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실험하라!(#1 WHOOP Korea)
2022년 어느 날, 라크로스 국가대표팀의 친한 형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웁(WHOOP)이라고 알아? 미국에서 유행하는 스포츠 밴드인데, 대박이야. 한국에 내놓으면 진짜 잘될 거 같아."
'아니, 이미 한국에 갤럭시/애플 와치도 있는데, 그게 왜 잘될 거라고 생각할까?' 하고 장점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선수들에게 필요한 데이터"
정확히, WHOOP은 하버드(Harvard) 대학교 조정 선수였던 Will Ahmed가 창업한 스포츠 웨어러블 밴드 회사이다.
(WHOOP 서비스 사진)
WHOOP을 통해 잠은 잘 잤는지, 회복을 어느 정도 해야 할지, 운동을 얼마나 하면 좋을지 기타 등등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당시에는 "형, 그게 그렇게 잘되겠어? 우리나라 운동하는 사람이 그런 걸 얼마나 챙긴다고, 엘리트 선수들이나 필요로 하겠지. 엘리트 선수층도 그리고 너무 얇잖아. 그거 가지고 오면 잘 안될걸?"라고 대답하며 넘어갔다.
2022년에는 일도 라크로스도 너무 바빴던 시기였다. 그러나, 2022년 10월 아시아 예선 대회를 마치고 시간이 남는 어느 날, 위의 이야기가 떠올라서 얼마나 사람들이 원하는지 한 번 테스트해 볼까 하고 프리토타입(Pretotype)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 잠깐, 여기서 프리토타입(Pretotype)이란?
나는 Product Owner로 근무하며 제품과 관련된 많은 책들을 읽었는데 그중에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알베르토 사보이아)'를 가장 좋아하고 지금까지 그 책의 나온 개념들을 따른다.
프리토타입(Pretotype)은 이 책의 나온 개념 중 하나로, 시제품을 만들기 전에 가장 적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만든 제품을 빠르게 테스트해 보는 것이다.
왜? 책의 저자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제품은 대부분 정작 사람들에게 필요 없고, '될 놈'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될 놈'은 '그 제품의 디자인이 너무 좋아서, 기능과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필요로 해서' 될 놈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될 놈이 아니기 때문에, 그 아이디어를 빠르게, 저렴하게 테스트하기 위해 프리토타입 한다는 것이다.
단,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실제 서비스인 것처럼 사람들을 인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아 우리 이렇게 만들 거고 한데, 이 서비스가 필요하겠어요? 사시겠어요?' 하면 인간은 아주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모드가 아닌 평가자의 모드로 피드백을 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래처럼 프리토타입 계획을 세워봤다.
1. 노코드(No-Code) 서비스를 사용해서 1~2일 이내 실제 WHOOP 홈페이지와 유사하게 만든다.
(웹사이트 개발을 할 수 있지만, 서버 열고 코드 짜고 하면 1주일은 금방 지나가버린다)
2. 판촉권을 갖고 있지 않은 내가 돈을 받고 판매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실제 구매' 버튼을 누르면 '구매 희망' 이메일만 발송하도록 설정한다.
(내 이메일 함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구매 희망을 요청했는지 알 수 있다)
3. 구글 검색에 뜰 수 있도록 Search Console에 SEO를 등록한다.
'WHOOP Korea, WHOOP 한국, WHOOP 코리아, 웁 코리아 등' 키워드가 노출될 수 있도록 한다.
4. 이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인스타그램 'WHOOP_Korea' 계정과 카드 뉴스 형태의 피드를 만들고 광고비 약 15,000원 정도 지불하여 홍보한다.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 유입 전환율: 약 5.5%(5일 동안 1,113명에게 인스타그램에 도달하여 61명이 웹사이트로 유입했다)
- 구매 전환율: 약 6.5%(유입한 인원 중 4명이 구매 의사를 밝혔다)
- 그 외의 데이터들: 광고 이후에도 서버가 유지된 5개월 동안 52명의 사람들이 구매 의사를 밝히며 이메일을 보내왔다.
현재는 웹사이트는 내리고 구매의사를 밝힌 이메일도 모두 파기한 상태이다.
이러한 실험 결과를 가지고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WHOOP 본사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계속 보내며 컨택했지만, 아무 응답도 받지 못했다.
프리토타입의 법칙 + 노코드 툴 + 구글 SEO + 인스타그램을 활용하여 좋은 실험을 해본 경험이었다.
분명 한국에서도 '될 놈' 제품이라고 생각 들지만... 판권을 가지고 오지 못한 게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