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스 지역
프랑스는 내게 특별하다. 프랑스가 특별히 뛰어난 여행지라서가 아니라, 그곳에서 아이 셋의 유년기를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달여의 시간동안(4번 여행 합산) 프랑스 파리, 일드프랑스, 루아르, 노르망디, 알자스 지역을 갔었다.
오늘은 알자스 지역에 대한 여행기를 올려본다. 알자스로렌은 알퐁스도데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책을 통해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위 지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알자스와 로렌은 (독일과 가깝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엄연히 다른 동네고 문화적으로도 매우 다르다.
스트라스부르와 콜마르는 알자스를 대표하는 도시다. 두 도시 모두 (다른 알자스지역의 운명처럼) 한때는 독일이었다가 한때는 프랑스가 됐던 슬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라인강 유역에 세워졌다는 점과 독일/프랑스의 정체성이 동시에 남아 있다는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다지만, 막상 가보면 느낌이 다소 다르며 둘 다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 (상상해서도 안되지만) 만약 내가 지금 신혼여행을 간다면 이 지역을 고를 것이다.
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 동부 지역을 대표하는 대도시이다. 성당만 가봐도 이 도시의 유구한 역사와 군사경제적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전날까지 독일 바뎀뷔르덴부르크 지역, 스투트가르트에서 머물렀던터라 라인강을 건너면(스트라스부르는 라인강 서편에 있어서 다리를 건너야 한다) 뭔가 우리에게 익숙한 프랑스의 모습이 펼쳐질 것이라 기대했었건만 (변화가 있긴 한데) 다소 애매했다. 이게 독일이야? 프랑스야?
독일 북부, 뒤스부르크에서 시작하여 라인강을 따라 쭉 내려오다가 하이델베르크에서 동으로 꺽어서 뷔르템부르크에서부터 뮌헨까지 로맨틱가도를 따라 쭈욱 내려오다가, 다시 서쪽으로 발길을 돌려 스투트가르트에서 3일을 머물고 도착한 알자스. 알자스에서의 하루는 10여일간의 독일여행보다 더 운치 있었다. 나는 물론 독일도 좋아하고 나중에 혼자 다시 갔었고, 앞으로도 다시 갈 것이지만, 가족들은 이제서야 '와~' 하고 숨김없이 감탄을 연발했다.
양 국간의 모습을 동시에 엿볼 수 있었던 대표적인 것이 건축 양식이었는데, 어떤 면에서는 '프랑스'스럽고, 어떤 면에서는 이웃한? '독일'스러워서 그게 또 우리 다섯의 이야기거리가 되었다. 막내조차도 대화에 끼어들어 아는체 할 정도로 스트라스부르라는 도시의 '절충적인 문화'가 주는 뉘앙스는 애매하고 뜨뜻미지근했다. 너는 그런 도시구나. 스트라스부르.
이 미묘한 운치를 즐기기 위한 최선의 선택은 (남들마냥) 쁘띠 드 프랑스를 찾는 것이다. '남들이 다 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를 증명하는 좋은 예시이기라도 하듯이 쁘띠 드 프랑스는 스트라스부르를 방문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날 오전에 있었던 자동차 사고를 보상이라도 해주듯이 쁘띠 드 프랑스의 '독일이면서 프랑스다운, 프랑스이면서 독일다운, 사실은 스트라스부르다운' 미묘한 분위기는 9살짜리 막내부터 40을 훌쩍 넘긴 나에게 이르기까지 아주 멋진 정취를 선물해주었다.
다음 날, 스트라스부르를 뒤로 하고 라인강을 따라 한시간여를 달려 콜마르로 향했다. 이 날 다시 스위스로 가야했기 때문에 콜마르에서는 유명한 관광지인 '쁘띠 드 베니스'로 바로 갔다.
내심 같은 알자스 지역인데 뭐가 다르겠어? 그래봤자 거기서 거기지 하고 여겼으나... 막상 쁘띠 드 베니스에 도착하자 어제 했던 그 말 '남들이 다 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가 다시 증명되었다. 내 표현력, 어휘력이 딸린다는 점이 너무 아쉽다. 같은 알자스 지역임에도 스트라스부르와 쁘디 드 프랑스에서 느꼈던 감성과는 많이 다른, 차라리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녀배달부 키키'하면 딱 떠올려보라. 그 분위기가 딱 눈 앞에서 펼쳐졌다.
아이들도 좋아했지만, 와이프는 너무 좋다면서 뛰어 다녔다. 같이 여행갔던 30여번의 경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았다. (와이프는 마녀배달부 키키를 안봤음에도 그랬다)
나는 파리를 무척 좋아한다. 그럼에도 누군가 프랑스 여행에 어디가 좋은지 묻는다면 스트라스부르와 콜마르를 추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내 개인적인 가족사가 스며들어 있겠지만 그럼에도 그 독특한 경관과 분위기는 여러 번의 유럽 여행 가운데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이었다.
지금 신께서 내게 소원을 물으신다면 (로또 1등 당첨보다는) 당시의 그 순간으로 돌아가기를 소망할 것이다.
*알자스 지역은 파리와 묶어서 가도 좋지만(TGV를 타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 독일 서부 지역(만하임, 스투트가르트, 카를스루헤, 프랑크푸르트, 프라이부르크)이나 스위스 북부(베른, 바젤, 취리히)와 묶어서 가기를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