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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대 소녀 Oct 16. 2024

1) 그녀란 이름으로 세상과 만나다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인간의 삶을 보고 있노라면, 이는 봄에 돋는 여린 새싹의 운명과도, 

휘날리는 눈꽃과 세찬 바람 아래 앙상한 가지를 내밀며 굳건히 서 있는 나무들과도 운명을 같이 하는 듯 하다.

 

우리의 삶은 봄에서 시작하여 겨울을 향해 가는 여정으로, 우리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자연과 그 결을 같이 한다. 

까만 씨앗에서 어린 새싹이 돋고 어여쁜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 

겨우내 앙상했던 가지에 활기가 돋기 시작하는 봄을 지나 여름이 되면, 자연은 수줍게 숙였던 고개를 들기 시작하며 저마다의 아름다운 초록빛 싱그러움과 생동감을 만천하에 뽐내며 푸르름을 자랑한다. 

그러다 곧 가을이 되면 알록달록 색동저고리로 갈아 입은 오색빛깔 잎들이 패션쇼를 하듯, 

그러나 숙연히 발 아래로 떨어지고, 

곧 겨울의 매서운 바람과 냉랭한 공기가 시린 코 끝 아래 고요하고도 매혹적인 고독감을 선사한다. 

그러면서 다시 돌아올 따스한 봄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 

이른 아침, 밤새 쌓인 눈이 만든 새하얀 세상 풍경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남녀 불문 누구에게나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어른들에게는 신비로운 눈꽃의 세상을 눈에 담을 수 있음에 대한 감동과 감사함을,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흥분감을 안겨주며, 여름때와는 또 다른 생동감과 흥분을 야기시킨다. 


이렇듯, 우리 모두는 탄생하여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봄을 맞이하고, 여름과 가을을 거쳐 겨울을 경험하고 보내며 죽음을 맞이한다. 그 중 몇몇은 아쉽게도 일찍 시들어버리는 꽃처럼, 미리 베어진 나무처럼, 다른 이들보다 좀 더 빨리 겨울의 끝자락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저마다 자신을 내리쬐는 빛 아래 순응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진 우리는 이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길을 걸으며 유한한 생을 살아간다. 


현재 그녀의 나이 마흔 넷.

 지금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길 위에 움직임 없이 조용히 멈춰 서 있다. 

감사하게도, 여지껏 건강히 봄을 보내고, 여름의 중간쯤 온 듯한데, 더 이상 앞으로 발을 디딜 수가 없다. 요즘 시대 사십대란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여름의 시기로, 자신의 푸르름을 만천하에 드러내야 하는 때, 고개를 바짝 들고 지금껏 쌓아 올린 경력과 기반, 노력의 결실이 무너지지 않도록, 사회적 안정과 풍요를 향해 더욱 더 열띤 인생 박차를 가해야 할 시기인데, 무엇이 문제인 건가. 

고개를 바짝 올려 들때마다 엄습하는 불안감에 그녀는 어쩔 줄 몰라 서 있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과 녹음의 쾌활함이 그녀를 감싸 주리라 기대했건만 실제로 맞이한 여름은 그렇지 않았다. 어둡고 음침한 숲길로 길을 잘못 들어선 마냥 써늘했다. 싱그러운 생동감이 없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그녀는 멈칫 멈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다들 아무렇지 않다는 듯 숲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사십대의 여유로움과 활기참이 숲길 곳곳에서 보이고 들린다. 그녀 혼자 외딴섬에서 고뇌하고 있는 듯 한데 이를 어찌해야 할까. 


걷다가 멈추고, 걷다가 멈추고. 걷다가 멈춤을 수 없이 반복하다 이대로는 더 이상 안되겠다, 그녀는 다시 멈춰 서 하늘을 올려봤다. 드높은 하늘 위 빛나는 태양이 그녀에게 선사한 빛, 그녀에게 주어진 삶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의미도 모른 채 그저 이렇게 남들과 보폭을 맞춰 남들이 걷는 길을 따라 걸어가면 되는 걸까. 도대체 무엇을 향해 걸어가야 하는 것일까. 불안감이 엄습한다. 남은 여름과 다가올 가을, 그리고 겨울 풍경이 더 이상 기대되지 않으니 어쩌면 좋은가.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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