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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인 Dec 30. 2020

본격 시어머니 탐구 시작

프롤로그

뉴질랜드에서 돌아와서 분가를 하기로 결정했던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중에 제일은 '돈'이어라.


생선 공장에서 같이 일하던 말레이시아 친구가 웃으면서 했던 말,

"너 여기서 열심히 일하면 한국에서 집 살 수 있지? 열심히 해! 열심히!"

그때 해맑게 웃으면서 말하는 친구를 생선살과 함께 냉동 기계에 넣어 버리고 싶었다.

지금 나는 얄미웠던 그 친구의 말을 내 머릿속 냉동창고에서 꺼내어 본다.

생선 공장에서 조금  열심히 일할  그랬나.




한국에 돌아오니, 국토교통부 장관이 우리나라 부동산을 이 지경까지 오게 해서 죄송하다고 대통령한테 사직서를 내고 있다.

불길한 조짐이다. 우리 분가해야 하는데?

그러던 참에 집주인이 계약자인 남편에게 조건적 제안을 한다.  

우리가 어머니와 지금처럼 함께 산다면, 전셋값 안 올리겠다는 것이다.

집주인도 이 집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나.  


어찌어찌해서 우리는 전세 대란의 늪에서 효자(?) 집주인 덕분에 전셋값 일원도 안 올리고 2년을 더 살게 되었다.


어머니와의 '더' 좋은 관계를 위해 분가를 꼬옥 하고 싶었지만,

나보다 현실적이고 냉철한, 우리 가정의 결정권자인 남편의 최종 결정으로 우리의 뉴질랜드 홀리데이 후 분가 계획은 허무하게 무산되었다.



나의 살림을 꾸리고 아기자기 신혼 생활을 하고 싶었던 소박한 바람은 폭풍 오열이 되어 남편의 마음을 쓰라리게 했지만,

그 울음 뒤에 나는 오히려 아무렇지 않아 졌다.

그 날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부은 눈으로

우리 방 구조를 약간 바꿨다. 그리고 푹 잤다.   


어머니와의 동거가 다시 새롭게 시작된 다음 날 아침,

베란다에 널려 있는 쪼그라든 과일 껍질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어머니한테 살림을 배워야겠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살림살이를 꾸려오신 

우리 어머니는 가끔은 심하다 싶을 만큼,

온 힘을 쏟아 집 안을 살리신다.

(살림은 집안을 살리는 일이라고 누가 그랬다.)

경제적으로, 절약하면서, 검소하게, 가끔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이제 나는 나의 시어머니로부터 배우려고 한다.


배움은 관심 있게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하여 시작하는 본격 시어머니 탐구기!


이렇게 나는 어머니와 부대끼며 살아갈 날들을

조금이나마 행복하게 가꿔보려는 노력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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