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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름 Jan 29. 2022

꾸준함의 힘

메모 습관: 한 주의 메모 연결 짓기

 작년 12월부터, 구독하는 브런치 작가 분 중 한 분이 '1000개의 메모 습관을 형성하는 모임'을 개설하셔서, 참가하게 되었다. 월~목요일까지는 하루에 2개씩의 메모를 작성하여 단체 톡방에 인증하고(자기가 작성한 글이어도 좋고, 타인의 글에서 발췌한 것이어도 좋다), 금요일에는 한 주 메모를 종합하는 시각화 자료를 만들어 인증하는 것이다(시각화는 마인드맵 형태의 시각적 형태로 제시해도 괜찮고, 텍스트로 대체해도 괜찮다 하셨다.) 나는 보통 마인드맵 형태로 시각화를 했지만, 이번 주는 새롭게 텍스트로 시각화 자료를 만들어보았다!


1월 마지막 주의 메모 모음



 이번 주에는 '꾸준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들을 몇 가지 모아 보았다.  요즈음 여러 미디어 플랫폼에서 '루틴', '리추얼', 습관' 등 꾸준하게 이어지는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와 관련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인 밋미meet me에서는 모닝/나잇/올데이 리추얼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꽤나 다양한 리추얼들이 있는데, 매일 아침에 다섯 줄 일기를 쓰고 아침 식사를 하는 리추얼, 매일 음악 한 곡을 듣고 5분에서 10분의 시간 동안 음악과 관련된 생각을 글로 기록하는 리추얼, 일주일에 3번 저녁에 달리기를 하고 오는 리추얼, 매일 밤 좋아하는 향을 피우고 8분 동안 명상을 하는 리추얼 등등 여러 가지가 있다.


밋미 리추얼 신청 페이지! 유익해 보이는 리추얼(그렇지만 해낼 자신은 없는...)들이 많다.


 나는 사실 굉장히 무계획적이고 게으른 사람이라서, 계획한 일을 3일 넘게 이어 해나간 적이 잘 없는 것 같다. 무언가 하나를 계획하고 이를 진득하게, 꾸준히 이어가기보다는 그날그날 나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들을 후다닥 처리하거나, 순간의 무료함, 지루함, 공허함을 달래기 위한 즉각적인 행동들(유튜브 보기, 간식 먹기, 술 마시기, 친구와 수다 떨기)을 하느라 더 에너지를 많이 썼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과거에는 계획이나 습관, 루틴이 굳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계획, 습관, 루틴과 같은 것들은 어떠한 의무에 나 자신을 옭아매는, 숨 막히는 것들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점점 나이를 먹고 새로운 일들을 시작하게 되는 도중 중 크고 작은 어려움들에 마주하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든 꾸준히 이어지는 무언가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게 되었다. 가장 크게 느꼈던 때는, 우울감에 압도되었던 작년 상반기였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우울감을 느끼면 무기력해져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 나 또한 심하게 우울했던 순간 며칠씩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침대에 누워만 있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에 많이 느꼈던 것은, 내가 우울이라는 감정에 쉽게 좌지우지되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어떤 날은 '죽을 것처럼 견디기 힘들었던' 반면, 어떤 날은 '이만하면 적당히 견딜만한' 날이 있었다. 너무 힘들었던 날에는 부엌 쪽으로 한 발짝 걸어가기도 싫어 빨래를 미루고, 저녁까지 식사를 미루고, 해가 질 때까지 누워있었다. 타자 한 자도 치기 싫어서 제출해야 하는 과제들을 미루고, 미팅을 미루었다. 그런데, 적당히 괜찮은 날에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빨래를 돌리고, 건조대에 널고, 점심이 되어 식사 준비를 하고, 사흘은 걸릴 것 같아서 미뤄왔던 과제를 빡 집중해서 반나절만에 끝내버리기도 했다. 허무했다. 이렇게 극단적일 수 있나 싶었다. 우울하다고 아무것도 못하고, 우울하지 않다고 모든 것을 다 해버리는 게. 내 몸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우울이라는 감정인 느낌.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든, 어떤 시간에, 어떤 장소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든 간에 일관적으로 유지되는, 어떤 안정적인 것이 나에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던 와중, 사실 이러한 생각 문은 아니지만, 작년 12월에 들어 건강 관리를 위한 사소한 습관(예: 걷기, 매일 홍삼 2포씩 먹기, 규칙적으로 스트레칭 하기)들을 시작하기도 했고, 최근 브런치에서 '꿈을 현실화하는 1000개의 메모 모임'을 우연히 시작하게 되면서 내 삶에라도 루틴이라는 것이 생겼다. 처음에는 '하루 물 5잔 마시기', '하루에 메모 2개 적기', '홍삼 1포씩 먹기'와 같은 3개의 루틴으로 시작을 했고, 역시나 며칠 동안은 쭉 실패했다. 그러나 메모 모임 같은 경우에는 모임장 분께서 내가 메모 인증을 하지 않을 때마다 꾸준히 리마인드를 해주시기도 했고, 나 또한 '또다시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이번에는 계속해보겠다'는 오기가 들어서 루틴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나갔고, 중간에 몇 개씩 더 늘려 지금은 8개의 루틴을 갖고 있다.  


