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수의사 야화 Nov 08. 2021

동물병원 에피소드-
요리 잘 하는 그 남자

동물병원 에피소드 -

요리를 잘 하는 그 남자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동물 중에 한국 에선 개의 비율이 많다. 8:2 정도라 생각이 되는데 최근 들어 고양이의 비율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고양이 매력이 넘치는 걸까?  그러나 수의사가 진료하기에 고양이는 사납고 날카로운 면이 있어서 항상 긴장의 끝을 놓지 않는다. 발톱이 날카로워 긁히게 되면 살이 쫙 갈라지면서 상처가 낫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상처가 아물어도 조폭처럼 팔에 갈색 선이 진하게 남는 경우가 많다. 그 대신 고양이 보호자들 중엔 특이한 분들도 많아서 재미있는 경우도 많다.

어느 여름날 키와 덩치가 큰 남자가 학생 가방을 메고 병원에 들어왔다 체격이 늠름해 보인 남자는 가방을 내려놓았는데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고개를 내밀었다. 주인 손바닥에 얹어도 될 정도의 크기이다. 고양이는 외부 자극에 예민해서 우주선 같이 밖이 보이는 학생 가방 형태를 캐리어로 많이들 갖고 오신다. 애기고양이들은 예방접종을 위해 3주에 한번 내원하고 6개월 전후로 중성화 수술을 하게 되면 그후로 개들 만큼 자주 병원에 오지않는다. 나름 건강히 자란다는 뜻이기도 하고 병원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닌지라 다 커서는 정기적으로 뭔가를 하기 위해 내원 하기란 쉽지 않다. 고양이의 이름은 여름날 오게 되어서 여름이라고 지었고 얼굴은 믹스 고양이 지만 너무 예뻤다. 매번 접종을 하고 수술을 마칠 때까지 여름이 보호자는 한번도 시간을 어기지 않았고 병원에서는 너무 착한데 집에서 가방케리어에 넣을 때 까지는 엄청 줄다리기를 하는지 주인의 팔뚝은 조폭 수준으로 긁혀져 있었다.

주인은 자기는 공부를 못해서 대학은 가지 못했고 대신 요리를 너무 좋아하고 잘해서 요리사 자격증을 한식 중식 일식까지 취득했다고 했다. 체격도 좋아서 정말 칼도 잘 다루고 훌륭한 음식을 할 꺼라 생각 했다. 

 병원에 오면 여름이가 접종을 하고 귀를 체크 하는 동안에 잘 만드는 요리 얘기도 하면서 고양이랑 지내는 즐거움을 한 두 개씩 자랑을 한다. 고양이가 얼굴 코 주변으로 하트 모양을 하면서 예쁘게 크니까 트윗 친구들 한데 인기가 있는지 꽤 유명 하다고 했다. 사실 내 핸드폰에도 몇 장의 사진이 있을 정도로 예쁜 얼굴이라 나도 여름 이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무엇보다도 성격이 착했다. 

 중성화 수술이 다 끝나고도 매달 외부 기생충 약을 체크 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여름 이를 내심 기다리게 되었다. 여름이는 정말 평균적인 고양이 크기보다 더 든든히 자라서 거의 7kg을 넘어서는 우량아가 되었다. 주인과 너무 어울리는 한상의 콤비 같다.

남자 직업으로 요리사는 참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문뜩 무슨 요리를 제일 잘하느냐고 물어봤더니 자기는 김치도 잘 만들고 스테이크도 잘 굽고 불의 온도에 대한 멘트를 했다. 곧 군대를 갈 예정이고 한동안 못 올 것 같다는 안부 인사를 하는데 내심 너무 서운했다. 요리 얘기도 하고 착하고 예쁜 고양이를 보는 것도 나름 병원 생활의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군대를 다녀오면 경험을 쌓은 후에 식당을 오픈할 생각이라고 했다. 

문득 한가지 질문을 더 해 보았다. 요리에서 중요한 것과 식당을 오픈하면 가장 중요한 건 뭐냐고 물어보았다. 이 친구의 답이 놀라웠다. 요리는 재료가 중요 한데 맛은 기본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청결이라고 했다. 청소를 잘 하는게 경영의 첫 걸음 이라는 대답에 난 이 친구의 핸드폰 번호를 땄다. 요리가 막히게 되면 전화 해도 되는지 물어봤다. 물론 차트에 있기에 몰래 내가 적어도 되지만 나의 핸드폰 번호도 가르쳐 줬고 오픈할 때 꼭 가보고 싶다는 맘도 전달했다. 김치를 잘 담그고 좋은 재료와 청결을 기준으로 한다면 좋은 식당을 잘 경영할 친구 같다. 한동안 군대 가 있는 동안 병원에 못 오겠지만 주인 성격을 닮아가는 예쁜 고양이를 보니 흐믓 했다. 건전한 생각과 성실한 자세로 노력하는 젊은 친구를 보니 서울에 또 하나의 맛난 식당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일 것 같다. 우연히 여름이네 식당을 방문할 미래의 일이 기다려 진다. 

작가의 이전글 동물병원 에피소드  나 영국서 살다 온 개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