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
어느덧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할머니는 손수 짠 두꺼운 목도리를 유진에게 둘러주며 말했다.
“우리 유진, 춥지 않게 잘 다녀오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응! 할머니도 따뜻하게 입어야 해요.”
학교로 향하는 유진의 발걸음은 한층 가벼웠다.
골목길 나무들 사이로 잎이 움트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꽃망울을 꼭 다문 나무도 있었지만, 몇몇 나무는 이미 분홍빛 꽃잎을 드러내며 봄의 도착을 알리고 있었다. 유진은 나뭇가지를 올려다보며 속삭였다.
“곧 다 피겠지? 조금만 더 힘내!”
길가 화단에는 활짝 핀 개나리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노란색이 눈부시게 빛났다. 그 옆의 작은 들꽃들은 아직 피지 않은 채 가냘픈 몸으로 봄의 온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여기도 곧 예쁜 꽃들로 가득하겠지!”
유진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바람은 차가운 듯 부드러웠다. 살짝 불어오는 바람에 유진의 머리카락이 흔들리자, 유진은 옷깃을 여미며 코끝으로 냄새를 맡았다. 흙냄새와 어딘가 멀리서 피어나는 꽃향기가 섞여 있었다.
“봄 냄새다…”
유진은 활짝 웃으며 길을 재촉했다.
거리의 사람들도 겨울 코트에서 벗어나 있었다. 옅은 색의 얇은 재킷과 가벼운 니트 스웨터를 걸친 이들이 종종걸음으로 지나갔다. 아이들은 새 신발과 새 가방을 들고 유진처럼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 중 몇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고, 몇몇은 새 학기에 대한 설렘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학교가 가까워질수록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멀리 교문 위로는 반짝이는 아침 햇살이 비치고, 깃발이 바람에 나부꼈다. 유진은 멈춰 서서 주위를 한 번 둘러봤다. 작은 풀잎 하나도, 흙 위에 굴러다니는 낙엽 한 장도 새 학기의 시작을 함께 축하하는 것처럼 보였다.
유진은 학교로 가는 길에 잠시 멈춰 섰다. 길 건너에서 한 아이가 울먹이며 떼를 쓰고 있었다. 아이는 작은 손으로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꼭 잡아당기며 발을 동동 굴렀다.
“싫어! 나 이거하고 싶단 말이야!”
아이의 목소리는 높은음으로 점점 커졌고, 그 와중에도 눈가에는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어머니는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무릎을 굽혀 아이의 눈높이에 맞췄다. 부드러운 손길로 아이의 뺨을 닦아주며 다정하게 속삭였다.
“그래, 우리 아기. 엄마가 이해해. 그런데 지금은 학교 갈 시간이에요. 끝나고 나서 엄마랑 같이 할까?”
아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여전히 울먹였지만, 어머니는 그 모습을 꿋꿋이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피곤한 기색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인내심과 따뜻함이 깃들어 있었다.
“자, 울지 말고 이리 와 봐.”
어머니는 두 팔을 벌려 아이를 품으로 끌어당겼다. 아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어머니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어머니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엄마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지금은 힘들겠지만, 학교에서 재미있게 놀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유진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머니와 아이 사이의 따뜻한 공기가 마치 눈에 보일 것만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작은 손으로 자신의 팔을 감싸 안았다. 그 포근한 품에 자신도 한번 안기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