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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reanmominhanoi May 22. 2020

경단녀의 고민

재취업, 할 수 있을까?



사무실을 떠난 지  4. 말로만 듣던 경단녀가 되었다. 누군들 계획하고 경단녀가 되겠는가. 내게 주어진 삶의 요구에 최선을 다해 응했을 뿐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경단녀 딱지가 붙었다. 선로에서 탈선한 열차가  기분. 떠나온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앞으로 가긴 가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를 보며 그간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지만, 아이의 성장을 보며 느끼는 기쁨과  자신의 성장이 멈추었다는 데서 오는 상실감은 서로 상쇄될  없는 감정이다.

간혹 억울함이 몰려올 때가 있다. 어른이 되기 , 무한한 기회와 가능성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는데. 결혼을 하고 보니  삶은 우리 엄마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몰랐을까. 아무리 공부를 하고 경력을 쌓더라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꿈을 펼칠 기회는 남편의 사정에, 아이의 성장에 뒷전이  수밖에 없다는 걸. 그래서 우리 부모님이 그토록 내게 공무원이나 선생님, 혹은 전문직 여성이 되라고 말씀하셨었나보다. 비교적 아이를 낳고도 고용 안정이 보장되는 직업. 어렸을   몰랐는데 내가 엄마가 되어서야, 부모님 말씀이 이해가 간다.

 괴롭게 하는 사정  하나는 내가 현재 베트남에 살고 있다는 . 자꾸만 한국으로 눈이 돌아간다. 한국에는 이곳에 없는 기회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한국에는 무언가 새롭게 시작할 기회도, 경단녀를 위한 정책적 지원도, 내가 일을 시작했을  필요한 가족의 지원도 있지만, 하노이는? 모든  전무하다. 물론  개인적 생각이다. 한국이라고 쉽지 않겠지. 오히려 누군가에게는 이곳이 기회의 땅일 수도 있으니까. 나도 처음 남편을 따라 하노이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자신만만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일을 했던 터라, 이곳에서도 쉽게 일자리를 찾을  있을  알았다. 그러나 내게 맡는 일자리를 찾는 게 생각보다 어렵기도 했지만  한마디 못하는 아이를 낯선 외국인에게 맡긴다는   어려웠다. 시간은 어찌나  가던지. 아이와  둘이 보내는 하루는 더디가지만 일 년 이년은 훌쩍이다. 그렇게 아이를 끼고 키운지 4년이 흘렀다.

일은 다시 하고 싶은데.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치열하게 성과를 내고 보상받는 기쁨을 누리고 싶은데. 갑자기 누군가 일을 줄 테니 내일부터 나오라고 한다면 꼬리를 내리고 도망쳐 버릴지도 모른다. 몸과 마음의 리듬은 출퇴근을 잊은 지 오래. 어딘가 한두 시간만 앉아있어도 몸이 베베 꼬이기 시작하는데 하루 종일 사무실에 어떻게 앉아있을까. 사실 엄두가 안 난다. 자신이 없다. 자연인으로 살다 보니 나름의 상실감과 권태가 있지만 자연인이 편하다. 아침에 일어나 아무런  일이 없는 하루가 좋다. 어느 때나  옆에 있는 아이에게 살을 부빌  있는 지금이 좋다. 내게 일을 준다는 사람도 없지만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내가 포기해야  것들이 먼저 생각나 덜컥 겁부터 난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온다.

그래서 삼십 대 경단녀는 오늘도 머릿속이 바쁘다. 일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일을  자신은 없지만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는 걸까. 뭐라도 해야지 마음먹어보지만 타지에서 내가   있는 일이 있긴 한걸까. 막막하다.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금세 저녁 할 시간.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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