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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어둠속에서

by 구르미

코로나는 끝이 날 줄 몰랐고, 남편은 세차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금 대상에서는 제외되었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전년도 대비 매출 감소를 증명해야 했지만, 그해 사업자 등록을 한 남편은 전년도 소득이 없었으므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후 2차, 3차, 4차 지원금이 지급되었지만, 1차 지원을 받은 사람들만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결국 우리는 극심한 생활고 속에서도 전 국민에게 지급된 보편적 지원금이 전부였다.


우리는 낡은 월세 아파트에 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팔리지 않는 집이 한 채 있다는 이유로 정부의 생계비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공시지가 100만 원도 되지 않는 자동차 배기량이 3,500cc라는 이유만으로 생활보호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되었다.

생활이 어려울수록 남편과의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친정엄마까지 모시고 있으니 나는 남편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급기야 신용마저 최악으로 떨어졌다.

이 모든 것들이 2~3년 사이 한꺼번에 몰려와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었다.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버텨야 했다.


삶은 여전히 팍팍했지만, 그 안에서 희망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는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가려 했고, 남편도, 나도, 아이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눈치 빠른 첫째 아이가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날 나는 얼마나 숨죽여 울었는지 모른다.

이 힘겨운 시기가 지나가면, 언젠가는 더 나은 날이 올 거라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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