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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영 soo May 03. 2020

17세기, 18세기의 미인점, 매력점

에 관한 이야기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얼굴에 난 점의 위치에 따라 운명을 점치거나 연구하는 학문인 관상학이 존재했다.
오늘날에는 여기에 미용학적인 측면을 더해 현대 성형기술로 인위적으로 점을 박아 넣거나 빼기도 하거나, 사용하기 쉽고 원하는 부분에 점을 붙이거나, 제거할 수 있는 뷰티 패치가 나오기도 하였다.
동양에서의 관상학은 자연적으로 피부에 선천적 후천적으로 생긴 일종의 얼룩을 통해 사람의 성격이나 미래를 예측해보는 것이라면, 인위적으로 점을 새기거나 붙이는 문화는 현대에 들어와서야 정착하게 된 것 같다.


 유행의 시작

하지만, 17 세기에서 18 세기 사이 유럽에서 인위적으로 점을 만들어 풀로 붙이는 것이 이미 패션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었다. 점이 유럽에서 유행하게 된 계기에 관해 여러 설이 존재하나, 가장 유력한 설은 십자가 전쟁 때 중앙아시아에서 유입되었다는 것이다. 이때 페르시아인 이나 아랍인들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나 있는 검은색 또는 갈색 점이 서양인에게는 미적으로 보였을 것이라는 것이고, 이를 모방하기 위해 점을 만들어 붙이는 것이 패션으로 정착했다는 것이다.
여하튼, 본격적으로 유럽에서 점 패션이 시작된 것은 17 세기 무렵의 루이 13 세 재위 기간부터이다. 불어로는 무슈 mouches라고 부르는데 이 단어는 곤충 파리를 가리키기도 한다. 따라서, 당시의 시인들이 무슈 단어 사용으로 이 두 가지 뜻을 동시에 가리키는 은유적인 시를 많이 지어내기도 하였다.


을 만드는 재료

무슈는 타프타 taffeta, 실크 silk, 벨벳 velvet 등의 어두운 색깔의 고급스러운 천을 사용하여 둥근 원형대로 잘라 만들었으며, 더욱 유행을 거듭할수록 가장자리가 빛나는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럭셔리한 점들도 등장하게 된다.


의 역할

점은 얼굴에서 단점을 감추면서 장점을 더욱 부각하는 역할을 동시에 하였는데, 즉 특정 매력 포인트를 강조하는 역할을 하거나, 상처나 여드름을 가려주는 두 가지 역할을 하였다. 매력점으로서의 무슈는 얼굴의 피부 색깔을 더욱 밝고 희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불러오기도 했기 때문에, 상류층 여인들 사이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 화장 용품 중에 하나였다. 게다가 여자들은 물론이고 남자들도 무슈를 얼굴에 붙이고 다니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점. 점. 점......

1.마리 안 크리스틴 빅투아르 드 바비에르, 프랑스 왕세자비.

위의 패션 일러스트 N°1의 주인공은 ‘마리 안 크리스틴 빅투아르 드 바비에르’라는 인물이다. 1660 년 독일 왕족의 일원으로 뮌헨에서 태어나, 1680 년 루이 14 세의 왕위 계승 1 위였던 첫 번째 아들 (Louis 1661-1711, 왕위 계승 전에 사망)과 결혼하여 왕세자비가 되었다. 이마, 오른쪽 볼 그리고 코 옆 3 개의 점을 붙였다.


2.개를 안고 있는 '마리 안 크리스틴 빅투아르 드 바비에르', 프랑스 왕세자비


3. ‘마리 안 크리스틴 빅투아르 드 바비에르’ 초상화, 프랑스 왕세자비

같은 인물을 표현한 개를 팔에 안고 있는 그림 N°2 에서는 최소 4 개의 점이 보이며, 또 다른 그림 N°3 에서는 최소 5 개의 점이 보인다. 무척이나 무슈의 사용을 애용했던 패션더 중 한 명이었음에 틀림없다.



4. 18세기 유명했던 가수 '피에르 드 젤리옷뜨' Pierre de Jelyotte (여장 남자)

얼굴에 점을 붙이는 위치는 머리 끝에서부터 얼굴, 가슴, 유두, 손등 위까지 다양했으며, 붙이는 숫자도 많게는 서른 개를 넘기도 했다 N°4.


