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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썬 Feb 27. 2022

헬싱키➡인천 (카타르항공)
+ 유럽 입국자 자가격리

핀란드 교환학생 - 33 / 잘 있어, 헬싱키

**2020년 3월 기준 글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한 숙소 모습

약 3개월을 지냈던 방을 싹 정리했고, 3개월 전 이곳에 들어올 때의 모습 그대로 재현했다. 나의 물건을 꽉꽉 채웠던 이 방이, 빈 방이 되니 기분이 이상했다.


기숙사 앞 기차역

짐을 가지고, 기차역에 도착했다. 기숙사가 기차역에서 걸어서 2-3분 거리라서, 등교 포함 대부분이 기차역을 통해 이동을 했다. 짐을 들고 이곳에 서있자니 묘한 기분이었다.


핀란드의 겨울은 날이 우중충할 때가 많은데, 내가 떠나는 날 만큼은, 나를 배웅하듯 날씨가 참 화창했다.


헬싱키 교통카드 정액권을 이미 반납한 상황이라, 티켓판매기에서 티켓을 구입했다. 지나가던 분이 나의 짐들을 보며, 공항에 가냐 물었고,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공항 기차역은 정차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줬다. 알고 있다고 고맙다고 이야기했고, 기차에 타서도 다른 핀란드인이 공항에서 정차하지 않는다고 말해줬다. 마지막까지 친절한 핀란드인에 감동했다.

AVIAPOLIS 역 앞


공항 기차역에서 정차하지 않아, 공항 기차역 바로 전역인 aviapolis에서 내렸다. 그 뒤, uber앱으로 택시를 불렀고, 친절한 기사님과 함께 공항에 도착했다. 교환학생이지만, 조기 귀국을 선택하면서 핀란드에 머문 기간이 82일이라 기준인 90일을 넘지 않아 tax-refund이 가능했다. 이딸라 아울렛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tax-refund을 이야기했고, 공항 내 세관에서 tax refund 도장을 받은 뒤, 체크인을 진행했다.




텅 빈 헬싱키 공항.

도착한 헬싱키 공항 입국장은 정말 텅 비어있었다. 사람도 없었고, 전광판마저 텅 비어있었다. 인천공항처럼 이곳도 입/출국 전광판이 빽빽했을텐데, 코로나라 정말 비행기도, 사람도 없었다.

카타르항공에 체크인을 하러 가서, 미리 온라인 체크인을 했다고 얘기했음에도, 앱을 깔라고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카타르항공 앱이 필요한 건가 생각했지만, 한국에 가기 위해서는 자가격리앱과 자가진단앱 2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그 뒤, 위탁수화물 무게를 쟀고 걱정과는 달리 내 짐은 20(위탁)+4(기내)kg이었다. 짐을 챙기면서 버린 것들이 아까웠지만, 그래도 비행기를 탈 수 있음에 감사했다.

면세점들은 대부분 닫혀있어 할 게 없었고, 탑승 GATE 주변에 앉았다. 6시 비행이고, 5시부터 입장이라고 안내받았지만, 5시 반이 되어서야 비행기 안에 들어올 수 있었다. 헬싱키➡도하의 이용객은 7~8명 정도였다.

앞과 옆으로 텅 빈 비행기.

비행기에 앉자마자 물과 물티슈를 제공받았다. 마스크 쓴 상태로는 마실 수 없으니 처음엔 물을 제공받은 게 참 난감했다. 이래서 몇몇 친구들이 기내식 하나 안 먹고 한국까지 갔다고 이야기했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배가 조금 고파와서 참다못해 나눠준 음료와 프리첼을 먹고 있다 보니, 기내식이 나왔다. 다음 비행기인 도하➡인천 은 승객이 훨씬 많을 것 같아, 7-8명 승객인 지금은 기내식을 먹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카타르항공의 기내식은 나쁘지 않았고, 디저트같이 나온 크림+쿠키부스러기 가 맛있었다. 망고주스도 굿!

카타르항공 기내식

승무원이 내가 먹은 기내식을 가져가면서, 더 먹고 싶은 게 있냐고 많이 남았다고 이야기했다. 다들 코로나로 인한 두려움으로 기내식을 스킵했거나, 최소주문량으로 인해 기내식 재고가 있었나 보다. 배가 불러서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겨울왕국2를 영어로 봤다. 영어로 보고 있다 보니 해가 졌고, 항공기 안의 불이 모두 꺼져있었다. 창문을 통해 바라본 하늘에는, 오리온자리가 확대된 것처럼 크게 보였다.

