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여름휴가 #1 부산
여행을 떠나기 전 어떤 기대와 설렘은 없다.
준비 없이 할 일만 많은 나는 왜인지 일정대로 되지 않을 거란 불안감만 가득하다.
하지만 이동, 숙소, 일정의 모든 것을 계획하는 남편은 가이드 처럼 가족들을 이끈다.
남편의 계산대로 정확한 예상 시간에 첫 목적지인 대구에 도착했다.
9시만 되어도 씻고 자라고 잔소리하던 일상이었는데,
밤 열두 시에 외식이라니 아이들도 그리고 나도 낯설고 설레었다.
숙소에서 차를 타고 제법 멀리까지 찾아간 유명 맛집 '태능집'
연탄불고기와 우동이 투박하고 맛있었다.
식당에도 사람이 적지 않아 놀랐는데, 돌아오는 길 생각보다 밝은 거리의 모습에 열 시 정도밖에 안 된 느낌이 들었다. 자세히 보니 24시간 문을 여는 불 켜진 식당들이 많았다.
대구는 밤풍경이 다르구나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은 부산이었다
유튜브에서 부산 운전자들은 깜빡이도 안 킨다기에 긴장이 되었다.
내가 운전하는 것도 아니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평소보다 2배쯤 잔소리를 했다.
점심때쯤 깡통시장에 도착했다. 부산 오면 먹는다는 그것들을 찾았다.
현지인은 아무도 안 먹고 관광객만 먹는다는 것들, 그래도 못 먹으면 아쉬울 것 같았다.
비빔당면은 기대를 제일 많이 했는데, 한 입 먹고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물떡이 예상보다 더 맛있었다. 이렇게 쫜득하다고?
비슷한 듯 다른 거리풍경이 펼쳐졌다, 여러 가게가 여름휴가로 휴업 중이라 아쉬웠다.
부산 오면 꼭 먹어야 한다는 돼지국밥집이 두 군데 다 문 닫아
저녁으로 타코를 먹었다. 날은 덥고 아는 곳은 없어 더 이상 헤맬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나중에 또 배고프다고 할까 봐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사서 숙소에 들여보냈다.
남편하고 남포동거리로 갔는데 식당들이 즐비했다
좀 더 내려와 볼걸 그랬나, 이미 후회해도 소용없어 충무김밥만 하나 포장해서 돌아왔다.
맛집여행을 예상했지만 즐기면서 먹는 게 아니라 도장깨기하듯 뭔가 의무감에 쫓겼다.
'부산까지 왔으니 이건 먹어야지', '저게 유명하다던데 못 먹으면 후회할텐데........' 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보니 한 끼 한 끼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었다.
다음에는 그냥 끌리는 식당으로 한번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