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cord Jun 19. 2021

멘델스존, 림스키 코르사코프


무언가에 이끌려 갑자기 클래식 공연이 보고 싶어 졌다. 퇴근 후 예매하고, 바로 찾아간 예술의 전당. 전시가 아닌 공연을 보러 가는 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붐비는 인파 속 공연장으로 향하는 마음이 설레었다. 공연 한 시간 전에 예매한 것 치고 다행히 좋은 좌석에 배정받았다. 하프 소리가 이렇게나 아름다운지 처음 알게 되었다. 유리구슬이 물에 흘러가 듯한 청량한 소리에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교향곡 두곡을 들었는데, 사실 살짝 졸음이 몰려왔다. 퇴근 후 피곤해서 그런가 하고 자세를 바꾸거나 괜히 눈을 더 번쩍 뜨고 잠을 깨느라 애썼다. 공연이 끝나고 지휘자분께서 연주하는 사람도 힘들고, 듣는 사람도 조금 힘든 교황곡을 두곡이나 듣느라 수고 많으셨다는 말에 관객 모두 웃음을 지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ㅎㅎ)



예전엔 공연을 볼 때 그저 그 순간에만 집중했는데, 이제는 연주자 한 명 한 명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 사람의 인생에 대입해본다 할까. 나와 다른 직업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신기하고 관심이 가게 되었다. 다른 점에 끌리나 보다. 물론 그 뒤에는 수많은 연습과 흘린 땀들이 있겠지만, 한편으론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하는 것을 업으로 두었다니.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너무 멋지고, 아름다워 보였다. 


아무쪼록 오랜만에 공연장의 수많은 박수갈채를 듣고, 나도 온 힘껏 박수를 치고 아주 좋은 활력이 되었다. 요즘 삶에 치여 탁해졌던 내 눈빛이 조금이나마 초롱초롱해진 기분이다.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작은 빗줄기가 내렸다. 어둠 속 환히 비치는 조명들을 지나 음악소리와 함께 나오는 분수쇼는 예술의 전당을 잠시나마 파리로 만들어주었다.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처럼 잠깐 다른 세상에 다녀온 느낌이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을 꿈꾸면 안 된다. 현재, 지금 순간들을 매일 내가 살고 싶은 삶으로,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면 된다. 세상에서 가장 바꾸기 쉬운 것은 나 자신이니까. 집으로 들어와 잠에 들기 전, 노트북을 켜보니 오늘의 글이 눈에 띄었다. Your mind will take the shape of what you frequently hold in thought, for the human spirit is colered by such impressions. 오늘 내가 느낀 기분에 딱 부합하는 말이라 신기하다.








작가의 이전글 THINK AGAIN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