12월 루틴과 1월 루틴의 비교 ^_^...12월에 새삼 심각했구나.....


 1월이 돼서야, 이러한 루틴들이 비로소 내 것이 된 느낌을 받았다. 밤 9시 상담이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 예전에는 피곤하고 귀찮아 죽겠는 마음에 메모를 하나도 적지 못했는데 1월의 나는 짧은 글 하나라도 적어보고 있었다. 하루에 3시간밖에 자지 못한 날에는 몸이 뻐근하고 굳어있어도 스트레칭 한 번 하기가 귀찮았는데, 1월의 나는 화장실을 갔다가 책상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연스레 어깨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울적한 날에는 눈을 뜬 순간부터 해가 질 때까지 밖에 한 번을 안 나갔는데, 1월의 나는 밤 11시에라도 밖에 나가 10분을 걷겠다고 집 문을 나섰다. 참 신기하게도, 내가 기분이 좋든 싫든, 몸이 피곤하든 안 피곤하든, 어디에 있든, 시간이 몇 시든 간에 어떠한 행동을 규칙적으로 해나갈 수 있었다. 그날 내가 피곤하거나, 우울하거나, 불안하거나 하더라도 그와는 상관없이 유지되는 흐름이 있었다. 정말 사소한 변화지만, 그것이 큰 위안이 될 때가 더러 있었다.



 이처럼 루틴을 세우고, 실행하고, 습관화되는 경험이 쌓이면서, 꾸준함이 주는 안정감을 알게 됐다. 나에게 어떤 일이 있든 간에, 특정한 행동을 꾸준히 하다 보면 그 행동에 익숙해지게 된다. 특정 행동에 익숙해지기 전에는, 그 행동을 실행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외부 사건이나 나의 신체적, 감정적 상태에 의해 크게 좌우될 수 있다. 하지만, 특정한 행동에 단계적으로 익숙해지다 보면, 어떤 사건이 나에게 닥쳤든 간에, 내 몸이나 마음의 상태가 좋든 나쁘든 간에 내가 하고자 한다면 그 행동을 행할 수 있다. 어떠한 조건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는 고유한 하나의 영역을 갖게 되는 것, 즉 '일관된 동일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인스타툰 작가 '조아서'는 '내가 계속하는 것만이 내 것이라는 걸 경험으로 배웠다'라고 이야기하며, 처음에는 잘 하지 못했을지라도 꾸준히 이어나간다면 그것이 '단단한 일상을 살게 해주는 힘'이 돼준다고 말했다. 싱어송라이터 이예린은 매일매일 무언가를 계속 해내려 하다 보면 그런 시간이 흐르고 흘러 '지금의 내가 있게 된다'라고 말했고, 문화평론가 정지우는 '오랫동안 그저 자기만의 일을 한 존재는 그 자체로 위안을 준다'라고 보았다. 셋 모두, 꾸준함이 주는 안정감과 연속성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삶에서 크고 작은 재난들을 맞닥뜨렸을 때, 무너지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쉽게 무너져 내리지 않고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내력을 갖게 되지 않을까?


매일매일 뭘 좀 하려고 하거든요.  저는 가만히 있는 거를 잘 못 해서 그러면 너무 생각들이 많아지고. 그래서 혼자 카페라도 가거나, 영화라도 보거나, 뭔가 계속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데.

저는 가만히 있는 거를 잘 못해서... 그러면 너무 생각들이 많아지고. 뭔가 계속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데, 그러면서 하루가 지나가고. 힘든 일이 있어도 또 내일이 다시 오고. 그렇게 1년, 2년이 그 순간에는 되게 긴 것 같은데 또 지나고 나면 '그게 벌써 작년이네?' '재작년이네?' 하면서 시간이 계속 흘러와서 지금의 내가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앞으로의 나도 그렇지 않을까? 내가 이렇게 흘러왔듯이? 그래서 우리는 그냥 이렇게 흘러갈 뿐이다. 대신에 슬픈 일도 있겠지만. 그래도 우린 다시 웃고, 다시 자고, 또 일어나고, 이렇게 흐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만든 노래예요.

대화 수집, 우린 흐를 뿐이야 / 이예린, 박현서


https://www.youtube.com/watch?v=eFxCNQRiUrQ&t=34s


https://youtu.be/a7nFwSml4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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