5. 캐리커쳐 '무슈'

N°5 그림은 17 세기 것으로 무슈의 유행을 표현한 캐리커쳐인데, 이 시대의 여인들이 얼마나 점을 중요한 유행 아이템으로 여겼는지 엿볼 수 있다. 두 번째 네 번째 여섯 번째 여인들은 상당히 많은 수의 점을 온갖 부위에 붙이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왼쪽에서 두 번째 여인은 이마에서부터 얼굴, 가슴, 유방 윗부분, 옷의 윗부분까지 각종 부위에 둥근 모양, 길쭉한 모양, 초승달 모양의 수많은 무슈를 붙이고 있다. 그림에서 결정적으로 재미있는 장면은 떼를 지어 날아오는 파리들을 '맞고'있는 왼쪽에서 세 번째 여인의 모습인데, 무슈의 두 가지 뜻 (곤충 파리 또는 점)을 이용해 이 당시의 패션 유행 -점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을 비판하고 있는 숨은 뜻이 담겨있다.


6.위치에 따른 점의 명칭

특히 얼굴에 붙이는 점은 위치에 따라 명칭이 달랐으며, 또한 그 의미하는 바가 달랐다. N°6

눈 주위에 붙이는 점은 열정점이고, La passionnée
이마 중간에 붙이는 점은 위엄 있는 점, La majestueuse
볼 보조개 끝에 붙이는 점은 웃음을 불러오는 점, L’enjouée
볼 중간에 붙이는 점은 공손점, La galante
입술가 끝에 붙이는 점은 입맞춤을 불러일으키는 점, (일명 뽀뽀점이라
칭하겠다), La baiseuse
콧등에 붙이는 점은 활동점이고, La gaillarde
입술 위에 붙이는 점은 애교점, La coquette
아래 입술 바로 아래턱에 붙이는 점은 수줍점을 의미했다. La discrète

7. 17 세기의 다양한 모양의 얼굴 점

원래 패션의 본질은 모방을 통하여 동질감을 추구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하는 것이라 했던가? 무슈의 모양도 둥근 점에서 출발하였으나, 마차를 끄는 말의 모양, 집 모양, 나무 모양, 별 모양, 눈 밑의 초승달 모양 등 다양한 모양으로 퍼져나갔다. N° 7


또한 패션은 때와 장소에 따라 맞추는 것이라 하였는가? 무슈도 이들 조건에 맞는 모양과 크기를 착용하라는 일종의 법칙이 만들어졌다. 길쭉한 모양의 점은 특히 댄스파티에 갈 때 권장되었는데, 이유는 춤을 출 때 불빛에 가장 잘 비추어질 수 있는 최적의 모양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었으며, 가장 크고 가장 긴 모양의 점은 왕실에서 주관하는 귀족 사교 모임 (여인은 왕에게 정인으로 간택될 수 있었으므로 신분상승의 기회가 되기도 함. )에 권장되었는데 이유는 가장 멀리서도 눈에 뜨일 수 있게 함이었다.

8.아침, 화장하고 있 는 여인

무슈를 언제나 쉽게 사용 또는 보관할 수 용도로 만든 작은 합 N°8 이 있었는데, 이 합은 빠질 수 없는 필수 결혼예물 목록 중 하나이기도 했다. 루이 14 세의 결혼예물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바로는, 금으로 장식된 큰 상자 안 (우리로 치면 결혼 함에 해당되겠다)에는 금, 다이아몬드로 된 각종 보물과, 시계, 장갑, 거울, 무슈 보관용 합, 작은 향수병들, 가위, 칼, 이쑤시개 보관용 주머니, 침대 옆에 두는 작은 그림, 여러 개의 십자가, 십자가 달린 목걸이 등이 있었다고 한다.


9. ‘덩죠 Dangeau’ 후작 부인 초상

무슈 보관 용 합은 여러 형태와 재료로 만들어졌는데, 합 안에 거울이 장착되어있는 것이나 다른 장신구나 향수, 화장품 분가루나 입술연지 반죽 등을 같이 보관할 수 있는 것 등이다. 그림 N°9 은 17 세기의 후작부인을 묘사한 것으로, 핀셋을 이용해 무슈를 붙이고 있는 모습이다. 그림에서와 같이 가발이나, 장신구 등을 이용하여 머리를 높게 올렸기 때문에, 머리를 앞으로 숙이지 않고 무슈를 붙이는 동작이 중요했으니, 이 휴대 용품 은 아주 편리한 것이었다. 18 세기에는 무슈가 보편화되면서, 보관합도 자연스럽게 어디에나 쉽게 휴대할 수 있는 필수품이 되었는데, 이는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쉽게 화장을 고치거나, 무슈를 제대로 다시 붙이거나 할 수 있는 데 아주 적격이었기 때문이었다.


