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엔딩 블라블라 - 선풍기
고마움도 때로는 번거롭다
늦봄부터 나와있던 선풍기가
가을에 들어선 이제는 들어갈 때이다.
사실 어제 일요일에 정리했어야 했다.
날개와 안전망을 분리하여
묵은 먼지를 씻겨내고 잘 닦아서
비닐에 싸서 창고에 넣어야 했는데,
젖은 머리카락을 헤어드라이기가 아닌
선풍기에 말리고 말았다.
그렇게 선풍기는 세 계절을 보내고
또 네 번째 계절인 겨울을 맞이할지 모른다.
작년에 그랬든 올해도, 내년에도 자리를 계속 지킬지 알 수없다.
확실한 건
고마움조차 번거로움에 표현하지 못하는 나 때문에,
누군가는 휴식조차 없다는 점이다.
고마움은
'미안하다'가 아니라 '고맙다'로 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