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정(2021)은 《일의 격》에서 스트레스는 나의 친구요 나의 도전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스트레스 없이 지내면 마냥 편할 것만 같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삶이 지나치게 건조해지고 무기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삶에는 적당한 위기감과 긴장감이 필요하다. 한없이 평화로운 순간이 아닌 적당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일들이 떠오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너무 바빠서 글을 씁니다
나는 첫 책인 《선생님, 오늘도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를 2022년 6월에 출간했다. 2021년에 처음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해서, 약 1년여 만에 책으로 출간까지 하게 되었다. 혹자는 내가 그 시기에 휴직했거나, 갑자기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서 책을 썼냐고 묻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2021년과 2022년은 가장 바쁘고 정신없던 시기였다. 2020년에 가정에서는 자녀가 태어났고, 학교에서는 6학년 담임을 맡아서 학생들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낮에는 학교로 출근하고, 밤에는 초보 아빠로 정신없이 육아를 담당했다. 내가 처음 글을 쓰고, 첫 책을 출간한 시기는 아이가 태어나고 본격적으로 육아가 시작되던 시기였다.
아이가 태어난 후, 갑자기 내 개인 시간이 사라져 버렸다. 낮에는 6학년을 지도하는 일이 바빠서 다른 일을 할 틈이 없었고, 집에 돌아오면 2~3시간마다 자다 깨기를 반복하는 아이에게 매여서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시간을 계획해서 활용하는 데 익숙했지만, 나를 위해 잠깐의 틈조차 낼 수가 없게 되었다. 시간이 조금 흘러서 생후 12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 저녁에 1시간 남짓의 여유 시간이 생겼다. 그 한 시간이 하루 중 유일하게 나를 위해서 쓸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이었다. 그 한 시간을 1분 1초도 허투루 쓸 수가 없었다. 시간을 아끼고 아껴서, 오로지 나만을 위해 의미 있게 그 시간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유용하게 보내면 좋을지 한참을 고심했다. 고심 끝에 그 시간에 글쓰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틈날 때마다 인터넷 공간에 한 편씩 글로 내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내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으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내 글을 읽은 주변 사람들의 응원까지 받으니 없던 기운도 샘솟았다. 또한, 한 편의 글을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이 나를 몹시 흥분시켰다. 그렇게 글이 하나하나 쌓여서, 글이 30편이 되어서 단행본 책으로 출간까지 하게 되었다.
학교 일, 가정 일 쉬운 게 하나도 없어서
사실 육아를 떠나서, 우리가 학교에서 교사로 살아내는 일 자체만으로도 쉽지가 않다. 특히 담임을 맡을 때는 더욱더 그렇다. 초등 담임은 아침부터 학급에서 학생들을 맞이한다. 쉬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아이들을 살피고 또 6교시 수업을 해야 한다. 6교시 수업을 다 마치고 나면, 퇴근 전까지 1시간 반에서 2시간가량 시간이 남는다. 그 시간 안에 다음 날 수업 준비와 학교 업무, 담임 업무까지 모두 처리한다. 쉼 없이 일해도, 수업 준비도, 업무처리도 제대로 끝내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럴 때는 초과 근무를 하거나, 퇴근 후 집이나 카페에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교사가 시간적으로도 쫓기지만, 정서적으로도 여유가 없다. 학교에서 25명가량의 학생과 온종일 부대끼며 감정을 주고받아야 한다. 사춘기 시절 그들이 느끼는 불안정한 감정을 유일한 어른인 내가 고스란히 받아내야 한다. 또 다수가 모인 교실에서 크고 작은 갈등도 많다. 때로는 판사처럼 아이들의 잘잘못을 가려내야 하고, 상담사가 되어 아이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기도 해야 한다. 어떨 때는 따뜻한 부모가 되어야 하고, 또 다른 경우에는 엄한 선생님이 되기도 한다.
학생들과 즐거운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아직 미숙하기에, 어린아이가 교사에게 무례한 말을 할 때도 있다. 괜찮은 척 넘어가지만 그 말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온종일 머릿속을 맴돈다. 아이들의 부모인 학부모도 우리가 상대해야 할 대상이다. 수시로 문자나 전화로 아이들의 상태를 알리고, 또 상담해야 한다. 동료 교사와 관리자도 늘 곁에 두고 만나야 한다. 같은 학년 교사와 소통하며 서로의 일상을 나누고, 또 관리자와 업무적인 일로 또 사적인 일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체력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에너지가 모두 소진된 채 집에 돌아오지만 거기서 끝난 게 아니다. 집안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배우자와 자녀와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서로 이야기하고, 밀린 집안일도 해야 한다. 비단 어린아이를 육아할 때뿐 아니라, 어린아이가 없더라도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하기에는 교사에게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교사를 그만두면 자유로워질까
교사가 된 후 매일 여유가 없고, 반복되는 일상이 이어진다. 이런 시간이 계속되니 답답함이 몰려온다. 그럴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교사를 그만두면 몸도 맘도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교사라는 옷을 벗어던지기만 하면, 그동안 꿈꾸던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글도 여유 있게 마음껏 쓸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주제로 유튜브도 마음껏 만들 수 있고…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의원면직하고 일상에서 벗어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틀에 짜인 교사라는 직책을 벗어나면, 창의적인 생각이 샘솟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평화로운 상황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매일 새로울 게 없어 보이는 학교지만, 그 안에서 다채로운 일들이 벌어진다. 맑은 아이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매일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무궁한 글쓰기의 원천이 된다. 또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따뜻한 경험만 엮어도 유튜브 수십 편은 제작할 수 있다.
이처럼, 교직 생활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또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부캐를 갖고 여러가지 일을 병행하려면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부족한 시간은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내가 고심 끝에 얻은 결론이 있다. 그건, 바로 짧은 시간을 집중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온종일 써도 잘 써지지 않던 글이, 마감 한 시간을 앞두고는 일사천리로 써질 때가 있다. 온종일 공부해도 암기가 잘 안 되었는데, 시험을 앞두고는 내용이 머리에 쏙쏙 박히곤 한다. 똑같은 한 시간이라도, 집중 여부에 따라서 3시간처럼 알차게 사용할 수도 있고 10분만큼 쓸모없게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퇴근 후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퇴근 후 집중해서 사용할 수 있는 1시간이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기에 충분하다. 1시간이 일주일간 모이면 7시간이 되고, 한 달간 모이면 30시간이 된다. 30시간은 무언가 새로운 성취를 이루기에 절대로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다. 1년 동안 꾸준히 실천할 수 있다면, 우리가 새롭게 이룰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시간이 없어서, 퇴근 후 무언가새로운 일을 할 수 없다는 건 사실 핑계에 불과하다. 실은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이 없는 게 아닐까.
(참고로, 교사는 교직 활동 이외에 영리 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언급하는 부가적인 일은 겸직 신고를 한 후에, 퇴근 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