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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정신 Oct 30. 2020

사라진 꿈

  9년 전, 병원에 근무하면서 학교로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꿈을 잃었다.

 종양이 없어지고 돌아온 내 현실엔 나의 꿈도 사라져 버렸다.  이제 고냐 스톱이냐를 논할 만큼의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멈춘 듯했던 설사가 시작되었다. 손발톱의 염증도 고약하게 굴고. 사실 며칠 몸상태가 좋지 못했다. 

 뇌종양이 없어진 것만 해도 기적인데, 이후의 삶에 대해 다시 또 고민을 시작한 내 성격 탓도 했다. 막바지 더위 탓이었을까? 요즘엔 입맛도 없어 밀가루 음식이나 단 것에도 자꾸 손이 갔다. 그리고 며칠 연속 꿈도 꾸었다. 졸업 후 10년 넘게 손에 땀을 쥐게 했던 국시 보는 꿈은 이제 졸업했는데, 잘 기억나지 않는 조각들을 맞춰 보면 그런 류의 꿈같다. 

 살면서 현실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순 없지만, 지금도 항암제를 복용 중이고 전이나 재발은 평생 조심하고 살아야 할 내가, 그랬다. 이 병이 생기고 마음의 상태가 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건 알게 되었지만, 지금은 그 여파를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꿈이 사라진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친구 말대로 적당히 일하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살아도 나는 행복할 수 있을까? 인생은 혼자며 혼자 서야 하며, 죽음은 언젠가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올 수 있다는 것만 분명할 뿐. 그리고 죽음이 이럴진대 삶의 다른 일들은 더 말해 무엇하나. 40대의 하루하루가 버겁다.


https://youtu.be/bdQ-OKgBaVg

가을방학 '성주간' - 불교를 모태 신앙으로 물려주신 엄마의 처녀 시절 꿈은 수녀가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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