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국 뉴욕대학교(New York University) 소속 히브리-유대학과(Skirball Departement of Hebrew and Judaic Studies)에서 구약/고대근동학(Hebrew Bible and the Ancient Near East)을 전공하고 있는 박사생이다. 한인 유학생이 그것도 이름도 생소하고 뭔가 유대인만 갈 것 같은 이름의 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하면 다들 의아해한다. 나도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내가 어떻게 이렇게 오랜 기간 공부를 하고 그것도 박사과정을 하고 있지 하고 나 스스로 놀랄 때가 많다. 그만큼 내 과거의 삶은 공부, 연구, 박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내 이야기이지만 항상 한 번쯤은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의 짧은 여정을 글로 한번 남겨 보고 싶었다.
마치 오래된 창고 안에서 케케묵은 추억 상자를 꺼내듯이, 기억 안에서만 머물고 있던 지난 10년여간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던 몇몇 이야기들을 꺼내 여기서 풀어 보고자 한다. 조금 더 일찍 기록했다면 더 상세하게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이다"라는 진부한 표현처럼 지금 글을 쓰는 오늘 이 시간이 가장 이른 때라 생각하고 시작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