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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reanmominhanoi Mar 16. 2021

해외에 살면서 겪는 정보 소외

feat. 고립감

지난  연휴의 마지막 ,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근처 카페로 향했다. 아파트 단지는 고향을 갔다 돌아온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큰길로 나가보니 여전히 도시는 잠들어 있는 것처럼 조용 -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근처에 봐 두었던 카페는 아직 문을  열었고,  연휴  계속 문을 열었던 프랜차이즈 커피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불은 켜져 있는  같은데 블라인드가 길게 내려와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테이블이 한구석으로 치워져 있는 게 아닌가. 어디서 많이  풍경이었다. 안에 점원이 있길래 문을 열고 들어가 물어보니 테이크아웃만 된다고 했다. 그제야 인터넷 뉴스 어디선가 하노이 시내 커피점 영업이 제한된다고  기억이 났다. 하지만 길거리 카페(길에서 주로 목욕탕 의자에 앉아 차나 커피를 마시는 ) 대한 내용인 줄 알았지 일반적인 카페를 가리키는  몰랐던 것이다

집에 가자니 아쉬워서 마침 지나가던 택시를 불러 세워 가까운 곳의 자주 가던 호텔로 향했다. 호수를 바라보는  트인 전경 때문에 종종 커피를 마시러 가던 곳이었는데 그날따라 사람이  명도 없었다. 코로나 시국에 아무도 없다니 땡큐. 커피를 주문하고  연휴 기간 동안 쓰지 못한 다이어리를 정리하고 책을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한층 들떠 있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더니 마음  구석에서 찝찝한 생각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을까.  이렇게 조용할까. ,  혼자, 여기 앉아 있지? 나도 모르는 사이 근처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을지도 몰랐다. 혹시  호텔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걸 지도 몰랐다. 한번 그런 쪽으로  생각이 미치자  이상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빨리 집에 가고 싶어 졌다. 

계산서를 기다리며 나의 처지에 대해 생각했다. 현지어를 모르니 현지 뉴스에 대해선 깜깜할 수밖에 없는 현실. 갑자기 근처에서 전쟁이 난다고 해도 모를 일이었다. 한국에서는 시시때때로 재난경보가 오기도 하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들리는 뉴스로 괴로울 때도 있지만, 여기선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길이 없다. 대사관, 한인회, 교민 대상 미디어 매체 등이 공지를 하고 기사를 내보내기도 하지만 뉴스의 생명은 신속성 아닌가. 그런 면에서는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특히 2차로 가공된 뉴스를 전달하기 때문에 정보가 부족하고 부정확한 경우도 많다. 그래서 정확한 최신의 정보가 필요할 ,  예를 들어 이번 코로나와 같은 경우, 나와 같은 사람들은 부정확한 소문에 기대어 추측하고 불안에 떨게 되는 것이다. 초연결 사회, 넘치는 정보로 인한 스트레스를 외치는 사회에 살면서 이와 같은 정보 소외를 경험하게  줄이야.

물론 장점도 있다. 한국에 있다가 베트남에 오면 미디어 디톡스가 되는 느낌을 받는다. 끊임없이 들리는 사건사고들에서  그대로 해방. 줄지 않는 코로나 확진자 , 유명인의 자살 사고, 끔찍한 성범죄  아동 학대 사건 등을 들을 때면 며칠 마음이  좋았는데 이곳에선 내가 찾아보지 않는 이상  수가 없다. 하노이에서도 물론 여성이나 아동을 대상으로  강력범죄가 있겠지만  길이 없으니 치안이 좋다고 아직 믿으며 살고 있다. 자극적인 뉴스뿐만 아니라 정보를 빙자한 무수한 광고에서도 벗어날  있다. 스마트폰과 SNS 열심히 하다 보면 어쩔  없이 광고에 노출되기도 하지만  건너 불구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 엄마들의 불안심리를 부추겨 지갑을 열게 만드는 아이들 교재나 교구, 영양제 그리고 육아  살림 템들 안녕. 사고 싶어도 어차피  사니까 흥미가 떨어진달까. 물론 요즘엔 해외배송도 쉽지만 만만찮은 배송비를 생각하면 결제하기  여러  망설이다 포기하고 만다.

최신 뉴스와 트렌드를 쫓으며 느끼는 감정 변화가 이곳에선 크지 않다. 시끌벅적한 한국에서 벗어나 사는 삶이 주는 고요함과 여유가 있지만 한편으론 단조롭고, 외롭다. 어딘가  떨어져 있는 고립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가끔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한국에서도 베트남에서도 속할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과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고 베트남에서는 소속감이랄까 사회적 안전망이랄까 그런  느끼기 쉽지 않다. 각자도생해야 한다. 특히 나와 가족의 건강이 직결될 때는 정보력이 필수인데 코로나 시대에 정보 소외라니. 현지어 습득이 시급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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