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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 사는 이야기 Aug 02. 2023

차가 털렸다.

내 멘털도 털렸다


호주의 치안은 안전하다면 안전한 편인데,

요 근래, 십 대 범죄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작은 자잘한 범죄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경각심을 가지곤 있었지만,

- 여기는 지역 페이스 북에 서로 사건 사고나, 가게들 오픈 소식을 공유하는데,

자잘한 범죄 사건이 종종 올라오긴 했다. 십 대들이 차 문을 열어 보고 다니는 거

집 앞 쓱 들어와 문을 열어 본다든지. 하는. cctv 사진 캡처가 자주 올라오기도 했다.


내 차가 도둑맞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아침에 아이들을 데려다주러 가려 차 문을 열자, 뭔가 다 뒤져져 있었음에도.

도둑이라고 생각하기보단

아이들이 먼저 차에 타고 있던지라 애들이 한 줄 알고,

“왜 이렇게 다 뒤져 놨어!” 하고 말았는데,,


있어야 할 나의 선글라스가 하나도 없이 쏙 사라지고 없었다. 앞 대시 보드 서랍이 싹 다 털려 있었다.


구찌.. 선글라스 신상 포함 두 개와 남편 선글라스가었는데,

그게 사라진걸 보니..


“어…. 이거 이상한대…”

집에 둔 건가?

하고 애들은 데려다주고 집을 샅샅이 뒤졌으나 나오지 않았다.


아.. 훔쳐갔구나.. 하는 생각에 남편에게도 연락해 선글라스가 다른 차에 있나 찾아보게 연락하고.

다른 차에도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쳇.. 그냥 잊어버리고 말자하고 있었다.. 속은 쓰리긴 한데.. 선글라스 세 개 잊어버렸다고 내 속을 타게 하기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침에 빨래를 널러 나가는 길에 내가 매일 신던 아디다스 슬리퍼 두 개도 사라지고 없었다.

내 것과 남 편 것.



아니.. 슬리퍼를? 거지야 뭐야.



… 하아…. 확실히 잔챙이 틴에이져가 분명하구먼…


그리고 일을 하러 가는 길에 보니,

차에 두고 뿌렸던 내 폴로 향수가 없어졌고..




내가 잊고 있었던,

급할 때 써야지 했던 카드도 쓰이고 있었다.

세븐 일레븐, 맥도널드, 우버 잇..으로 이것들이 300 불어치 넘게 아주 푸지게 x 먹고 있었다.


경찰에 신고하고,

급하게 카드를 정지하고,

그러자 점점 속이 쓰려 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간 낭비, 마음 낭비 하고 있자니 점점 짜증도 밀려왔다.

카드를 급히 정지하느라, 일하러 가는 것도 늦어져 버려,

나의 스트레스 지수는 치솟고.

이게 뭔 일인가 싶어. 멍하다가도 또 화가 나기를. 반복했다.



그중에서도 슬리퍼를 훔쳐간 게 제일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내 슬리퍼를 훔쳐가기 위해 내 발코니 앞까지 왔다는 거 자체가 소름 끼치게 싫었기 때문이다.


차야 조금 멀리 있다 쳐서 그랬다 하지만,

내 집 앞에 와서 분명 다 살펴보다 제일 만만한 슬리퍼를 가져갔다는 건데.


그리고 우리가 제일 자주 가는 맥도널드를 가서 햄버거를 사 먹고,

낄낄 거렸을 범죄자를 생각하니 이 근처 사는 아이는 확실히 맞는 거 같은데..

정말 누굴까? 왜 그랬을까?

그 밤에 그러고 다니고 싶을까?




경찰과 이야기하며,

그래도 이만 하길 다행이라며

“ it could be worse”라고 했다. 더 심하게 당할 수 도 있었으니 이만 하길 다행이라는 뜻.

그래.. 그렇지.


애들 안 다치고, 차도 멀쩡하니..

더 큰일 안 일어났으니 됐지.


호주에서 범죄가 크게 일어난 경찰이 급히 와야 하는 상황이라면

000을 눌러야 하는데.

만약, 좀 늦게 와서 점검하고 리포트하는 거라면.


폴리스 링크로 가서

온라인 리포트를 작성할 수 있다.


그러면 경찰이 팔로업을 하러 집에 오는데,

그때 핑거 프린트를 가져가니,

그 자리를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다.

(난 첨엔 그저 선글라스 두 개로 퉁치려고 내 핑거 프린트를 다 묻혀서.. 실패..)



여하튼, 안전한 호주 생활을 하려면,

일단은 내가 더 주의하며 사는 게..

똥을 피하는 길인 거 같다.

차 문도 잘 잠그고,

문도 잘 잠그고..


이런 쓸데없는 마음고생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눈물을 닦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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