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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Mar 22. 2023

딱딱한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시간

불끈하며 화를 낼 때가 있습니다.

약하고 순한 마음이 강하고 고집스러운 이들에게

끌려다니는 것 같은 상황들.

수평적인 마음으로 함께함이 아닌

강자와 약자가 존재하는 듯한 관계.


오랜만에 아침 산책을 하다

어린이집 차를 기다리는

어린이들을 하나. 둘. 셋, 넷......

많이 만났습니다.

엄마의 손을 꼬옥 잡고 있던

약하고, 여린 사랑스러운 존재들.


약하고, 여린 존재 앞을 지나가는데

무장해제가 되더군요.

어린 아이 같이 혀짧은 목소리를 내며

인사하고 싶은 마음을 꾸욱 참고.




약한 존재 앞에서는

약한 존재가 되어도 괜찮다는

자유를 허락받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수시로 강하고 딱딱한

마음이 되고는 합니다.


"그런 약해빠진 마음으로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려고해!"

이런 외침이 아직도 내 마음 깊이 자리잡고 있어서요.

험한 세상에서 잘 살아보려고,

험한 세상에 부딪혀 깨지지 않으려고

두껍고 딱딱해진 마음.


만약,

길에서 만난 어린 아이들처럼

나를 지켜주는 이의 손을 잡고 있다면,

약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요.





교회에서, 대학원에서, 일터에서

여리고 부드러운 마음들을 만나고는 합니다.


자신도 힘든 상황인데,

곁에 있는 이들을 챙기고 돌보는 마음들.

그렇게 여리고 부드러운 마음이

상처받아 아파하는 시간도 봅니다.

하지만, 연약하고 부드러운 마음에 부어지

창조주의 축복을 발견하고는 합니다.




이들처럼

나의 약함을 돌봐주시는 분의 손을 잡고 있는데

자주 마음이 딱딱해지는 걸까요.


아직도 분노하는 마음이 남아 있나 봅니다.

십자가 위에서 찢겨지는 예수님을 보면서

슬픔보다 '어떻게 이런 불합리한 일!'하며

화가 납니다.


하나님의 뜻과 부활을

떠올리지 못하는 마음이 되면

분노가 앞섭니다.


그래서 

무능력해 보이고

연약하고 상처입은 십자가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관계 #강자와약자 #딱딱한마음

#부드러운마음 #약자의찬가

#사순절묵상 #십자가 #사랑의마음

#약함이강함되는신비

#무엇을향한분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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