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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원 Jun 07. 2020

어쩌다 주식공부

코로나와 증권시장

난 본디 지독한 짠돌이고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다. 


가정 형편이 좋지 못했기에 청소년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활하다보니, 점점 마음이 좁아져 버렸나 보다. 이제는 비록 적은 월급이지만 매달 급여를 받고 있기에, 조금은 나에게 투자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역시 아직도 돈쓰는 것이 좀 무섭다.


그런 사람인고로, 주식이란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마치 티비 속 한지민이나 임윤아같은 여배우처럼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잘은 몰랐지만 얼마를 벌 수 있든지 '돈을 잃을 수도 있는 것' 이었고, 난 그런 리스크를 끔찍이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내게 돈이란 '안쓰고 저축하는 것'이 최고였다.


그런데 매일 뉴스를 보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에, 포털사이트를 기웃거리면서 3월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들이 주식 시장으로 몰려간다는 기사와 삼성전자를 대장주로 하는 '동학개미운동'에 대해 알게 되었다. 여러모로 경제적 자유를 쟁취할 기회를 상실해버린 90년대 생을 주축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덕분에 대폭락한 우량주들을 개인들이 사 모으는 현상을 그렇게 부른단다. 


3월 중순 무렵에 처음 뉴스를 접했을 때는 솔직히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 그러니까 지금이 기회다!!" 음.. 주식 시장은 보통 외국인과 기관들이 개인들을 털어먹는 곳이라는데, 그들이 매도하는 걸 개인들이 산다고 가격이 오를까? 아직 코로나도 안끝났는데.. 뭐 이런 지극히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근데 예상과는 달리 주가가 떨어지기는 커녕, V자 반등에 성공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고, 동학? 운동은 승리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5월이 넘어 주식차트를 봤을 때, 개인들이 매수했던 삼성전자, 카카오, SK 같은 대형 주식들은 3월 3주차 저점에 비해 2배 가량 오른 종목도 많았고, 이쯤되니 나도 점점 눈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진짜 너무 늦었다" 라는 박명수씨의 명언이 생각난다. 한국 코스피 시장은 이미 저점에서 사상 최고점을 돌파하고 있었다. 그럼 "에이 내가 잘못짚었네" 하고 돌아서면 되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주식으로 목돈을 번 장면들을 보고 있자니 배가 아팠던 걸까, 그 때부터 뒤늦은 주식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5월의 대부분을 서점에 가서 주식 관련 책을 읽고, 유투브 주식채널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거기서 얻은 결론은 한국 시장에 들어가긴 진짜 너무 늦었다는 것과 대세는 미국 주식이라는 것이었고, 증권사 어플을 설치하고 한동안 미국 주식시장을 관망하기 시작했다. 사실 미국 시장도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코로나 바이러스가 굉장히 심하기 때문에, 정보통신주들을 제외하고는 주가 급락에서 아직 회복하지 못한 우량주들이 꽤나 많이 보였다. 이게 문제였다.


내가 주식때문에 밤잠 설쳐가며 고민하는 시기가 올 줄이야..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고, 워렌 버핏의 대량 매도로 나락을 찍은 미국 항공주를 살까 말까, 엄청난 고민에 휩싸였다. 완전한 저점 매수엔 실패했지만 지금 들어가도 원래 주가의 반토막, 하지만 미국은 아직 코로나가 한창이고 항공산업의 미래가 어둡다고 하는데.. 갑자기 하루만에 40% 주가가 상승하고.. 으악


주식을 공부하면서 '가치 투자'와 '미래를 본 장기 투자'가 중요한 요소라는 걸 수없이 배웠는데, 눈 앞에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들을 지켜보다 보니 '가치 투자고 뭐고, 지금은 배팅을 할 때'라는 생각에 은행 적금을 해지하고 증권사에 돈을 넣고 매수하기 직전, 내 무의식 속 짠돌이 근성이 이성의 끈을 붙잡아준 건지 결국 그냥 포기했다. 나같은 새가슴이 들어가기엔 지금은 너무 리스크가 크다. 


난 지금까지 경제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단순히 안쓰는 것이 돈을 모으는 것의 전부라고 생각해왔었다. 그리고 그 결과 10년만에 찾아온 기회를 날렸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계 경제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고, 동시에 내 경제 관념도 바꿔놓았다. 남들 돈버는 걸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건 좀 분하지만 뭐 어쩌겠나. 내가 몰랐으니까. 이제 좀 털어버리고, 짠돌이답게 최대한 보수적으로 투자에 대해 생각해봐야겠다. 어차피 금리도 바닥을 찍었고 시중에 돈도 너무 많이 풀려서 저금같은건 의미가 없어져 버렸으니까.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종합해서 앞 날을 보면, 코로나가 이번년도에 잡히지 않으면 확실히 세계 경제는 무너진다. 주식시장이 아무리 V자 반등에 성공했어도, 결국 연말에 더블딥에 빠지고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미국 연준이 달러를 비이성적으로 풀고 있는데, 환율이 아직도 1200원 대 머물러 있다. 원화가치는 조만간 폭락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혼란속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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