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쓰는 글이다. 9월, 런던/파리 여행을 가기 전에 쓴 글이 마지막이니까...
오늘 주제는 뜬금없이 재테크에 대한 것이다.
지난 주에 보유중인 미국 주식을 모두 정리하고, 그 수익금을 연금과 ISA 계좌에 이체시켰다. 미국 주식으로 적지 않은 수익을 거두는 중이었지만, 밤에 잠을 못자고 수시로 증권사 시황을 확인하는 게 아니다 싶어서였다. 게다가 썸머타임까지 끝나면서 미국 본장 개시시간이 1시간 뒤로 늦춰지자(23:30분) 돈도 좋지만 건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라 원래 10시면 잠에 든다. 그런데 미국 주식을 하면서 그 수면 리듬이 급속도로 꼬여 버렸었다. 새벽에도 종종 일어나서 시황을 확인하곤 했으니까;;
나는 금융연수원에서 은행원분들을 대상으로 벌써 12년쨰 (디지털 금융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금융에 대해서는 이래 저래 공부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강의하는 대상들은 대부분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분들이니까. 하지만 작년까지는 펀드나 연금 외에 투자에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제 1의 투자는 자신의 밸류를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지난 25년간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는 일절 관심을 갖지 않고, UX 디자인이나 기술 공부에 노력을 기울여 왔었다.
남들보다 블록체인, 2차전지, AI에 대해서 훨씬 먼저 접할 기회가 있었기에, '그 때 내가 비트코인을 샀더라면..'하는 후회를 가끔 하기도 했다. 그런데 투자에 관심을 갖다보면 본업에 소홀히 하게 될까봐 일부러 그 세계를 멀리 했었다. 다행히 신께서 그런 노력을 가상히 여기신 탓인지 회사에서 받는 급여 외에도 여러가지 수익 파이프라인이 생겼다. 출판사에서 받는 인세, 교육기관이나 기업에서 받는 강사료, 온라인 강의 수익 등등.
그런데 23년부터 AI 관련종목들이 고공행진을 하는 것을 보면서 생각을 고쳐 먹었다.
나는 2010년대 초반부터 AI를 공부하고 현업에 접목시켜왔던 터였다. 내게 AI는 UX, 디자인에 이은 제 3의 키워드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 세계의 비상을 놓친다는 게 너무 말이 안되지 않는가? 눈 앞에 뻔히 보이는데 그걸 어떻게 놓쳐? 가령 팔란티어(PLTR)라는 기업이 얼마나 대성할 지 나는 진즉에 알고 있었다. (비록 너무 일찍 매도해서 제대로 된 단맛은 못봤지만..) 테슬라(TSLA)가 얼마나 위대한 기업이 될 지에 대해서 1년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2시간 이상 떠들수 있다. (허나 지금의 테슬라 주가는 지나치게 과열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제타(ZETA)도 비록 사지는 않았지만 전망을 좋게 보고 있었다.
종목 선정을 떠나서 토스증권 종목 게시판 같은 곳에 들어가보면 '저렇게만 안하면 되겠다'는 오류들이 많이 보였다. 전혀 인과관계가 없는 데도 그것을 연결시키려고 한다거나, 시장 흐름을 지니치게 추종한다거나, 하늘에 빈다거나 ㅎㅎ, 차트 분석에만 매몰되서 정작 밸류에이션을 놓치는 것과 같은...
스위스 리기산 트래킹을 하면서, 멀리 츄비츠와 티틀리스 산을 보면서 '이번에도 또 놓치라고?, 그럴 순 없지'하며 생각했다. 그래서 스위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날부터 계좌를 만들고 투자를 시작해서 지난주까지 소기의 성과를 냈다.
그런데 문제는 앞서 말한 생활 리듬이었다.
돈도 좋지만 건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지난주부터 이번주까지 직접 투자하던 주식을 모두 정리하고, 연금/ISA 계좌로 이체시켰다. 테슬라는 그 이후로도 고공행진이다. 만약 정리를 안했다면 얼마를 더 벌었을까? ㅎㅎ 후회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삶이 주식 투자의 희비와 같은 리듬을 타서는 안된다. 뻔히 오를 상승장에 그 기회를 놓치는 것도 아쉬운 일이지만, 하루 하루 일희일비하면서 사는 것은 앞으로 남은 25년을 망가뜨릴 만큼 위험해 보였다.
유튜브를 보면 재테크와 관련된 여러 좋은 영상들이 있다.
그런데 주식 고수 분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게 있었다. 투자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치라고. 자신이 버는 소득이 제일 중요하며, 그것을 놓치는 순간 투자도 나락에 빠질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