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의 시작
별거 아니지만, 찾아보면 많아요.
앞 주머니가 달린 가방이 있다. 그 앞주머니에는 교통카드 한장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 가방을 나는 매일 아침 왼쪽어깨에 둘러메고는 집을 나선다. 주5일, 운 좋으면 주4일 반복되는 이 행위가 올해도 시작되고 있다. 너무 익숙해서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행동들이 모여 하나의 나로 완성되는 것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나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회사에서 앞주머니에 넣어둔 카드지갑을 꺼내 만지작 거리다 지갑을 꺼내 뒷부분에 끼워본다. 나는 무거운걸 싫어한다. 모든것이 가벼워야지 피곤함을 덜 느낀다. 그래서 선물로 받은 손바닥 만한 지갑조차도 무거워 집에 두고 다니다 오랜만에 가방에 넣어온 것이다. 불현듯 신분증이 필요할때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손바닥만한 지갑에 교통카드를 넣고 버스를 올라탈 예정이다. 지갑을 이용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카드가 훼손되어 재발급 받는 일도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상담원의 순서는 바쁜 회사원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는다. 틈틈이 연결되기를 바라는 것도, 또다시 걸기위해 건물 한 구석으로 찾아가는 것도 귀찮다. 카드를 소중히 사용하는게 최선이다.
그래도 요즘은 휴대폰에 패스 기능이 있어 얼마나 편한 세상을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렇게나 집 밖을 나가도 휴대폰만 있으면 하루를 탕진할 수 있다. 무서운 세상이다.
퇴근길 가방을 둘러메고 버스를 기다린다. 저멀리서 버스가 오는게 보인다. 나는 앞주머니를 만지작 거리다 그곳에 교통카드가 없는 것을 알아차리고서는 지갑을 찾아 들었다. 한동안은 이 바보같은 손짓을 반복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어느새 지갑을 찾아드는 나로 익숙해져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