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되지 않았을때 찾아오는 것들 중
60대까지만 해도 엄마의 나이 듦이 심각하게 와닿지 않았다. 우스꽝 소리로 엄마가 무슨 할머니야 하며 나보다 앞장서 걸어가는 엄마를 뒤쫓으며 아직 청춘이네를 외쳐댔다. 1년도 아닌 하루의 차이인데도 70대가 무엇인지 나에게 오지 않을 것 같은 숫자가 있듯이 엄마에게도 그런 날이 온 것이 체감되었다.
내가 슬프게 생각하는 것 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늙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이다. 결혼 후 일 년에 몇 번 보지 못하는 언니들을 오랜만에 봤을 때 늘어진 눈가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몸이 아프면 걱정이 드는데, 겉모습이 늙으면 왜 마음이 슬플까.
그래도 우리는 엄마의 7순을 따뜻하게 축하해 주기로 했다. 나와 엄마는 성향이 비슷한데 요란스러운 것은 질색이고, 깔끔하고 단출한 것을 좋아한다. 언니는 엄마의 칠순잔치를 준비하려고 했지만(언니는 요란한 것이 좋은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나와 엄마는 극구 말렸다.
누구도 부르지 않고, 우리 가족끼리만 간단하게 밥을 먹고 축하해 주는 것으로 하자고.
우리 식구는 총 10명이다. 순이는 결혼해 딸 셋을 두었다. 첫째가 결혼해 아이 둘을 낳고, 둘째가 결혼해 아이 둘을 낳았다. 그리고 아직 미혼인 셋째가 있었다. 예전엔 딸딸딸 엄마라서 서러움을 좀 겪은 것 같았지만, 지금은 딸 셋 있는 집이라고 하면 다들 부러워한다고 했다.
아들은 없지만, 큰일에 발 벗고 나서주는 든든한 사위들이 있고 살갑고 세심한 딸들이 늘 다정하게 챙겨주고, 공부 잘하고 착한 손자 손녀가 골고루 있으니, 부자는 아니어도 나름 괜찮은 인생을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우리는 오랜만에 온 식구가 모여 호텔 뷔페를 갔다. 아담한 꽃다발과 나와 조카가 만든 작은 플랜카드가 전부였지만 우리는 웃음이 떠나질 않으며 행복하게 식사를 했다. 우리 말고도 칠순을 축하하는 테이블이 곳곳이 보였다. 모두가 하나같이 행복해 보였다.
식사 후, 형부는 엄마에게 칠순 여행을 보내주기로 했고 딸들은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현금을 선물했다.
7순이 싫다던 엄마는 그렇게 7순 잔치를 치르고 70대의 나이대에 들어섰다.
60대에 엄마의 70이 그려지지 않은 것처럼, 70대에 엄마의 80이 아직은 그려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시간이 아주 천천히 다가오길 바란다. 나이 듦을 몸서리치며, 소녀 같은 마음을 꾸밈없이 표현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