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여 년 전 영어 그룹과외지도를 할 때, 영어 독해 교재로 미국 맥그로힐 교과서를 사용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참 인상 깊었던 글은 어느 아이가 꿈속에서 미래를 향해 여행을 하는 것이었다. 침대를 타고 날아가다가 시끄러운 소리에 깨보니 여러 층의 고가도로에 가득 채워진 자동차들의 행렬과 매연, 경적소리였다. 다시 잠시 잠을 잔 후에 만난 또 다른 미래는 나무도 없고 동물도 많이 없어지고 척박해진 자연의 모습이어서 아이는 놀라고 슬퍼했다. 다시 꿈을 꾼 후 더 먼 미래를 가고 나서 아이는 깜짝 놀랐다. 자기 집 앞이었는데 할머니 사진 속처럼 빨랫줄에 빨래가 널려 있었고 자동차는 많지 않았고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니거나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릴 적 생일 기념으로 아빠가 심어 주신 나무가 커다란 고목이 되어서 자기가 살던 집 옆에 서 있었다. 이 나무를 보고 나서야 과거가 아닌 미래로 온 것을 그 아이는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동화 같은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우리의 미래는 이렇게 우리의 아주 오랜 과거와 일맥상통하는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최근 종말론이 비등해지는 이유 중의 하나로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이 불가항력적인 재해들도 그 한 요인이 되겠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도 그 이유로 꼽히곤 한다. 최근 일기예보는 살인적인 온도의 폭염을 비롯해 폭우, 폭설, 폭한 등의 고강도 표현으로 담아내기에도 부족한 이상기후가 곳곳에 산발적으로 일어나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는 물론 서식 동물들의 생태계 교란도 가져오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우려하는 각 국이 기후협약을 체결하고 난 후에도 특별히 책임 관련 규정과 실질적 대책이 수립되지 않고 있어서 인지 근시안적인 정책입안자들로 인해 유야무야 적극적인 정책 실행이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탄소중립은 개인, 회사, 단체 등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는 2016년 발효된 파리협정 이후 121개 국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 동맹'에 가입하는 등 전 세계의 화두가 됐다.(시사상식 사전)
과학자들은 탄소중립이 가능한 시기가 이제 겨우 6년 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들 한다. 즉,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 늘어나게 되어 지구온도가 섭씨 1.5도 이상 오르면 지구에는 손을 쓸 수 없는 재앙이 오게 된다고 심각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모두들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이 더 이상 경고나 위험이 아닌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보며 걱정은 하고 있지만, 개인이나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어서인지 책임의식은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약간 다른 얘기이지만 여전히 코비드-19은 일회용 용기나 물품 등을 합법적으로 어마어마하게 상용할 수 있는 면죄부를 주었고, 플라스틱 용기나 일회용품들이 분해되는 데 500년 이상이 걸린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미 최근 1-2년 동안 우리는 지구를 회복 불가할 정도로 훼손시켰다.
농지를 엄청난 규모로 사모으고 있는 빌 게이츠처럼 언젠가 녹지가 탄소를 흡수한다는 이유로, 머지 않은 미래에는 건축물을 다시 녹지로 환원시키는 개발의 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
아직은 요원해 보이지만 지구도 사용기한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지금, 용도 폐기된 지구를 버리고 우주의 다른 행성을 개척하기 위한 시도들과 노력들도 있지만, 아름다운 지구의 전체 생태계를 생각한다면 국경과 이념으로 나눠 놓은 지구인들이 이제는 모두 지구라는 행성을 공유하는 하나의 지구인이라는 연대의식을 갖고 공동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인간이 생태계의 지배자가 아닌 생태계의 일부라는,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을 갖고 공존, 공유, 공생을 위한 협력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