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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reanmominhanoi Feb 15. 2021

2월의 하노이

조금은 우울한 시작

지난 2 1일부터 아이의 유치원을 포함한 하노이 시내 모든 학교가 휴교에 들어갔다. 지난달 , 하노이 근처 소도시에서 갑작스럽게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이후 하노이까지 확산 속도가 심상치 않자 정부가 부랴부랴 학교 문부터 닫은 것이다. 하노이에 다시 돌아온 이후 비교적 느슨한 삶을 살고 있었는데 다시 긴장 태세. 마스크와  세정제부터 두둑이 챙겨두고,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며 아이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국에서도 오랜 기간 집에 있었던 데다가 아이와 호텔에서 보름간 격리도 했는데.  시간은 순조롭게 흘러간다. 아쉬운 건, 나와 아이의 든든한 언덕인 엄마가 멀리 계시고, 나의 간식을 책임져주던 마켓컬리가 없고, 아이를 심심함을 채워주던 쿠팡 배송이 없다는  정도.

하노이에서 확진자가 나오기 직전, 짧은 휴가를 다녀왔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아주 오랜만에 따뜻한 남쪽 섬으로 떠난 가족여행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한국과 베트남에 떨어져 생활하다가  명이 함께 여행을 가니 (그것도 따뜻한 바닷가로!)  감회가 남달랐다. 쾌청한 하늘 아래, 눈부신 수평선을 바라보며 한낮의 열기로 데워진 수영장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그간의 스트레스와 고생이 스르르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반면 남편은 계속해서 울려대는 전화를 응대하며   복잡한 심경을 느끼는 듯했다. 생각해보면 사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 떠난 여행. 하노이에서  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지만 여전히 국내 전화가 터지는 지역이고, 휴가를 왔다고 해서 한가롭게 신경을  수도 없는 처지. 남편은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며 이런 곳으로 해외여행을 다니던 시절이 부럽다고 했다. 책임감의 무게는 쉬이 사라지지 않지만 어쩌겠는가.  사업이 건재하고, 정말      돈으로 이런 여행을   있다는  감사할 수밖에.  


여행에서 돌아오니 회색빛 하노이는 심각한 미세먼지로 스마트폰에 연일 경고 표시가 뜨고, 코로나 확진자 소식에 잔뜩 움츠려 들고 있었다. 여행을 다녀온  느껴지는 일시적인 우울감이 이번엔 쉽게 떨 처지지 않는다. 아이와 아파트에 갇혀 조각난 하늘을 바라보며 매일매일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이제  여행에서 돌아왔는데  마음은 다시 이곳저곳을 떠돈다. 한국의 차갑고 투명한 겨울 공기가 그립고, 피톤치드와 흙냄새가 물씬 풍기는 산이 그립다. 내가 이렇게 산을 좋아하는  하노이에 와서야 깨닫는다. 눈을 돌렸을   멀리 항상 같은 자리에 산이 있다는 것이 내게  위로가 되었다는 사실을 결핍을 경험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이다.  

하노이에서도 위로가 되는 공간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아직은 별다른 성과가 없다.  대신 이곳저곳의 공원을 다녀보았지만 열이면 , 가운데 커다란 인공호수가 있고  둘레에 보도블록과 약간의 잔디밭, 가로수가 있는 형태라 자연을 느끼기 쉽지 않다. 그나마  앞에도 호수공원이 하나 있어서 걸어서 산책할  있는 곳이 어디인가 싶다. 이곳에서 마땅한 산책할 곳을 찾는  쉽지 않은 일이니까.

결국 마음이 돌고 돌아 내가 지금 있는 자리로 돌아온다. 무언가 아쉬운 마음, 답답함, 헛헛함 등이 모여 들쑤시는  결국  자신.   곳곳에 놓인 잡동사니들, 눈에 띄게 살이 찌고 있는  모습, 베트남에 돌아오고 새해가 되었지만  변화 없는  . 정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며칠 전부터 가족들보다 한 시간  정도 이른 기상을 하고 있다. 아침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간단하게 일이십 분 스트레칭을 하고 차를 한잔 마시고, 다이어리를 정리하고, 그날 계획한 베트남어나 영어 공부를 짧게 하고 나면 아침을 준비할 시간이다. 욕심껏  하기엔 부족한 시간.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하루를 시작할  있다는 , 그리고 내가 계획했던 것을 조금씩  나간다는 성취감을 느낄  있다는 . 물론 아직은 아주 작은 노력이지만. 이 정도로는 아무것도 안된다는 목소리가 안 들리는 건 아니지만 무시하기로 한다. 작은 노력이라도 꾸준히  나가다 보면 뭐라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부디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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