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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시련

by 구르미

그러던 중, 혼자 살던 친정엄마가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맞딸인 나는 엄마를 모셔야 했다.

고령자를 위한 의료복지가 잘 갖춰져 있어 병원비는 다행히 큰 부담이 되지는 않았지만, 함께 살면서 들어가는 생활비까지 감당하기에는 우리의 형편이 너무 어려웠다.

결국 엄마까지 포함해 우리 다섯 식구는 작은 아파트에 옹기종기 모여 월세를 살게 되었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쌓여가는 스트레스는 우리의 일상을 점점 무너뜨렸다.

생활비 부족으로 인한 갈등이 잦아졌고, 남편과의 사소한 대화도 날이 서기 일쑤였다.

돈과 관련된 말들이 오갈 때마다 서로 감정이 격해졌다.

한편으로는 각자의 고충을 이해하면서도, 우리는 점점 지쳐갔다.

가장 힘든 것은,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남편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세차 일을 했다.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고객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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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순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사고가 났다.

출장 세차 차량에서 불이 나 그날 저녁 뉴스에 보도되었다.

이 사건 이후 전국의 아파트 입주민들이 출장 세차 업자의 출입을 제한하기 시작했고, 기존 고객들마저 떨어져 나갔다.


남편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악전고투했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고객을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수입이 급감했고, 생활고는 점점 더 깊어졌다.

이미 코로나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우리 가족에게 이 사건은 또 다른 시련이었다.

남편은 다시 일어설 방법을 모색했지만, 일은 예전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다.




표지사진 출처 : 픽사베이 무료 이미지 woman-1868559_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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