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kg에 육박하던 스물한 살 서정의 목표 몸무게였다. 8kg 감량을 위해 하루 두 끼를 주어진 양의 절반만 먹었다. 무리한 식단은 아니었다. 먹고 싶은 걸 먹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양이 적었는지 단 음식이 머리에 맴돌았다. 아침저녁으로 강변으로 나가 줄넘기를 1000회씩 했다. 과한 스트레칭,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알바와 병행하면서 허리가 많이 상했다. 몸이 상해도 매일 몸무게를 쟀을 때 0.2kg에서 0.3kg씩 빠져 있으면 뿌듯해서 멈출 수 없었다. 한 달 뒤, 서정은 목표 몸무게인 54kg에 도달했다.
뿌듯하고 행복했지만 그 순간은 오래가지 못하고 금세 요요를 겪었다. 다이어트가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몸무게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게 억울했다. 누굴 탓할 순 없었다. 내가 어느 순간부터 한 번씩 음식을 조절하지 못하고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내가 먹은 대로 쪘을 뿐.
스물일곱의 서정은 54kg이다. 지금은 음식을 조절하지 못하는 순간이 없다. 그래서 요요가 없다. 식욕 조절에 능통해져서는 아니다. 오랜 다이어트로 터득한 것은 노련하게 식욕을 제어하는 능력이 아니라, 식욕은 사람이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확신뿐이다.
스물한 살 서정과 비교했을 때 같은 몸무게에 허벅지 둘레도 2인치 정도 더 줄어 있다. 요요 이후 시도했던 다이어트로 51kg까지 감량했을 때의 허벅지 둘레와 같다. 다이어트 강박에서 완전히 벗어난 스물일곱 서정의 겉모습은 극단의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던 51kg 때 서정의 모습과 같다. 체중 감량에 대한 접근을 달리 한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