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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reanmominhanoi May 31. 2020

사업가 남편

좁힐 수 없는 입장 차이


남편이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가를 직업이라고   있을까. 직업은 직업인데,  식구가 먹고 사는 일이 오로지  일의 성공 여부에 달리게 되면 어느새 직업을 넘어 삶의 방식을 규정한다. 남편은 사업가가 되어버렸고, 나는 그런 남편을 바라보며 혼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우리 남편 어쩌자고 사업을 시작했을까. 그는 뭐든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내가 보기엔 가끔 지나칠 정도로. 한국에서 대기업에 다닐  가정과 일의 균형이 적절히 유지되는 편이었다. 그러나 하노이에 오면서 남편은 중소기업 영업사원이 되었고 새로운 환경,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 말그대로 피땀을 흘렸다. 이곳 특유의 분위기도   했다. 6일제 근무. 연차 0. 외국인 관리자에게 부여되는 업무 과중 . 그는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혹사 시켰고 나는 그게 싫었다. 그냥 적당히 했으면 좋겠는데. 진담  농담  남편에게 그럴 바에는 차라리 사업을 하는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회사 좋은 일만 하지 말고.

그런데 남편이 진짜 사업을 시작했다. 회사일도 그토록 열심히 하던 사람이었는데, 본인 사업은 오죽할까. 남편은 눈을 떠서 다시 눈을 감을 때까지,  생각만 하는  같았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날도 많다. 그럴  밖에 없는 상황, 이해는 간다. 사무실을 낸지 이제 8-9개월. 조금씩 수익을 내고 있지만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하필 코로나까지 터져서 상황은  안좋다). 그렇다고 매달 직원들 월급   수는 없는 노릇. 지출은 점점 커지는데 수익은 여전히 부족하고 정말   타는 상황인 것이다. 나같이 소심한 사람은 진작 멘붕이 왔을텐데. 하루하루  책임감과 중압감을 버텨내고 있는 남편이 대단하긴 하다.

문제는,   벌고, 가족의 생계를 열심히 책임지는 남편도 필요하지만  말에  기울여주는 남편, 맛있게 차린 저녁밥을 함께 먹을 남편, 아이와 시시껄렁한 장난을 치며 함께 낄낄거릴 남편도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하노이에  이후 마음   없는 내게 남편은 전부나 다름 없었는데. 그나마 나를 버티게   평범한 일상이 많이 사라졌다. 함께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남편의 머릿속은 바쁘게 돌아간다. 대화는 주로 사업 얘기. 채워지지 않는  감정만 문제는 아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돌아볼 틈도 없이 사업에 모든걸 쏟아붓고 있는 남편이 위태로워 보인다. 저러다 쓰러지진 않을까.  자꾸 그에게 적당히 하라고 잔소리를 하게 되고, 남편은 내게   이해해달라고 한다.

여러    소리를 했다가  다툼으로 번졌다. 내가   밖에 없는 싸움. 사업가의 논리는 난공불락이다. 가족을 위해 하는 일인데. 사업이 힘든데. 지금이 중요한 시기인데. 조금만 참고 버티면 되는데. 그럼  풀리지 않는 감정을 삼키는  밖에 없다. 중요한 사업 앞에, 먹고 사는  앞에, 남편과 행복한 일상을 돌려받고 싶은 나는 그저 관심을 바라는 유치한 어린아이가 되어버린다.  남편의 사업도 이해 하지 못하는 그런 아내인 것인가. 가끔은 회사의 사활을 걱정하는 남편을 붙잡고 사소한 일상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자신조차 초라해진다. 나도 뭐라도 하고 싶은데. 내가   있는 일은 그저 묵묵히 참고, 이해하고, 입을 다무는  밖에 없다.  

남편과 멀리 떨어져 있는 지금, 그의 입장에서 조금  이해해보려고 노력한다.  그가 스스로를 조금  혹사시키길, 가족과 함께 하는 일상이 조금  지켜지길 바란다. 그도 나에게 동의하지만, 당장은 그럴  없다고 말한다. 사업이 조금  안정을 찾으면. 적어도 순익을 내기 시작하면... 서로의 입장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남편은 여전히 하루의 대부분을 사업에 쏟지만, 가끔 시간을 쪼개 나와  통화를  때가 있다. 그럴   목소리에 비로소 힘이 생긴다. 남편에게 많은  바라지 않는다. 그런 시간을   자주 가질  있기를. 남편과 다를  밖에 없는  입장을 바라봐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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