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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reanmominhanoi Sep 12. 2022

엄마의 시간

나름의 고군분투

아이와 남편이 학교로 일터로 떠나고 나면 나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마지막 브런치 글을 올렸던  지난 1. 코로나로 인한 휴교령이 해제되고 아이가 다시 학교에 가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일상을 되찾을  있었다. 따지고 보면 아이가 기관에 다닌 지 얼마  돼서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했으니 길고 길었던 가정보육에서 드디어 해방된 셈이다.


날이 더운 탓에 낮잠을 자는 문화가 있는 이곳의 하루는 일찍 시작된다. 갓 일 학년에 입학한 우리 아이도 예외는 아니다. 덕분에 일곱 시 반이면 집이 텅 빈다. 아이를 배웅해주고 오는 길, 집으로 가지 않고 근처 공원으로 향한다. 최근 건강 관리와 몸매 유지를 위해 하루 만보 이상 걸으려고 노력 중이다. 아직 해가 뜨겁지만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제법 시원해져서 걷을만하다. 빠르게 걷다 집에 돌아와 지난 시간의 흔적을 치운다. 휙 벗어 놓고 간 옷 가지, 대충 비우고 간 아침 그릇, 사방에 흐트러져 있는 이불과 베개. 할 일을 다 해치우고 나면 커피를 내려 책상에 앉는다.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간단히 일기를 쓰고, 일정을 정리한 후, 책을 읽는다. 지난해 책 <아티스트 웨이>를 읽고 모닝 페이지를 썼었는데 한동안 쓰지 않았다가 최근 다시 쓰기 시작했다. 모닝 페이지를 쓰고 나면 개운하다. 찝찝하고 무거운 감정들을 털어내고 하루를 좀 더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 오늘 해야 할 일과 다가올 일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바로 해야 할 일들은 해치운다. 그러고 나면 조금 심심해져서 책을 집어 든다. 독서에 빠져들 때도 있지만 집중력은 금세 바닥을 드러내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저녁거리를 궁리한다.


그렇게 이른 오전을 보내고 나면 일주일에 두세 번은 운동을 가고, 한 두 번은 약속이 생겨 외출을 한다. 틈틈이 집안 일도 해야 한다. (가능하면 모른 척하려고 하지만.)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드는 데 은근 시간이 많이 쓰인다. 가끔은 남편이 부탁한 일을 하거나 시간을 내어 점심을 같이 먹기도 한다. 할 일이 많지 않은 것 같아도 혼자 있는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금세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할 시간이다. 자유시간 끝.


남편이 이따금 출근을 하며 등교 준비를 하는 아이와, 엄마가 부럽다는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집에서 마냥 노는 줄 아냐며 볼멘소리를 하지만 전날의 피로가 채 풀리지 않은 몸을 이끌고 억지로 문을 나서는 둘을 보면 그 마음도 이해가 간다. 한편으론 나의 하루가, 반드시 가야 할 곳이 없고 해야 할 일이 없는, 자유로운 몇 시간이 있다는 사실이, 매우 만족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배 좀 아프라지.


‘집에서 노는’ 엄마들은 (물론 워킹맘도 마찬가지로) 자의 반 타의 반 아이를 낳기 전 열심히 달리던 트랙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길에 놓이게 된다. 엄마로서 주어진 책임감도 낯설지만, 엄마가 된 나 자신도 낯설다. 생각하고 느끼는 것조차 아이를 낳기 전과 다르다. 꾸역꾸역 변화에 적응하고 나면, 나의 관심을 24시간 요구하던 아이는 어느새 커있고 집에 홀로 덩그러니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아이는 앞으로 점점 더 자신의 세계를 확장시켜 나갈 테고, 나는 점점 더 혼자 남아있는 시간이 많아지겠지.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새롭게 나를 알아가는 것, 그리고 내 앞에 놓여 있는 시간을 알차게 채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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