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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면서 시력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사실 큰 원인 중 하나는 핸드폰이다.
이 작은 기계 안에 뭐가 그렇게 많이도 들었는지.
보지 않으면 죽는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의미 없이 핸드폰을 들었다 놓았다 반복하면서
만성적인 손목 통증에 안구 건조까지 만병의 근원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나 스스로 정한 룰이 있다면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있을 경우 나는 항상 핸드폰 화면을 바닥으로 두거나
아니면 가방 안 속에 넣어두고 보지 않으려고 한다.
그 시간만이라도 핸드폰에서 해방되고 온전히 상대방과 교류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를 포함하여 최근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 오히려 예전보다 더 핸드폰과 가까워진 것을 알 수 있다.
친구들과 만날 때도 상대방과 대화를 한다는 느낌보다는 이 사람과 어디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자랑하기 바쁜 것 같다.
나는 원래 SNS를 잘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최근에 뒤늦게 SNS를 시작하면서 어딘가를 가고 누군가를 만나도 이를 기록하고 포스팅하기 바쁜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핸드폰에서 자유로웠던 그 시간이 떠올랐다.
바로, 혼자 겁도 없이 무작정 떠났던 쿠바에서의 열흘이었다.
보통 여행을 떠날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뭐가 있냐고 물어본다면
구글맵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원래 심각한 방향치, 길치였다.
집순이인 탓에 더 밖을 돌아다니지 않아서 길을 찾는 능력이 더 퇴화되는 느낌이었다.
이 때문에 어딘가로 여행을 가거나 심지어는 동네를 돌아다닐 때도
해외에서는 구글맵, 한국에서는 카카오 맵이 필수였다.
그런 내가 쿠바라는 낯선 땅에서 홀로 구글맵도 없이 방랑하게 된다.
하루 종일 핸드폰을 보는 대신 사람들과 멋진 풍경들을 직접 눈에 담으며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목적지를 바꾸는 즉흥적인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