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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샘 Aug 20. 2024

평범한 내 글도 책이 될까요

평범한 교사가 전하는 특별한 이야기

평범한 내 글도 책이 될까     


 글을 모아서 책을 출간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 후로 한 편 두 편 글을 모았다. 그런데 막상 글을 다 모으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든다. 내 글을 출판사에서 책으로 출간해줄까? 또한, 출간이 된다고 해도 내 책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까? 《내 글도 책이 될까요》 이해사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을 크게 네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 인생의 곡절이 있는 사람, 아주 유명한 사람, 마지막으로 일반인이다. 우리는 전문가나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이다. 유명한 사람이 출간한다면 그 자체로 주목받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인이기 때문에 내 글이 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서점에서 출간 후 사람들에게 꾸준하게 주목받고 있는 책을 살펴보자. 아들을 세계적인 축구선수로 길러낸 아버지의 이야기, 장관과 국회의원을 역임한 작가의 정치 이야기. 그들과 비교하면 내 글은 지극히 단조로워 보인다. 평범하고 무난한 내 글도 출간의 의미가 있을까?     


평범한 이야기 속 숨겨진 특별함     


 TV를 보는데 한 유명인이 자신의 집을 소개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는 강남에 대형 평수의 집이 있고, 지방에는 큰 단독주택을 지어서 별장처럼 사용한다고 말했다. 별장을 구석구석 소개하다가 갑자기 특별한 곳이 있다며 사람들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집 안에 있는 개인용 찜질방이 등장했다. 그 장면에서 나는 얼른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의 삶이 나와 너무 동떨어져 있고 괴리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집 한 채 마련하는 것도 버거운 평범한 서민으로서 그의 삶과 나의 삶에서 접점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를 한참 동안 바라봤지만, 괜히 찜찜한 마음만 생겼다. 물론 그의 특별한 이야기를 통해 도전을 받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괴리감과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마찬가지로 특별한 이야기에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평범한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많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부대끼며 만나는 앞에서 언급한 유명인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다. 생계를 위해서 직장에 다니고 다달이 월급을 받으며 사는 사람들 말이다. 단조로워 보이는 삶이지만 그 속에도 이야기가 존재한다. 학교에서 온종일 아이들과 부대끼며 사는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우리는 모두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오랜 시간 함께 보내는 아이들의 삶 속에는 특별함이 많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몇 해 전에 김소영 작가가 쓴 《어린이라는 세계》는 책이 사람들에게 주목받았다. 《어린이라는 세계》 속 등장인물은 지극히 평범하다. 글쓰기 강사인 저자와 글쓰기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다. 책의 내용도 작가와 아이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대부분이다. 자극적이지 않고 소소한 내용으로 가득한 이 책을 읽으며 크게 감동하였다. 대화 속에서 아이들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이 생생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고 난 후에 내가 매일 만나는 아이들과 사소한 일상이 아름답고 특별한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오랜 시간 학생들과 시간을 보낸다는 점에서 김소영 작가와 나 사이에는 크게 다른 점이 없다. 하지만 명확한 차이가 있었다. 그는 소소한 일상을 정리해서 글로 기록했고 나는 그러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소영 작가는 평범한 일반인도 특별한 순간을 잘 포착하기만 한다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수수한 교사도 매일의 삶 속에서 특별한 순간을 맞이한다. 그 순간을 적확하게 포착하고 정리할 수만 있다면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평범한 교사가 전하는 특별한 이야기     


 나도 그 사실을 깨달은 이후로 학교에서의 일상을 꾸준히 기록했다. 이후에 학교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선생님, 오늘도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를 출간할 수 있었다. 첫 책 출간 이후에는 아이들과의 삶뿐만 아니라 교단에 서 있는 나의 삶도 깊이 탐색해 보았다. 나는 발령 첫해 전교생이 13명인 학교에 발령을 받았다. 그리고 1년을 채 마치지 못한 채 큰 병에 걸렸고 2년간 질병 휴직을 했다. 2년 후에 복직해서도 관리자, 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일상의 문제를 잘 풀고 싶어서 책을 읽고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답을 찾았다. 그 과정을 글로 정리해 가는 과정을 엮으니 또 한 권의 책이 되었다. 《교사 상담소》는 그렇게 탄생한 책이다.

 교사라면 교실 속에서 아이들과 수많은 일을 경험한다. 또한, 모든 교사가 교직 생활 속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에 직면한다. 내가 두 권의 책을 출간할 수 있었던 건 내가 특별한 교사라서가 아니다. 내가 특별했던 건 김소영 작가처럼 평범해 보이는 그 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책 쓰기가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음을 깨달았다. 소박한 사람에게도 일상 속에서 특별한 순간이 언제나 찾아오기 때문이다.

 종종 내 삶이 단조롭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과 지지고 볶으며 사는 일상이 지극히 단순해 보인다. 그런 무난한 일상 속에서도 특별한 순간을 포착해 보자. 평범한 일상을 정리하고 쓰다 보면 한 편의 글이 된다. 또 한 편의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생긴다. 결론적으로 평범한 내가 책을 통해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당신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요즈음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또 하나의 메시지가 생겼다. 바로 동료 교사들이 글을 쓰고 책을 쓰도록 독려하는 일이다. 학교 현장에는 학생들을 위해서 헌신하는 교사들이 많다. 그들은 밤낮을 고민하며 수업을 준비하고, 또 아이들에게 수업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노력한다. 안타까운 점은 그들의 노력과 열정 가득한 이야기가 자신의 교실 속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그들의 이야기가 주변 동료 교사에게도 전해지면 어떨까. 그들의 노력과 수고가 세상 밖으로 널리 퍼져나간다면 다른 동료 교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교직 생활에 활력을 잃은 교사들에게도 생기를 전해줄 수 있게 될 것이다.

 책은 대단하지 않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매개체일 뿐이다. 결국, 중요한 건 당신의 마음속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이다. 평범한 당신도 책을 통해 당신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마음껏 전달할 수 있다. 메시지도 있고 마음도 있지만, 책 쓰는 방법을 몰라서 고민하는 독자가 있다면 도움을 주고 싶다. 내가 전하고 싶은 이 메시지도 글을 통해 잘 전달되기를 소망한다. 당신의 소박한 일상을 통해서 새로운 희망을 얻게 될 수많은 독자가 있다. 나도 그런 독자이다. 골방에서 묵묵히 쓸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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