에서 사용성을 좋게, GUI와 같은 시각적인 요소들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UX 디자인의 역할은 무엇을 (What), 어떻게 (How), 왜 (Why) 만들어야 하는지 제품 및 서비스 개발 전반에 관여한다.
영국의 Design Council은 2005년에 이러한 디자인의 역할과 디자이너들의 활동을 아래 그림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더블 다이아몬드 디자인 프로세스 모델'로 정리하여 발표했다. 이 모델은 'Discover (발견), Define (정의), Develop (개발), Deliver (전달)'의 총 4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더블 다이아몬드 디자인 프로세스 모델 (Source: Design Council, 2005)
더 나아가 Discover와 Define 단계를 합쳐 'Problem definition (문제 정의)' 과정으로 Develop과 Deliver를 합쳐 'Solution generation (해결안 도출)' 과정으로 정의한다. 이 두 과정이 바로 위에서 토스가 말한 '디자인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일'이라는 정의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렇다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것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 것일까? 아래에서 각각의 과정이 갖는 목표와 관련된 활동들을 설명한다.
가치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기 (Problem definition)
UX 디자인 프로세스의 첫 번째 과정인 '문제 정의'는 무엇을 (What), 왜 (Why) 하는지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의 초기에 가장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무엇을 개발할까? 그것에 왜 필요한가?'이다. 디자이너들은 이 부분에 대한 답을 UX 디자인 활동을 통해서 찾아간다.
Discover 단계에서는 프로젝트에 주어진 키워드, 잠재적 사용자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한다. 예를 들어 '모빌리티'라는 키워드가 주어졌다면, 데스크 리서치를 통해 이 산업의 시장 상황, 트렌드, 관련된 기술 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잠재적 사용자를 'Z세대'로 보고 있다면, 필드 리서치(사용자 조사)를 진행하여 이들이 가진 전반적인 문화 및 가치관을 알아보고 모빌리티와 관련해 무엇을 선호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Define 단계에서는 Discover 단계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하여 의미 있는 인사이트들을 도출하게 된다. 이를 통해 무엇을 왜 개발할지에 대한 힌트를 얻고 앞으로 어떤 문제에 집중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마트 계산대에서 계산하는 과정을 없앤 'Amazon Go'의 경우 Discover 단계에서 마트 쇼핑 과정 중 사용자들에게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Define 단계에서 '어떻게 하면 이 계산대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없앨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정의했을 것이다.
Discover와 Define 단계를 거쳐 프로젝트 진행 방향을 결정짓는 문제가 정의되었다면, 스스로 그 문제가 '가치'가 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문제 정의는 명확하게 되었지만 그 문제를 풀었을 때 사회, 기업, 사용자에게 새롭게 창출되는 가치가 없다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아래 그림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문제 정의 과정에서 많은 리서치와 분석을 거쳐 얻고 하는 것은 'Valuable problem'을 발견하고 정의하는 일이다.
가치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는 Problem definition 과정
스마트한 해결안 도출하기 (Solution generation)
UX 디자인 프로세스의 두 번째 과정인 '해결안 도출'은 앞서 정의된 가치 있는 문제를 어떻게 (How) 해결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Develop 단계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아이디어를 거르고 합치는 작업을 통해서 더 나은 해결안으로 발전시켜 간다. 예를 들어 '어떻게 하면 마트 계산대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없앨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풀기 위해 '셀프 계산대 늘리기', '카트에 셀프 계산 기기 설치하기' 등의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고, Amazon은 이를 더 고도화된 기술을 통해 '진열대에서 물건을 짚는 것을 센싱하여 앱에서 자동 계산'이라는 아이디어를 냈을 것이다.
아이디어를 발산하고 선정하는 과정에서 꼭 고려해야 하는 것이 이 해결안이 과연 '스마트'한가이다. 여기서 스마트하다는 것은 '지능 (Intelligence)'을 의미하기보다 '적합 (Appropriateness)'을 의미한다. 주어진 조건 (기술, 인력, 프로젝트 기간 등) 안에서 이 해결안이 실현 가능하면서도 정의된 문제를 아쉬운 부분을 남기지 않고 해결한다면 그것이 바로 'Smart solution'이다.
앞서 정의된 문제에 대한 해결안을 도출하는 Solution generation 과정
Deliver 단계에서는 Develop 단계에서 선택되고 발전된 디자인 해결안을 최종적으로 정리하게 된다. 디자인이 실제로 서비스되기 위해서는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최종 디자인을 보다 매력적으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프로젝트의 배경과 진행과정 그리고 최종 디자인을 하나의 이야기에 담고, 이성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부분에 논리를 세우면 프로젝트가 하나의 단단한 결과물로 패키징 된다.
마치며
짧은 글 안에 UX 디자인이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 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글을 읽고 기억했으면 하는 것은, UX 디자이너는 밝은 눈을 가지고 세상을 관찰하며 가치 있는 문제를 찾아낸다는 점과 치열한 고민을 통해 이를 해결해 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