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편파적인 유권자
하지만 유통기한 있는 지지
2년 전에 정말 노력했다. 친구들과 선거 이야기는 자주 하지 않는데 그때는 너무 무서워서 이재명 지지를 설득했다. 정의당 지지자들에게도 호소했다. 나도 오랜 정의당, 녹색당 지지자였기 때문에 그 마음 알지만 윤석열을 막는 게 우선 아니냐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떨렸지만 정말 이것만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아는 활동가들이 일하는 센터가 하나씩 하나씩 문을 닫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에서 예산을 완전히 삭감했기 때문에. 당연히 여성, 장애인, 아동, 성평등 관련 센터들이 먼저 사라진다. 당장 다다음달에도 예산 삭감으로 문을 닫는 곳이 있다. 물론 정부는 환경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예상했던 것들인데도 내 살점이 뜯겨 나가는 것 같다.
선거공보물, 항상 읽지만 색과 정당을 완전히 빼고 읽을 수는 없다. 그럴 수 있는 유권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걸 자신하는 사람들에게 공약 블라인드 테스트를 추천하고 싶다. 민주당을 뽑지만 녹색정의당 공보물도 간직한다. 녹색정의당이라기 보단 '기후', '인권' 이런 단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단지 국민의힘 공약이나 정책이 대단히 싫어서 지지하지 않는 게 아니다. 공약이 나쁜 정당은 내가 보기에 별로 없다. 행정적 실현가능성이나 이행률이나 실효성에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자기 정당 공약 만들면서 나쁜 의도로 안 좋은 공약 적는 후보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
나는 편파적이다. 편파적이지 않은 사람은 세상에 없으니까.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있겠지. 편파성은 왜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 되었지? 내가 볼 땐 인간의 기본 요소인데. 모든 것에 균형을 이루는 시선은 존재할 수 없다. (특히 언론이 자본주의에 완전히 잡아먹힌 국가에선 균형 근처에 가는 것도 어렵다) 그러니까 "저번에는 국힘을 뽑고 이번에는 민주당을 뽑았다"고 해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해서, "공약을 철저하게 보고 투표한다"고 해서, "MBC도 보고 TV조선도 본다"고 해서 내가 <균형 잡힌 시선을 가진 편파적이지 않은 유권자>가 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 노력할 수는 있겠지만 내가 볼 땐 별을 따는 게 더 현실적인 꿈일 듯.
진보인 나에게 이재명과 민주당은 보수다. 세계적 기준으로 봐도 그렇다. 민주당은 보수다. 국민의힘은 수구다. 폭력적이다. 민주당에 들어와도 될 것 같은 '합리적 보수'가 몇몇 보이긴 하지만 결론적으로 국힘이 없어지(거나 완전히 힘을 잃)고 민주당이 한국의 보수정당으로 자리 잡아야 맞다. 이건 상식이 아닌가? 그날을 위해서 잘 싸울 것 같고 실제로 미친 듯이 싸워왔던 이재명을 지지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보수의 자리를 잘 잡고 나면 나는 바로 왼쪽으로 튈 거다. 그때까진 열심히 지지할 것이다. 하지만 "균형"성애자 가득한 한국에서 이걸 설명하기가 참 힘들다. 극우의 나라 한국에서 나는 얼마나 더 오래 버틸 수 있을까.
나에겐 놀라웠던 22대 총선을 바라보며 적음.
여론조작은 생각보다 쉽고 증거가 많아요. 영화 <댓글부대>를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