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 그 하찮음에 대하여...
어느 순간부터 '겸손'이라는 단어가 사소하고 불필요하게 느껴졌다. 겸손은 사회적으로 칭송받아 마땅한 가치로 여겨지지만, 필자의 경우 지나치게 겸손하여 사회로부터 배척받고 피해를 본 일들이 많기 때문에 겸손에 대한 긍정적 반응보다는 부정적 감정이 먼저 들곤 한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겸손을 배웠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어른들은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기를 강조했다. 특히 동양 문화에서는 겸손을 미덕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 누구든 과한 자랑이나 자아 표출을 하는 것은 부정적으로 비춰지곤 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마치 반사적으로 '아닙니다, 그저 운이 좋았어요'라며 자신을 낮추는 태도를 지니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겸손이 과연 진정성을 담고 있는가, 또는 우리에게 실제로 유익한가에 대한 물음은 계속해서 생겨났다.
'겸손함'은 본래 자아 성찰과 타인에 대한 배려에서 비롯된 고귀한 덕목일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남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 이는 분명 아름답고 필요한 태도이다. 그러나 겸손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사회에서는 자칫 자신을 과소평가하게 만들거나, 자존감을 희생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겸손이라는 가치는 어쩌면 억지로 스스로를 억누르게 하며, 때로는 자신의 진가를 오히려 숨기게 만드는 족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겸손을 미덕으로 삼던 그 문화가, 결국은 자신을 낮추고 어둡게 만드는 데에 일조하게 된다는 점에서 나는 이 단어가 '하찮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낮추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반드시 겸손을 강요하는 것만이 미덕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진정한 겸손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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