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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오름의 숨결

천천히 걸어오르며, 제주도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다

by 원동원

제주도의 오름, 그 숭고한 자태


제주도의 하늘 아래, 그곳엔 신비로운 산들이 있다. 우리는 이를 ‘오름’이라 부른다. 오름은 단순히 산이 아니다. 그것은 제주의 역사와 자연,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일부로 살아 숨 쉬는 존재이다. 오름은 제주도의 얼굴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그 안에는 매일 새롭게 피어나는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오름의 전설


오름은 제주의 전설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오름인 한라산은 그 자체로 제주의 신성한 존재로 여겨져 왔다. 한라산은 다른 오름들과는 다르게, 제주도의 중심에서 자랑스럽게 우뚝 서 있다. 높고 웅장한 모습은 마치 천상의 존재가 이 땅에 내려와 자리를 잡은 듯한 인상을 준다. 한라산의 능선은 제주도의 전통적인 의미를 넘어서, 제주 사람들의 문화와 삶에 깊게 뿌리내려 있다. 그곳에 오르면, 그 모든 전통과 역사, 제주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하나로 합쳐진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한라산뿐만 아니라, 제주의 수많은 오름들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성산일출봉은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지점에서 해가 떠오르는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곳에서 보는 아침의 첫 빛은 마치 세상의 시작을 맞이하는 듯한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성산일출봉의 평화로운 풍경은 그 자체로 제주도와 인간, 그리고 자연의 깊은 연관을 느끼게 만든다. 이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마음과 영혼을 울리는 신비로운 경험이다.


한라산도 오름이다. 제주특별자치도에 위치한 해발 1,947.06m의 한라산은 면적 약 1,820km²에 달하는 거대한 화산으로, 제주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예전에는 가마오름, 원산, 진산, 선산, 두무오름, 부라산, 영주산, 혈망봉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었으며, 그 산자락 곳곳에는 오름 또는 악이라 불리는 크고 작은 측화산들이 흩어져 있다. 과학적으로 오름은 기생화산을 의미하기에 한라산은 엄밀히 말하면 오름에 속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제주도민에게 있어 오름은 크고 작은 모든 산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개념으로 여겨져 왔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제주도에서는 한라산 또한 오름의 큰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지며, 제주의 자연을 형성하는 중요한 존재로 그 의미를 가진다.

한라산은 영산이라 신선들이 와서 놀았다. 신선들은 하얀 사슴을 타고 한라산 이곳저곳 절경을 구경하고는 정상에 있는 못에 이르러서 사슴에게 물을 먹였다. 그래서 백록담이라고 불려졌다. 옛부터 백록담은 아무나 오르내릴 수 없었다. 길이 험하기도 하지만, 그곳은 신선만이 노는 곳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옛날 교래리에 사는 어떤 포수가 백록을 쏜 일이 있었다. 그는 오래 동안 한라산에서 사냥을 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잡고 싶은 짐승이 보이기만 하면 백발백중으로 잡곤 했다. 어느날 사냥을 하러 한라산을 누비고 있는데, 바로 옆 숲에서 사슴이 내달았다. 포수는 무의식적으로 활을 쏘았다. 그리고 쓰러진 사슴의 배를 칼로 찔렀다. 그런데 다음 순간 그 사슴을 다시 보니 하얀 사슴이었다. 포수는 그제서야 정신이 되돌아왔다. "몰라봤습니다. 이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땅에 엎드려 사죄를 했다. 백록은 신령스런 짐승으로 사냥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포수는 사죄를 해서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한라산을 신령스러운 산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백록도 신령스러운 짐승으로 생각했다.
매오름에 얽힌 설화는 용왕이 자신의 아들들을 홀대한 제주 사람들을 벌하기 위해 섬을 물에 잠기게 했다는 ‘홍수설화’이다. 특히 홍수설화의 유형 중에 ‘고리봉전설’과 ‘장자못전설’이 결합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고리봉전설에서는 산봉우리만 조금 남아 소수의 인간만 살 수 있게 되는데, 이 설화에서는 유일하게 박씨만이 선택을 받는다. 그것은 소소했지만 선생의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자못전설에서 며느리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금기를 어겨 돌이 된 것처럼 어리석은 박씨도 금기를 어겨서 바위가 되어 버린다. 이러한 금기의 설정은 신의 질서를 파괴하는 인간들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인 동시에 신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강조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오름들에 숨겨진 전설들은 과거의 시간이 만들어낸 산책로를 따라 흐르고 있다. 각 오름마다 전해지는 이야기는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들이다. 예를 들어, 산굼부리 오름은 화산의 폭발로 인해 형성된 분화구로, 그 속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이 생명력을 끌어올린다. 그곳에서 만나는 고요함과 신비로움은 마치 시간을 넘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오름은 제주의 전설을 품고 있으며, 그 이야기는 오늘날까지 살아 숨 쉬고 있다.