에 관한 일화

그밖에 무슈가 미용이 아닌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던, 루이 15 세의 정인이었던 마담 퐁파두르 (Madame de Pompadour, 1721-1764) 후작부인에 관한 일화가 전해진다. 퐁파두루 후작 부인은 왕의 후광에 힘입어, 정치적인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당시 왕을 대신하여, 군대의 장교에게 일종의 군사 작전 전략이 담긴 편지를 보냈는데, 부인은 적으로부터 방어해야 할 곳과 적을 공격해야 할 위치 등을 표시하기 위한 도구로 무슈를 마치 포스트잇 또는 스티커 용도로 사용한 것이었다. 물론 후작부인이 제안한 군사 작전 전략은 적용되지 않은 대신, 무슈가 사용된 재미있는 형식의 편지 이야기가 소문으로 퍼졌다. 퐁파두루 후작부인은 자신에 관한 소문을 퍼트린 이 장교의 신중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 죽을 때까지 원망했다고 하며, 이렇게 후세에까지 무슈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로 남아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한때 유행하던 무슈 1789 년 프랑스 대혁명을 계기로 사라졌다가, 현대에 들어와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
입술 위의 점은 금발머리와 함께 마릴린 먼로 Marilyn Monroe의 상직적인 관능적인 매력 포인트로 기억되고 있으며, 백반증을 앓고 있는 위니 할로우 Winnie Harlow는 백색 반점의 덕택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패션모델이 되었다. 본인이 최근 재미있게 보았던 SBS 드라마, 하이에나 의 후반 부분에서 정금자 변호사 (김혜수 분)가 일종의 ‘변장술’로 빨간 드레스를 입고, 입술 위쪽 오른쪽 볼 부분에 점을 찍고 나오는 장면이 나온다. 이 매력점이 빨간 드레스와 대비되면서 배우의 얼굴이 더욱더 돋보이는 역할을 하게 된 것 같다.
17 세기, 18 세기 점이 한창 유행일 때, 한때는 과장되리 만큼 많은 수의 점을 찍어대는 행동이나 새로운 모양의 점을 도입하거나 하는 현상들은 오늘날의 패션의 그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글. 김수영



참고 문헌
Augustine Cabanès, Les indiscrétions de l’histoire. Série 2/ Docteur Cabanès, Ed. la Librairie mondiale, Paris, 1903-1908


Alfred Franklin, Les corporations ouvrières de Paris du XIIe au XVIIIe siècle : histoire, statuts, armoiries, d’après des documents originaux ou inédits.
Perruquiers-coiffeurs, Ed. ?, Paris, 1884.


Julien de Gaulle, Nouvelle histoire de Paris et de ses environs. Tome 4, Ed. P.M. Pourrat frères, Paris, 1839-1841.


Paul Lacroix, Costumes historiques de la France - 6, Ed. Administration de Librairie, Paris, 1860.


Musée universel : revue illustrée hebdomadaire,1873, avril.


이미지 출처

표지 이미지, 점, drawing by Soo. K.

1. 마리 안 크리스  빅투아르 드 바비에르, 프랑스 왕세자비 Marie-Anne Christin Victoire de Bavière, Dauphine de France, 19e siècle, lithography. In Paul Lacroix, Costumes historiques de la France - 6, Ed.Administration de Librairie, Paris, 1860.

2. 개를 안고 있는 ‘마리 안 크리스틴 빅투아르 드 바비에르’ 초상화, 프랑스 왕세자비
Portrait de Marie-Anne Christine Victoire de Bavière, Dauphine de France, 17e siècle, Estampe. Source : gallica.bnf.fr / BnF.

3. ‘마리 안 크리스틴 빅투아르 드 바비에르’ 초상화, 프랑스 왕세자비

Portrait de Marie-Anne Christine Victoire de Bavière, Dauphine de France, 17e siècle, Estampe. Source : gallica.bnf.fr / BnF.

4. 18 세기 유명했던 가수 피에르 드 젤리옷뜨 Pierre de
Jelyotte(여장한 모습)
Charles-Antoine Coypel, Le chanteur Pierre de Jelyotte dans le rôle de la Nymphe Platée, 18e siècle, Paris, Musée du Mouvre @ RMN-Grand Palais / René-Gabriel Ojéda

5. 캐리커처 ‘무슈’

Les enfarinez/ Les mouches, 17e siècle, Estampe, 38,8 x 51,1 cm. Source : gallica.bnf.fr / BnF.

6. 위치에 따른 점의 명칭, Illustration by Soo K.

7. 17 세기의 다양한 모양의 얼굴 점
Fac-simile d’une gravure anglaise du 17e siècle. In Musée universel : revue illustrée hebdomadaire, 1873, avril. Source : gallica.bnf.fr / BnF.

8. 화장하고 있는 여인
Gilles Edme Petit d’après François Boucher, Le matin-La Dame à sa Toilette, 17e siècle, Gravure. New York, Metropolitan Museum of Art. @ New York, Metropolitan Museum of Art

9. ‘덩죠 Dangeau’ 후작 부인 초상
Madame la marquise Dangeau à sa toilette, en pied, 17e siècle, Estampe. Source : gallica.bnf.fr / Bn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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