헬싱키(핀란드)➡도하(카타르)

오후 6시 비행기이다 보니 해가 떠서 지는 것부터 밤하늘까지 볼 수 있어 너무 좋았고, 헬싱키-도하 비행 편에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걱정에 비해 도하까지의 비행은 잘 끝났다.


도하(카타르)➡인천(한국) 기내용품 / 기내식

당시, 유럽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 편을 운영하는 몇 안 되는 항공사가 카타르항공이었어서, 유럽 각지에서 도하로 오게 되었다. 그래서 도하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한 자리씩 띄워 앉긴 했지만 사람이 빽빽했다. 핀란드 기준으로 밤 시간이고, 배가 고프지 않았고 코로나가 무섭기도 해서, 기내식은 고민하다가 샌드위치랑 물만 자리에 두고 도로 돌려드렸다.


인천 도착

오랜 비행 끝에, 드디어 인천에 도착했고, 열체크와 간단한 문진을 진행했고, 자가진단 앱 다운 여부를 확인한 뒤에, 짐을 가지고 나올 수 있었다. 공항버스 배차간격이 길어서 공항버스를 1시간가량 기다렸고, 공항버스에 내린 뒤에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항버스 연계 교통수단(관용차)"에 탔다.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나를 대하고, 운전석과 내가 앉는 승객석 사이에 보호막이 있었다. 오랜만의 한국이고, 다들 나를 반겨줄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병균이 된 기분이었다. 

2020년 4월 당시, 자가격리 자가진단 앱

4월 5일에 입국하였지만, 일요일 저녁이라 보건소가 닫혀있어, 그다음 날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4월 6일 00시부터 4월 19일 23시 59분까지 14일간 자가격리를 했다.

오전/오후 간격으로 왼쪽 화면과 같이 자가진단을 했어야 했고, 자가진단을 하면 파란색, 안 하면 빨간색으로 뜬다. 격리기간 14일 중 한번, 깜빡하고 안 했더니 담당 공무원님께서 직접 전화가 와서 너무 죄송스러웠다.

그리고, 11일 차엔 보건소 혹은 시청 측에서 내가 집에 있는지 직접 확인하러도 와서 좀 놀랐었다.


자가격리자에게 제공되는 것 (의료용품,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음식 꾸러미, 농림부 제공 친환경 건강 꾸러미)

처음엔 자가격리자를 위해 기초적인 의료용품을 준다. 마스크가 귀하던 시기였는데 마스크와 손소독제, 뿌리는 항균 소독제, 일회용 체온계, 폐기물 봉투를 제공받았다. 폐기물 봉투의 경우, 코로나 잠복기가 있을 수 있어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내가 사용한 휴지 등을 넣을 수 있게 마련해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음식꾸러미. 지자체마다 내용물이 다르다고 했는데, 꽤 괜찮은 구성품이었다. 세 번째는, 내가 자가격리하던 시기에 학교급식 등이 중단되어 힘겨운 농민들을 위해 농림부가 마련한, 농산물 꾸러미였다.


Zoom을 이용한 온라인 수업

자가격리 기간 동안, 방에서 쉬면서 청소/정리도 했지만 학기중이기에 Zoom을 이용한 온라인 수업들도 있었다. 온라인 수업임에도 질문을 많이 하는 다른 친구들을 보면서, 역시 핀란드 교육이다 다시금 생각했었다.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입니다.

다행히, 자가격리 시작과 끝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사실 혹시라도 내가 코로나일까봐, 주로 방에서 생활을 하고, 잠깐 화장실을 가는 등 방 밖으로 나갈 때면 마스크를 꼭꼭 썼었다.

밥도 같이 안 먹고, 엄마가 문을 똑똑 두들기면 방문 앞에서 밥이 담긴 쟁반을 방에 들고와 먹곤 했다.

4월 19일 오전 10시 19분,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23시 59분에 자가격리가 해제되어 이때부터는 마스크를 벗고 집을 활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4월 20일이 되자마자 밖으로 나갔다. 생각보다 별거 없었지만, 바깥을 다닐 수 있는 자유가 행복했다.



헬싱키 집에서 출발한 지 24시간 만에, 어렵게 한국 집에 도착했다.

한국 집에 도착하고도, 혹시라도 내가 코로나에 걸렸을까 불안해하면서 2주를 보냈었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끝난 교환학생 생활에 허탈하기도 했지만, 안전하게 한국에 올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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