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주식시장의 폭락, 동결된 최저금리, 화폐 가치가 낮아질게 뻔한 미친듯한 현금 살포는 금융에 대해 무지했던 나같은 사람을 주식시장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너도 나도 돈놓고 돈먹기에 혈안이 되어 어떤 사회적 현상으로 까지 발전된 이 분위기에 휩쓸렸고, 단순히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 자산이 줄어든다는 것이 두려웠다.
그러나 막상 시장에 들어와 끊임없이 치솟는 시장을 바라보면서 그 두려움은 욕심이 되었고, 난 2020년 6월의 어느순간부터 돈 놀이에 집착하는 삶을 살고있었다.
금융시장에 전혀 문외한이였기에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미국 금융시장의 역사와, 유명한 투자자들의 서적들,주식 트레이더들의 유튜브 강좌에 더해서 직접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번역하며 시장을 살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배움의 모자람보다, 겸손의 부재에 있었다.
천성이 그렇다고 할 수밖에 없겠지만, 희한하게도 난 시장 비관론자로 태어난 것 같다. 시장이 끊임없이 치솟을 때 열광하기보다, 그 뒤에 찾아올 폭락을 기대했다. 걱정한게 아니라, 기대했었다. 상승장세에 축배를 드는 많은 사람들을 속으로 비웃고 스스로 한 수 앞을 본다는 우월감에 빠져 있었다.
시장이 워낙 좋았기에 나 역시 여러가지 투자를 했지만, 매수 뒤에는 어김없이 하락을 의식했고, 많은 사람들이 사지않는 종목을 고르고 언젠가의 하락장에 나홀로 무사하리라 생각했다.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사 브릿지워터의 대표, 레이달리오의 책 원칙(Principle)을 읽어보면 평생 금융시장에서 성공한 몇 안되는 사람들 중 가장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이 대가조차도 '내가 언제나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으라는 조언을 한다. 또한 여러 인터뷰에서 본인은 물론, 대형 투자회사인 브릿지워터도 시장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난 이 책을 몇달 전에 읽었지만, 이 가르침을 잊어버렸고 마음 속 오만을 다스리지 못했다.
혼란스러운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법인세 인상을 외치는 바이든의 당선, 코로나의 2차 대유행, 소극적이 된 Fed와 미국 의회에서의 부양책 결렬, 그리고 무엇보다 비이성적으로 상승하는 나스닥을 보면서, 함부로 시장을 예측했고 결국 충동적으로 시장의 하락에 베팅을 했다.
두려움에 휩쓸려 얼떨결에 시장에 들어온 풋내기인 주제에 수많은 전문 투자사들도 실패하는 Short 이라니..
더군다나 난 돈놓고 돈먹기가 아닌, 진정한 투자는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난 반대로 행동했고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다른 사람들의 실패담을 읽으며 무언가 배웠다고 생각했지만, 정말로 온전히 경험하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이번 실패를 계기로 더 이상은 시장을 예측하는 것도, 내가 옳다는 오만함도, 어설픈 확신도 모두 내려놓겠다.
아직 생은 길고, 투자할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 지금 나의 이 고통과 반성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