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틀 만들기
단조로움 속에서 특별함을 찾고 싶어서
학교의 일상은 단조롭다. 교사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같은 교실로 출근한다. 학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해진 시간에 등교해서 같은 자리에 앉아서 수업을 듣는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은 시간 대부분을 같은 담임교사와 함께 보낸다. 교사와 학생 모두 교실 속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루하루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학교에서 보내는 일상이 정말 단조롭기만 할까? 교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나는 단조로운 교실 속에서 특별함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교실 속 이야기를 글로 써보기로 했다.
편하게 하라는 말이 편하지 않아서
막상 쓰려고 하니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누군가는 에세이는 일기처럼 자유로운 글이니 그냥 편하게 쓰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편하게’라는 단어조차 전혀 편안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쓰고 싶은 말은 많은데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 답답했다. 근처 도서관에 가서 에세이를 여러 권 빌렸다. 한참 동안 에세이를 읽다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에세이 대부분이 저마다 나름의 틀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에세이를 쓸 때 자신만의 틀을 만들어 놓으면 훨씬 쉽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시행착오를 거쳐서 나름의 틀을 만들었다. 내가 만든 구조는 이랬다.
내 만든 글쓰기 틀
<다른 책 인용 → 대화 직접 제시 → 갈등 상황 기술 → 갈등 해결 → 깨달은 점 쓰기>
먼저 도입부에 다른 책에서 발견한 인상적인 구절을 인용한다. 책을 읽다 보면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나 구절이 있다. 그 구절을 깊이 탐색하다 보면 우리 반 이야기와 연결이 된다. 그렇게 새로운 글쓰기 소재가 생긴다. 나는 글쓰기 소재를 마련해 준 다른 책의 글 일부를 서두에 언급했다. 내가 쓴 글인 〈한 아이를 이해하는 출발점〉에는 무루 작가가 쓴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를 인용했다.
「우리 밖에 있는 존재들은 쉽게 배척된다. 울타리 밖에 있는 이들의 상처나 억울함, 슬픔과 죽음은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고려의 대상이 아닐 때가 많다. 우리의 안과 밖을 구분하는 담은 견고하고 높아서 일단 한 번 만들어지고 나면 좀처럼 허물 수가 없다. 그러니 방법은 하나뿐이다. 누군가 문을 여는 것.」
둘째, 해당 인물의 대화를 직접적으로 제시한다. 예를 들면 “오늘 선생님 가방 속에 있던 돈이 없어졌어요. 혹시 여러분 소지품도 없어졌나요?”라고 교사 또는 학생의 말을 큰따옴표를 이용하여 직접 옮기는 것이다. 대화 장면을 전면에 직접 제시하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셋째, 갈등 상황을 기술한다. 문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할 때는 육하원칙을 활용하면 좋다. 또한, 대화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제시하며 상황을 자세히 설명한다. 앞에서 언급한 〈한 아이를 이해하는 출발점〉 글의 갈등 상황은 교실 안에서 담임교사의 돈이 여러 번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흘러 도난 사건의 범인을 찾았지만 나는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갔다. 그 학생이 인지장애가 있는 학생이었기 때문이었다.
넷째, 갈등 해결 모습을 쓴다. 교사 대부분은 교실에서 발생한 문제를 가능하면 당일에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학생도 교사도 찜찜하기 마련이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글이 끝나버리면 글을 읽는 사람도 불편하다. 그래서 가능하면 해결 가능한 문제를 쓰면 좋다. 그리고 갈등 해결 과정도 자세하게 기술해야 한다. 앞의 사건에서 나는 우연히 학생의 가정방문을 가게 되었다. 부모님 혼자 학생을 키우고 있고, 학생이 가정과 학교에서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학생이 훔친 돈으로 친구들에게 간식을 사주면서 환심을 사려고 했음을 깨달았다. 그때 비로소 학생의 행동을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여섯째, 사건을 통해 깨달은 점을 쓴다. 단순히 사건만 나열하면 글이 단조로워진다. 풍성한 글이 되려면 글쓴이가 깨달은 점이 솔직하게 담겨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독자들에게도 잘 전달할 수 있다. 나는 앞의 글에서 교사가 30여 명의 무리를 상대하지만, 개별적으로 학생 한 명 한 명을 마음에 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적었다. 특히 약자에게는 더 마음을 써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썼다.
이런 식으로 나름의 글쓰기 틀을 만들고 나면 쓰는 게 훨씬 편해진다. 각기 다른 사건도 같은 틀 속에 넣고 비슷한 방식으로 쓰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글쓰기가 막연해서 도무지 진도가 안 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자신만의 글쓰기 틀을 만들어 보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