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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빈 May 31. 2024

젊을때 여행 vs 노후의 여행

척척박사님 가르쳐주세요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젊을 때 해외여행을 다녀야 시야가 넓어지고 체력이 좋으니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거야' 그래서인지 대학생이 되면 다들 유럽여행 한번쯤은 다녀오는 편이다. 물론 나는 비용적인 부분 그리고 언어의 장벽으로 해외를 나가본 적이 별로 없다.


 개인적으로는 나이를 어느정도 먹고 여유가 생겼을 때 해외여행을 가보고 싶다. 젊을땐 국내를 많이 다니고 싶다. 큰 이유는 없지만, 없는 살림에 해외를 가서 경험을 쌓아봤자 얼마나 쌓을까 싶다는 것이다. 말도 안통해, 혼자 다니기 무서워, 적극적이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차라리 패키지 여행이 좋다. 


 또한 경험 역시 해외에서만 쌓아야 하는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많은  볼거리, 알거리가 많은데 굳이 굳이 다른 나라에 가서 무언가를 알아야 하냐는 입장이다. 피라미드를 보고, 콜로세움을 보고, 에펠탑을 본다한들 이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어쩌구 하는 것이나, 경주에 가서 첨성대 보고 부여에 가서 연리지 보고 제주도 가서 4.3 평화박물관에 가는 것이 조금 더 좋지 않을까? 물론 내가 애국보수는 아니지만 이렇게 생각한 이유도 있다.


 나는 제주도를 참 좋아한다. 성인이 되었을때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간 곳이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은 비행기를 타고 혼자 차를 빌려 돌아다니고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모르는 사람들과 같은 방을 쓰는 새로운 감각이 좋았다. 덕분인지 여유가 되면 분기별로 제주도를 가는 편이고, 10년 동안 40번 이상을 다녀갔다. 관광지도에 나와있는 모든 곳들은 가봤으며 나만 알고 있는 맛집도 많이 생긴 편이다. 그러다 백수 시절 큰 마음 먹고 제주도에서 한달을 살기로 했다.


 인생에 있어 첫 쉼을 제주도로 갔을 때, 우연하게 땅굴을 간 적이 있다. 태평양 전쟁 시기에 일본군이 미군으로부터 본토를 방어하기 위해 제주도에 약 79개의 땅굴을 만든 것이다. 오름을 올라 들어간 땅굴은 난생 처음 경험해보는 오싹함이 있었다. 조명도 있고, 다른 사람들도 있었는데 괜히 무서웠다. 이 계기로 4.3 평화박물관을 들렀는데, 그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단순히 풍경이 예쁘고 볼거리가 많고 관광지가 많아 다녔던 제주도의 땅아래에는 수많은 제주도민의 유해가 잠들어있던 것이다.


 이런 사건이 있는 줄도 몰랐던 나는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제주도를 다녔던 것이다. 그게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이때부터 여행은 국내를 먼저 다니자는 생각을 했다. 학교에서 배운 것들 이외에는 전혀 알지 못하는  과거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벌어진 일도 모르는 내가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탐방한다고 해서 얼마나 경험치가 쌓일 것이며 내 시야가 넓어지겠냐 싶다.  쇄국정책을 응원한 면암 최익현의 직계 자손답게 보수적인 성격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어찌되었든 젊어서 고생, 노후의 여유를 추구한다기보다는 젊을때 할 수 있는걸 하고, 늙어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다. 여행의 이유와 본질을 파악하고 의미깊은 경험을 쌓고 싶다는건 아니지만 알건 알고 좋은 풍경을 보고싶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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