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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reanmominhanoi Jan 22. 2021

다시, 하노이

일상으로 돌아오다

다시 하노이, 일상이다.  한 해 코로나로 인해 일상의 소중함을 얼마나 느꼈던가. 일상으로 돌아갈  있기를 그렇게 바랐는데 특별입국과 격리를 뚫고 이곳 하노이에서 마침내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 하노이는 조심스럽게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곳곳의 코로나 방역 수칙 포스터와 어딜 가나 찾아볼  있는  세정제가 경각심을 주고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 코로나로 인해 제약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중심가 일부의 상점이 여전히 문을 닫은 것을 제외하고는. 최근 하노이의 감염자 수는 0이다. 지역감염이 발생하지 않은   되었다. 물론 정부의 이러한 발표에 대해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존재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역시도 한국에서 잔뜩 위축되었던 마음을  펴고 조금씩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다. 격리 해제된  집으로 돌아온  주는, 기대와는 다르게 낯설고 어색했다. 고대하던 순간을  앞에 두고 있을  누구나 머릿속에  순간을 먼저 상상해보지 않을까. 등장인물도 . 감독도 .  상상 속에서 나와 남편은 눈물의 상봉을 했다. 서로의 부재 속에 보냈던 지난 십 개월을 떠올리며 서로 힘들었다고 위로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장면. 그런데 모든 일이 그렇듯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사실 격리 호텔에 입실한 그 다음날 아침, 남편이 호텔이 보이는 도로가로 찾아와 먼발치에서 서로 인사를 나눴고,  이후로 거의 매일 같이 찾아온 탓에 공식적인  만남의 감동이 덜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예상치 못했던 어색한 공기가 우리 사이에 흐르고 있었다.  사이 서로의 빈자리가 익숙해져 버린 탓이었다. 십 개월은 생각보다  시간이었다.   5년을 함께  남편도 낯선데, 하노이는 반갑기만 했을까. 매일 같이 다녔던 거리도 어딘지 달라 보이고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사이 여기저기 상점들도 바뀌고 한참 공사 중이던 빌딩도 어느새 하늘 높이 쭈욱 뻗어 있었다. 더군다나 한국과 비교하면  이렇게 시끄럽고 더러워 보이기만 하는지.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사한  두 달 만에 한국에 갔다가 발이 묶인 탓에,  집이라는 안락함을 느낄  없었고 사용되지 않고 오래 방치되어 있었던 살림살이는 묘하게 생명력이 없는 느낌이었다. 돌아가고 싶었다. 구석구석 가족들의 역사가 담긴 물건들이 빼곡히 쌓여 있는 엄마 아빠의 집으로. 결혼 전에도 이번에도 내게 안식처가 되어준 . 내겐 여전히 그곳이  나의  같았다.      재작년쯤이던가 하노이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쌓이면서, 한국에서   만에 돌아왔던 어느  거리가 익숙하게 느껴졌던 순간이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이제  곳이  이상 내게 낯선 외국이 아님을. 그런데  년이 안 되는 시간을 한국에 보내면서  곳의 많은 것들을 잊어버렸나 보다. 힘들게 적응했는데 어느 순간 다시 제자리. 어쩌면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멀어져 버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언제라고  곳에 푸욱 빠져  집처럼 편안하게 느끼던 시간이 있었던가. 베트남에 처음  때부터 그리고 남편이  곳에서 사업을 하는 지금까지도 언제든 떠날  있다는 마음으로, 아니 정확히 말해 언제든 돌아갈 수만 있다면 돌아가겠다는 마음으로 살아왔던  같다.  마음이 그런데 하노이가 친숙하고 반가운 곳이 될 리 없었다. 예전에 나와 비슷한 시기에  곳에  살기 시작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곳의 삶이 마음에 드는지에 대한 대화였는데 그는 내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곳에 적응할  없을 거라며 언제든 떠날  있다는 마음으로 그냥 참고 사는 거라는 말을 했다. 그건 너무 슬픈 말이었다.    하노이 4 . 언제까지 이곳과 마음의 거리두기를 하며  것인가. 생각해보면 한국을 떠나온 우리가 집을 꾸리고 먹고살  있도록   고마운 곳인데. 생각하기 나름이다. 마음속에서 계속 한국을 그리며 한국과 비교하며 살면 영원히  집이 되지 않을  같다. 코로나로 인해 당분간 한국에  수도 없는 현실, 이제 이곳에  붙이며 살아봐야지. 우선은  정리부터. 항상 언제 이사 갈지 모른다며  늘리기를 싫어했는데 이번에는  가구를 사볼까 한다. 그러고 나면    같지 않을까. 물론 시간이  많이 흘러야  것이다. 낯선 , 새로운 기후에 몸이 적응하는   년은 필요하다는 말을 어디선가 주워들은 적이 있다. 마음도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할  같다. 그전까지는 계속해서 새롭고, 계속해서 적응 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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