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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 Feb 17. 2022

그리고 나는 사수가 됐다

얼레벌레 스타트업 마케터의 일기 #9. 좋은 어른

팀장님이 퇴사하시고 3 정도 지난  새로운 친구가 왔다. 나와 경력이 비슷하거나  위의 직급을 뽑으려 했으나 계속 공석. 팀장 자리도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새로  친구는 마케팅을 해본  없고 회사를 다닌 것도 1년밖에 되지 않는 인턴이었다.


구정 연휴가 지나고 출근하는  오전, 급하게 연락이 왔다. 누가 걸려도 이상하지 않은 코로나 확진자 7 명의 시대, 인턴 친구가 결국 확진자가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인턴 친구는 오전 내내 안절부절못했다. 하지만 어쩔  없다는  나는 너무  알고 있었다. 주변 친구들이 많이 걸렸고 증상이 심한 친구들도 있었기에 '괜찮아 몸조리 잘하고  쉬어! 급한  없으니까  하지 마!'하고 답장을 보냈다. 엄마, 아빠, 연휴 내내 만났던 친구들, 연락할 사람들이 많을 텐데, 하면서. 또다시 도착한 답장에는 반응만 남기고 주말을 넘겼다.


인턴 친구는 격리로 일주일 동안 출근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월요일을 정신없이 보내고 화요일쯤 카톡을 보냈다. 일단  아프고,  낫는  우선이고, 후유증도 조심해야 하니 마음 편히 쉬는  좋겠다고 생각해서 연락을  던 거니까 서운해하지 말라고. 그때서야 들어보니 확진자가 갑자기 많아지면서 보건소에서 누락이 되었는지, 약도 늦게 배달 오고 통증도 너무 심해서 확진 이후로 크게 앓았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많이 괜찮아졌어요! 빠르게 회복해서 업무 지장 없도록 하겠습니다!" 당장 이틀 뒤가 출근인데 어제까지 아팠다는 친구가 저렇게 이야기하니 제법 귀여웠다. "그래, 목요일에 보자. 너무 아프거나 컨디션 안 좋으면 더 쉬어도 되니까 연락 꼭 줘."


동료를 대할 때와 내가 사수로 있을 때의 바이브는 달라야만 하며, 그 선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는 너 없어도 잘 굴러간다'는 식으로 대답하면 혹여나 열정적으로 일하려는 친구의 사기를 꺾는 일이 될까 염려가 되기도 했고, '너 없어서 빈자리가 크다'라고 이야기하면 아픈데 괜히 부담이 될까 봐 함부로 이야기하기가 어려웠다. 일이 너무 바빠서 업무만 열심히 했지, 인턴 친구가 어떤 스타일인지 개인적인 성향에 대해서는 아직 잘 파악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했다.







나의  처음 사수도 여자였다. 꼼꼼하고 차분하고 스타일이었다. 부족한 나를  가르쳐주던 선생님. 수줍어 보이지만 친해지고 보니 너무 재미있던 분이었는데(왠지... INFJ  같다) 영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퇴사를 했다.  이후에 사수로 만난 과장님도 여자였다. 나를 아직도 예뻐하시는 과장님. 일을 너무 잘하셔서 오래오래 같이 일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아기의 어머니가 되신 지 오래다. 과장님은 업무적으로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나의  모델이었는데, 이제 나한테 "뭐야,  향수 어디 거야? 너무 좋다!" 아기에게 먹일 딸기를 자르시면서 그렇게 물으신다. 내가 어릴(?) 때 나한테 향수를 알려주시던 분이었는데.


덕질하면서 만난 언니에게 회사에서 힘들 때 생각지도 못한 위로와 응원을 받았고,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으쌰 으쌰 하면서 이겨냈었고, 일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있었던 '좋은 상사', '닮고 싶은 상사' 모습을 보여준 팀장님까지. 나의 일과 삶을 모두 든든하게 지탱해줄  있었던 좋은 어른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여자였다. 나의 인턴 친구에게도, 내가 단순한 상사일 뿐 아니라, 좋은 언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근거 없는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반드시 좋은 사람이 된다. 노력하기 때문이다. 인턴 친구가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으면 혹시 내가 어렵게 설명하고 는지 다시 생각해보고 단어를 바꿔본다. 이걸  부탁했는지, 갑자기 이걸 왜 해야 하고 무엇 때문에 해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많은 정보를 주려고 한다. 인턴 친구는 똑똑하고 명민한 친구라 잘 따라와 주고 있다. 고마울 따름이다.


제일 싫었던 상사의 유형은 감정적이었던 사람이다. 본인 감정에 눈치를 보게 만드는 사람. 절대 그런 사람처럼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내고 있지는 않은지, 기분이 언짢다는 것을 단순히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표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에게 내려오는 지시에 대한 부담은 내 몫인데 그게 드러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는 한 팀일 뿐이지 남인데 은연중에 '우리가 남이가' 면서 이해를 바라고 있지는 않은지. 아마 최근에는 이런 부분까지 더 애쓰고 있어서 머리가 더 자주 아픈 건지도 모르겠다.


연차로는  리딩을 해야 하는 정도가 된 건지, 면접  자주 물어봐서 "계속 혼자서 업무를 했었어서요, " 하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일을 잘하는 것과, 팀을  운영하고 사람들과 (특히 나보다 낮은 연차의 친구들과)  지내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나는 쉽게 하고 싶지 않다. 어렵게 어렵게, 고고하고 우아하게 지켜내고 싶다. 이 마음을 절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다. 누군가에게 나도 좋은 사람이, 좋은 어른이, 좋은 언니가 되었으면 하는 이 마음. 잘해보려고 하니까 잘할  있을 거다. 혼자일 때 잘하던 사람은, 둘, 셋 일 때 더 잘할 거다. 더 이상 솔로가 아닌 우엉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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