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연신 안개가 짙다. 명랑한 사람도 우울증이 걸릴 정도랄까.
따뜻한 히터에 등을 붙이고 한국에서 온 전화를 받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앞집 할아버지 베뻬가 수술 후 불편한 다리까지 끌고 급히 날 찾아왔다.
“저기, 저 모퉁이 집에서 사람이 몸을 던졌어.”
“네?”
2층. 한국 식으로 치면 3층 높이 단독 주택 발코니에서 누군가 몸을 던졌단다.
자기 집 발코니에서…….
그렇게 쉽게.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다니.
무슨 예술 영화나 호러 영화도 아니고. 이 작은 시골 마을에서 투신자살이라니, 잔혹한 농담인 것 만 같다. 급히 삐뽀삐뽀 앰뷸런스가 달려오고, 집 앞에 난 좁은 도로는 순식간에 봉쇄되었다.
2년 가까이 이 작은 동네에 이사와 살면서도, 창 아래로 몸을 던졌다는 사람에 대해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일면식도 없던 한 이웃의 죽음. 루마니아 사람이라고 했던가? 아주 가끔씩만 미장일을 했다는. 자식이 둘에 부인도 있다고 했다. 아……. 그런데 그렇게 툭! 하고 몸을 던져버리다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지나가면서라도 ‘ciao 챠오’하고 한 번도 인사한 적이 없는, 얼굴도 떠올릴 수 없는 한 이웃을 생각하는 밤이다.
2023년 1월 18일, 짙은 안개가 계속되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