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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인 Oct 18. 2020

오래된 멋을 좋아하는 우리의 도시

* Day 20 / 20201013 화요일

@Dunedin


커튼 사이로 햇살이 비춰 기분 좋게 눈 뜬 오늘 아침. 더니든 시내를 걸으려고 계획했었는데 아침 햇살이 너무 좋아서 설렜다. 나의 설레는 마음에 오늘 캐리어에 단 하나 있는 원피스를 여행 처음으로 꺼내 입었다. 사실 날씨가 생각보다 추워서 감히 꺼내지 못했던 원피스였는데 오늘은 왠지 입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언뜻 사진으로 본 더니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랑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아침으로 어제저녁 남겨 둔 홍합 끓인 국물에 라면을 끓여 먹었다. 무엇을 하든 정성스럽게 하는 남편은 라면도 기가 막히게 잘 끓인다. 게다가 바다가 선물해 준 국물 맛은 그야말로 끝내줬다. 일찍 준비하고 더니든으로 간 우리. 시내로 들어서니 차가 많다. 그렇다, 이 곳은 도시다. 마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먼저 기차역으로 갔다. 지금은 기차가 잠시 운행을 중단했지만 더니든의 명소인 오래된 기차역. 건물이 고풍스럽다, 예쁘다 라는 표현으로 부족할 만큼 옛 멋이 그대로 간직되어 있는 품격 있는 기차역이었다. 건물 2층에는 미술작가들이 그려놓은 작품을 전시하고 시민들이 투표하는 Art Award 전이 열리고 있어 우리도 더니든의 시민들의 창조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감상하고 투표해 보았다.

남편이 반한 도시, 더니든.


더니든은 초기 영국의 스코틀랜드 정착민들의 영향으로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와 흡사하다고 한다. 에든버러를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역사가 오래된 건물들이 더니든 시내의 분위기를 우아하게 만들어 주었다. 오래된 멋을 좋아하는 우리는 결국 더니든에서 예정에 없는 하루를 더 머물기로 했다. 사실 예정에 있는 일정은 픽턴에서 페리 타고 북섬으로 올라가는 것 밖에 없다. 


백팩커스에 체크인을 해서 밀린(?) 샤워를 했더니 이렇게 기분이 상쾌할 수가 없다. 이제 3일에 한 번씩 샤워하는 게 익숙해지고 있다. 뉴질랜드가 아무리 안전한 나라라고 해도 늦은 시간에 밖에 나가는 걸 지양하는 우리지만, 더니든에서는 예외였다. 야간 조명에 비추어진 건물들은 또 어떤 분위기를 자아낼지 무척 기대하며 나갔다. 시내까지 걸어왔지만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아 계속 걷던 우리가 발견한 곳은 더니든의 오타고 대학교. 뉴질랜드의 명문대학교 중 한 곳인 대학교에 오니 마치 해리포터와 친구들이 다니던 호그와트 대학교에 온 것 마냥 신기했다. 오타고 대학교도 초기 영국에서 온 정착민들이 지은 건물이라고 하는데 뉴질랜드는 정말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영국에 가게 되면 뉴질랜드와 비슷한 느낌을 얻게 될까? 궁금하다. 내일은 이 건물들과 이 도시의 분위기를 더 깊이 경험하기 위해 오타고 박물관에 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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