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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at Jul 26. 2023

인생의 전환점

군대

누군가 나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 없이 군대라고 말할 것이다. 그만큼 군대는 나에게 특별했고, 군대 이전의 나는 이후의 나와 많이 달랐다. 내 가족과 주변 친구들도 지금까지 군대가 사람을 바꿨다고 말할 정도니 얼마나 달라졌는지 대략 짐작 가능하리라. 물론 그렇다고 군대 가기 전 내가 망나니와 같은 삶을 살았던 건 아니지만 군대 전역 이후에 삶의 대한 태도와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다.


우선 군대는 내가 그동안 얼마나 편한 삶을 살아왔고 일상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주었다. 모든 군인은 처음 일정기간 기초군사훈련을 받는다. 해병대로 자원입대한 나는 포항에 있는 교육훈련단에서 가입소기간을 포함한 7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았다. 이때 모든 삶의 루틴이 바뀌고 그동안 당연하게 누리고 있던 자유가 사라지면서 꽤나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매일 이어지던 고된 훈련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이전까진 내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든 손을 빼고 걷든, 나갈 때 모자를 쓰든 쓰지 않든, 내가 지나가다가 배고프면 식당에 들어가 음식 사 먹든, 갈증 나면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마시든 아무도 뭐라 제재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한 자유에 너무 익숙해져 있던 나머지 정해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롭게 뭐든 할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일들의 감사를 깨닫지 못했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당연한 일들이 군대에서는 당연한 게 아니었고, 오히려 그렇게 자유롭지 못하고 통제된 삶이 군대 안에선 당연한 삶이었다.


두 번째로 깨닫게 된 것은 공부의 소중함이었다. 무언가를 배우는 것도 그렇지만 앉아서 편하게 공부하는 그 행위 자체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 군대 가서 알게 되었다. 주변 어른들이 해주셨던 공부가 제일 편하다는 말을 군대 가서야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여러 고된 훈련들은 나를 육체적으로 강인하게 만들어 주긴 했지만 무의식 속에서 그런 고된 훈련들에서 도피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고 있었고, 자연스레 자유롭게 공부하는 행위 그 자체를 갈망하고 있었다.


부대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있던 곳은 보통 전역을 앞둔 병장들에게 훈련 대신 경계 근무에 많이 투입시켰다. 군대 전역을 얼마 앞두지 않은 어느 날 말년 병장이었던 나는 여느 때와 같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굉장히 추운 겨울날이었다. 전역 후의 일들을 계획하며 내 지난날들을 떠올려 보았다. 학창 시절 그리고 군입대 하기 직전 대학교 1학년 시절까지 뭐 하나 열심히 해본 게 없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공부를 잘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못하지도 않던, 그냥 항상 중간에 머물던 학생이었다. 그렇다고 놀기를 열심히 논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이도저도 아닌, 학교에서 눈에 띄지도 않고 있는 둥 없는 둥 한 그런 학생이 바로 나였다. 게다가 21년 평생 뭐 하나 남긴 게 없는 나 자신이 허무하게 느껴지면서 허송세월 보내온 것만 같은 지난날들을 후회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21살 그 어린 나이에 뭐 남길 게 있었겠느냐만은 그때는 나름 진지했다. 앞으로 전역 이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던 공부에 대한 동경심을 꺼내 진지하게 공부 한번 해보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막연한 생각으로 유학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10여 년 전 그날 했던 내 마음속 다짐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래, 지금까지 공부하다 죽었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는데 어디 한번 죽을 때까지 공부해 보자. 뭐 죽기야 하겠어? 적어도 지나고 나서 후회되지 않을 만큼이라도 최선을 다해보자.


그땐 몰랐다. 이 날 했던 나와의 그 약속이 아직까지 유효할 줄은. 그리고 이 한 번의 다짐이 얼마나 큰 다짐이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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