오름의 수, 368개


제주도에는 약 360개 이상의 오름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정확한 숫자는 연구자나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제주도에는 368개의 오름이 있다고 여겨지며, 그 중에서도 특히 잘 알려진 오름들이 많이 있습니다. 각 오름은 크기와 모양, 그리고 등반 난이도가 달라 제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오름들은 모두 기생화산으로, 제주도의 독특한 지형을 형성하는 중요한 자연적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유명한 성산일출봉이나 한라산, 그리고 그 외에도 다양한 오름들이 제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장소들입니다.


오름의 부드러운 품속에서


오름을 올라가다 보면, 그 풍경은 시간이 주는 깊이를 한 층 더한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오름은 그 어떤 산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 위에서 내려다보면, 제주도는 마치 다른 세계처럼 펼쳐진다. 넓은 평야와 푸른 바다가 연결된 풍경, 그리고 그 위로 퍼져 나가는 고요한 하늘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오름은 그 자체로 그림처럼 펼쳐지며,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오름의 정상에서 바라보는 제주도는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완성된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모든 것들이 하나로 얽히고 이어진 느낌을 준다. 그 고요함 속에서, 우리 삶의 일상과 소음은 모두 사라지고, 자연의 숨결만이 온전히 들린다. 숲과 풀, 그리고 바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 이곳에서의 고요함은 사람들에게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준다. 제주도의 오름은 단순한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서로 이어지는 특별한 공간이 된다.


오름 속의 삶


제주도의 오름은 그 자체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오름은 마을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오래전부터 제주 사람들은 오름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며, 그곳에서 얻은 자원으로 삶을 이어갔다. 오름은 그들에게 단순히 자연의 경관을 감상하는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생계와 생활의 일부분이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오름을 오르며 자연과 교감하고 있다.


오름은 그저 자연을 감상하는 장소만이 아니다. 오름에 올라서면, 그곳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생물들의 존재도 눈에 띈다. 제주도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자생하며, 그곳에 살아가는 동물들은 사람들에게 자연의 생명력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이처럼 오름은 자연의 생명력이 가득한 곳으로,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에너지를 주는 특별한 장소이다.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바람, 고요하게 흔들리는 풀잎, 그리고 작은 꽃들.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져, 오름을 오르는 이들에게 고유한 감동을 안겨준다.


오름, 그 끝없는 이야기


제주도의 오름을 한 번 올라본 이들은 그 아름다움을 잊을 수 없다. 오름에서 만나는 자연의 경이로움은 한 사람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기기 때문이다. 오름은 그저 자연의 한 부분이 아니라, 제주도의 이야기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삶과 맞닿아 있는 곳이다. 오름을 오를 때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제주도와 하나가 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오름을 한 걸음씩 올라가면서, 우리는 삶의 여정을 떠올린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그곳에서, 우리는 자연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되새기며, 삶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낀다. 제주도의 오름은 단순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넘어서,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제주도의 오름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시와 같다. 그곳에 올라가면, 자연과 사람, 과거와 현재가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오름은, 제주도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담긴 공간이자, 모든 존재들이 서로 연결된, 숭고한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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