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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reanmominhanoi Nov 15. 2022

삶의 군더더기를 덜어내면

붓기는 제발 빠졌으면

최근 식단 조절을 시작했다. 매년 최고점을 갱신하는 몸무게를 보면서 위기의식을 느꼈.  늦기 전에   건강하고 탄탄한 몸을 만들고 싶었다. 먹는  좋아하는 탓에 대단스러운 식단 조절은 엄두도 못 내고, 탄수화물(주로 밀가루) 줄이고 되도록 야채 위주의 식사를 하자고 마음먹었다. 운동도  2-3 꾸준히 했다.  주가 지나니 절대 빠질  같지 않던 몸무게가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  키로에 불과했지만 나름 만족스러웠다. 최근엔 정체기에 들어선  같지만.


면이나 , 떡은 절대 끊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할 만하다(물론 전혀 안 먹는 건 아니다).  밀가루 덩어리=  덩어리라는 인식이 생기니 쉽게 손이 안 간다. 오히려 자꾸 생각나서 힘든  국물 요리이다. 원래도 국물을 좋아한다는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몰랐다. 온갖 찌개와  종류, 칼국수나 잔치 국수, 우동, 라면까지.  안에 담긴 밥이나 면에 김치를 얹어 먹고, 시원한 국물을 들이켜는 . 그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조합이었던 것이다. 아침에 간헐적 단식을 하거나 가벼운 과일을 먹고, 점심은 영양소가 골고루 담긴 음식을 양껏 먹고, 저녁에 샐러드를 먹고 나서 돌아서면,, 칼칼한 국물이 생각난다.


이제 알겠다. 국물을 끊은 지난 몇 주, 내 몸에선 붓기가 빠졌던 것이었다. 간밤 헛헛함을 못 이기고 컵누들을 끓여 국물까지 호로록 들이켜고 나니, 몸무게는 아니나 다를까 1킬로가 늘어있다. 자책해도 이미 늦었다. 이럴 줄 알고 있었으면서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만) 컵누들을 뜯지 않았던가.  


애꿎은 허벅지와 배를 자꾸 두들기며, 붓기가 다시 쏙 빠져나가길 바라지만 금세 될 일이 아니다. 몸에 필요 없는 붓기, 지방 따위 탁탁 털고 필요한 근육과 약간의 지방으로만 몸이 구성되어 있으면 좋을 텐데. 왜 자꾸 군더더기 따위가 붙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아침 요가를 했다. 잠깐의 사바아사나 이후, 금세 지루해져 손으로 옆에 있던 스마트폰을 찾는다. 그 사이 온 알람을 확인하고(급하거나 중요한 알람은 없고, 핫딜을 알리는 알람이 대부분), 자연스레 인스타그램을 켠다. 새롭거나 흥미로운 지인의 소식은 찾기 힘들고, 스크롤을 내리며 추천 게시물을 눈으로 훑는다. 자극적인 피싱 기사가 대부분인데, 피로해하면서도 5분 10분 15분 그대로 누워 시간을 죽인다. 내 인생의 또 다른 군더더기이다. 탈탈 털어버리고 싶지만 없애기 힘들다.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닌  같다. 아침 출근 준비를 하는 남편을 봐도, 등교 준비를 하는 아이를 봐도, 필요한 동작만 하면 착착 빠르게 지각 걱정 없이 나갈  있을  같은데 대부분의 시간을 양치하고, 옷을 입고, 밥을 먹기  뭉그적거리는  쓴다.


처음 아이를   그것조차 신비로웠다. 아이들은 어른처럼 머릿속이 해야 할 일로 가득 차 있지 않다. 눈앞의 흥미로움을 좇을 . 신발을 신다가도 현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장난을 치고, 유치원을 가다가도 길바닥의 개미, 달팽이를 발견하며 한참을 쭈그려 앉아 관찰한다.  옆에서 얼른 할 일을 하라고 닦달하다 보면, 아이의 호기심과 순수함을 어른의 잣대로 제단 하는  같아 순간 무안 때가 있었다. 잠깐 멈춰 서서  세계의 작고 신비로움을 발견하고 감탄할  있는 눈이야말로, 어른이 잊어버린,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있는 키가 아닐까 싶어서.


등교 전 아이의 미적거림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학교 가면 못 볼 엄마 품에서 좀 더 어리광을 피우고, 이불속에서 따스함을 느끼고, 아끼던 장난감을 한 번 더 만지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걸 불필요한 군더더기라고 여기는 건 아무래도 가혹한 것 같다.


어디선가 무용함의 쓸모를 찬양하는 글을  적이 있다. 필요한 것만 먹고, 사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행동을 하며 살길 바라면서도,  편으론 그런 삶이 진정 원하는 삶일까 의구심이 든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을  같다. 남편과 늦게까지 미드를 보다 끓여 먹는 라면 맛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고, 하나  늘어가는  좋은 비싼 바디로션을 골라 쓰며 어느 때보다 사치스러운 기분을 만끽하고, 딱히 돈이 되는 것도  데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책을 읽고 정리하며 혼자 마음의 양식을 가득 쌓는 기분을 즐길 ,  군더더기 덕분에 삶이 살만한 것처럼 느껴지는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붓기와 스마트폰 시간은 아무래도 줄이는  좋겠다. 뭐든 적당한  제일 좋지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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