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쟤는 다이어트 한다더니 왜 저렇게 살이 쪘지? 몰래 뭐 많이 먹었나 보네."
누군가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밖을 다닐 수가 없었다. 내 몸이 너무 부끄러워서였다. 정신적으로 지친 상태가 지속되어 휴학을 결정했다.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잘 헤쳐나가지는 못하더라도 목석같이 꿋꿋이 버티던 내가 그깟 다이어트 때문에 무너져 내렸다.
대학 시절 한 번 시도해보고 싶어서 조금씩 준비하던 워킹 홀리데이를 그때부터 간절하게 준비했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도망가려고 했다. 그런데 다이어트 강박은 호주까지 도망간 나를 끈질기게 붙들었다. 사람들 시선이 강박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겐 통통한 몸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이미지가 내재되어 있었다. 그래서 여유 넘치고 자유로운 나라로 가서도 미련하게 몇 달은 다이어트를 놓지 못했다.
강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 가서 하려고 한다. 일련의 강박에 못 이긴 나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식사를 하고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모순적이게도 다이어트를 내려놓으면서 감량이 시작되었다. 하루 세 끼를 남들 먹듯이 먹었다. 일부러 적게 먹지 않았고, 양이 안 차서 더 먹지도 않았고, 딱 주어진 양만 먹었다. 한 끼에 먹는 양은 식당에서 일 인분을 시켰을 때의 양과 비슷했다. 일 인분의 양이 모두 다르긴 하지만, 지나치게 적게 또는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들은 주어진 양이 많은지 적은 지 고려하지 않고 먹는다. 나도 그저 평범한 사람들처럼 주어진 양을 먹었다.
이때부터 감량이 시작됐는데, 평범한 사람들처럼 몸무게도 매일 재지 않았다. 어쩌다 한 번씩 재어 보면 항상 줄어있긴 했다. 놀랍게도 다이어트를 내려놓기 직전의 몸무게가 67kg이었는데(요요 때문이다!) 3개월쯤 뒤에는 60kg까지 감량되어 있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감량의 핵심은 '폭식을 하지 않는 것'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내가 세 끼 다 챙겨 먹어서 살찌는 게 아니라, 한 번씩 과식하거나 폭식해서 살이 찐다는 말이다. 살찌는 요소를 제거하면 살은 자연스럽게 빠진다. 뚱뚱에서 통통이나 보통까지 가는 방법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냐고? 절대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서정은 세 끼 일 인분 다 챙겨 먹으면서 54kg을 지나 계속 감량 중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폭식을 하지 않는다'이다. 폭식을 하지 않으려면 내 몸에서 필요로 하는 칼로리를 제 때 만족스럽게 채워줘야 한다. 다이어트는 그게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